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봄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질문과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을 만난 토요일이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강당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가득했고, 신체놀이를 통해 서로의 호흡을 느끼는 몸 풀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넘쳤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연극으로 읽는 동화’는 책과 연극이 접목된 연극놀이를 통해 입체적으로 책읽기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아이들은 연극놀이로 재구성된 동화를 접하며 상상력을 마음껏 표현한다. 연령별로 총 4~6회차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마지막 시간에는 부모가 함께 참여하거나 연극을 발표하는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마무리된다.
도서관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났다!
오늘의 이야기는 <피리 부는 사나이>이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순간, 프로그램에 참여한 8~9세 아이들은 자연스럽고 활기차게 책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바로 그때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났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아이들의 만남은 마치 책 한 권이 펼쳐진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탐정이 되어 각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다가, 그다음 순간은 마을 주민이 되어 심각하게 토론을 하였다. 이들은 연극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고 있었다. 마을에 나타난 쥐떼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쥐를 모두 없애 주겠다는 사나이를 만나며 마을 주민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이들은 이것을 몸짓이 담긴 하나의 장면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시작한다. 아이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극중의 장면적 요소가 완성되어간다. 이야기 패턴이 드러내는 다양한 욕구와 감정들을 연극적 요소로 체험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호흡하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에 흠뻑 빠져드는 느낌을 경험한 친구들은 이 수업을 절대 빠지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연극은 각각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요소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직접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피리 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왠지 누가 막 나를 조종하는 기분이요. 기분도 이상하고 마음도 울렁이고 그랬어요.”
“선생님이 다리 다친 아이 역할을 했을 때 기분이 이상했어요.”
“선생님하고 장면 만들 때 쥐 밟는 척하는 거 재미있었어요.”
연극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역할을 통해 즐거움과 고민을 나누게 한다. 책을 기반으로 한 연극에는 갈등요소와 역할이 있다.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는 요즘, 아이들은 책 속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 작업을 연습함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책 속의 이야기가 연극의 한 장면으로, 삶의 이야기로, 그리고 본연의 마음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김민주 강사는 “선행학습이 익숙한 부모님들은 다음 주제를 묻고 미리 책을 읽게 하려고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그걸 원하지 않더라고요.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 새로운 질문을 더 많이 하고 상상력이 더 풍부해지는 걸 볼 수 있어요. 연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거죠. 그것이 연극을, 아이들 나름의 책 한 권을 완성해 나가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라며 책을 미리 읽어오게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책의 매력을 활짝 터트리기
연령의 욕구와 교육적 필요에 따라 선정된 동화 속 연극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책의 인물이 되어보고 이야기를 연극장면으로 만들어 봄으로써 그 장면을 스스로 상상한다.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스토리를 몸으로 표현하며 책이 가진 장점, 바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역할을 수용하고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키며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단순히 독서의 차원을 넘어 사회성을 기르고 ‘함께’ 그리고 ‘우리’라는 소통의 교감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는 책이 가진 힘, 연극이 가진 매력의 요소들이 모여 가능해진 것이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도서관이 가진 최대 장점인 ‘책’과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의 전문성을 살린 연극놀이를 연결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와 실천, 참여자의 피드백을 지속하며 질 높은 프로그램이 나왔다. 국가대표도서관으로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과 문화 프로그램 개발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고려해야할 요소들도 많았다. 김민주 강사는 “도서관은 보물창고 같아요. 문화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서 선생님이 있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환상을 창조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요소가 풍부해요.”라며 도서관 연극놀이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도서관과 책, 그리고 연극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하게 변모하는 책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도서관과 연극의 역할을 지켜볼 수 있었다. 책의 스토리는 아이들에게 내적 움직임을 일으키고 관계 맺음을 형성시킨다. 함께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소극적인 아이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게 되고, 또 손을 번쩍 들고 참여하는 모습은 아이들이 그 스토리 안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상황에 몰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장면을 만들어서 한 편의 연극과 책을 완성했다. 다음 시간에는 또 어떤 세계와 만날까?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어떤 마음으로 성장하게 될까?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의 전개는? 다음, 그다음으로 발전하는 아이들이 궁금해진다.
봄 햇살이 유독 반짝 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눈이 반짝 거리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만난 책과 연극의 끝은 없었다. 다만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진 책 한 권을 만나 지식이 아닌 두둑해진 마음만이 남았다.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 어린이와 청소년 뿐 아니라 누구나 친근감을 느끼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국가대표도서관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이 도서관을 통해 꿈과 상상력, 미래를 향한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전시 및 독서문화프로그램 뿐 아니라 전국공공도서관‧학교도서관 지원사업, 어린이담담사서교육 등 어린이청소년 독서진흥의 허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www.nlcy.go.kr
-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는
- 1998년 개설 초기부터 아동․청소년의 전인적인 성장과 연극예술을 결합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연극놀이를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대상에 맞는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다양한 대상(유아, 아동 및 청소년, 성인, 어르신, 가족, 장애우, 교사 등)을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www.playsadari.com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국‧공립기관 연계 프로그램’은
- 국‧공립기관이 보유한 시설과 자원, 고유의 경험과 특성을 활용하여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하는 사업으로서 올해는 총 10개 국‧공립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그중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연극으로 읽는 동화’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책과 연극, 놀이가 있는 ‘즐거운 토요일’을 진행하고 있다.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페이스북 바로가기
사진 _ 장영주 (마루스튜디오)
- 김정연 _ 2015 서울국제도서전 총감독
-
문화예술분야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2015 서울국제도서전 총감독을 맡고 있으며 서울와우북페스티벌/어린이와우북페스티벌 총괄 외 다수의 축제와 도서관 컨설팅에도 참여했다. 문화, 책, 일상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분야를 기웃거리기를 좋아한다. 축제, 전시, 문화예술교육, 라틴댄스 등이 주요 활동분야이다.
bdan325@naver.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