음악은 아주 가깝고 사소한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무, 물, 과일, 새는 종종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나 악보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자연은 씨앗을 잉태하고 풍족한 먹을 것과 맑은 공기, 휴식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사람들에게 참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자연이 연주하는 훌륭한 음악에 귀기울여보세요.
우연의 순간을 담은 음악
이 사진이 무엇으로 보이나요? 새들이 전선 위에 앉아 잠시 쉬는 모습은 마치 오선지 위에 음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브라질의 예술가 하르바스 아넬리(Jabas Agnelli)는 신문에서 우연찮게 본 이 사진을 들고 피아노로 향합니다. 그는 고민을 할 필요도, 따로 작곡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전깃줄을 오선지라고 상상하고 새들이 앉아있는 위치 그대로 음표를 그려 피아노 연주를 합니다. 말 그대로 전선 위 새들을 연주한 셈입니다. 추후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사진이 더해진 이 음악은 구겐하임미술관과 유튜브가 공동으로 개최한 ‘유튜브 플레이 구겐하임 비엔날레 페스티벌’(YouTube Play Guggenheim Biennial Festival)의 우승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우연의 순간과 아이디어가 더해진 자연의 음악을 동영상으로 감상해보세요.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기
만약 집 앞에 공원이나 큰 나무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멋진 공연장을 가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나뭇가지나 껍질을 튕기고 나뭇잎을 서로 비벼주면 상당히 재미있는 소리들이 나기 때문이죠. 특히나 나뭇가지는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튕기느냐에 따라 낼 수 있는 소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더욱 멋진 악기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사운드 디자이너 디에고 스토코(Diego Stocco)는 전자 소리를 일체 합성하지 않고 오로지 자연에서 나오는 소리만으로 멋진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그가 소리를 채집하는 방식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나무에 청진기를 대고 피아노 현을 쳐서 소리를 내는 해머(hammer)로 두드리거나, 나뭇가지에 초소형 마이크를 설치하고 더블베이스 활로 연주를 하는 등 나무를 정말 악기처럼 연주합니다. 그는 자연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채집하여 ‘커피로 만든 음악’ ‘세탁소에서 만든 음악’ ‘모래로 만든 음악’ 등의 재미있는 소리들을 소개하는 예술가입니다. 여러분도 자연과 일상 속 다양한 소리에 귀기울여보세요. 분명 나만의 멋진 소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물컵으로 도, 레, 미!
어린 시절에는 주변의 작은 것들을 놀잇감 삼기만 해도 시간이 금방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대야나 웅덩이에 고인 물을 내리치면서 물장난을 하거나 물컵에 빨대로 공기를 불어 넣어 거품을 만들기만 해도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그 때를 다들 기억하시는지요? 이런 간단한 물놀이에 작은 아이디어를 보태면 누구나 악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은 진동에 자극을 잘 받아서 아름다운 소리를 전달해주거든요. 유리컵에 물을 채워서 막대기로 치면 실로폰 소리가 납니다. 와인잔, 유리병, 그릇 등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은 없지만 7음계(도레미파솔라시)를 만들 때는 크기와 모양이 같아야 튜닝을 하기가 쉽답니다. 물은 많을수록 낮은 소리를, 적을수록 높은 소리를 냅니다. 하나씩 두드려가면서 물의 양을 조정하고 7음계를 완성해보세요. 유리컵 실로폰이 완성되었다면 다음에는 큰 바가지에 물을 담고 작은 바가지를 그 위에 덮어보세요. 둥둥 쳐보면 묵직한 북소리가 난답니다. 물을 이용한 실로폰과 북으로 작은 연주회를 해보면 어떨까요?
자연이 만드는 음악이라.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