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가족 오케스트라‧합창 프로그램은 학령기 아동‧청소년과 부모, 조부모, 친척 등 보다 넓은 범위의 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음악으로 가족 간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2년째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북 경산 예술마을사람들의 가족합창단 ‘사운드 오브 패밀리(Sound of Family)’를 찾았다.
방문한 날이 황금연휴가 시작된 5월 2일이라 가족들이 많이 빠지고 놀러가진 않았을지, 제대로 프로그램을 참관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출발했는데, 도착하자마자 그 생각은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벌써부터 예술마을사람들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OX 퀴즈, 이구동성 게임, 만보기 릴레이 등 참여자들 간에 친목을 다지고 간격을 좁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속속 가족들이 도착하여 연습실에는 어느새 30여 명이 모였다. 김정아 예술마을사람들 대표는 “작년에 전체 인원이 30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36명이다. 그중 절반 정도가 작년에 이어서 참여하는 분들이다. 오늘은 연휴라서 많이 빠진 거다. 열성적인 분들이 많아서 오늘도 합창하고 나서 놀러가겠다고 하신다. 예술마을사람들이 대구와 경산의 경계에 있다 보니 대구에서 40분 넘게 걸려 매주 오시는 분도 있다.”며 웃는다.
레크리에이션 후 진행된 프로그램은 가족 자화상 그리기였다. 투명아크릴판에 OHP 필름을 끼워서 상대방 얼굴에 대고 그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일이 드문 요즘, 잠시나마 진지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그려진 자화상을 바로 벽면에 붙여서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고, 쉬는 시간에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게 활용했다. 벽면 갤러리(?)에 걸린 다른 가족의 그림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왁자지껄하게 나누며 소통과 교류의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바로 이어서 지휘자 선생님과 함께 몸 풀기 운동과 장난감 피리와 OHP 필름을 활용한 호흡연습 후 성악 선생님의 지도로 발성연습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합창 연습이 시작되었다. 파트를 나누지 않고 각자 원하는 파트를 불러보게 하고 있었는데, 지휘자 선생님은 이제 4주차이기 때문에 각자의 소리를 들어보고 나중에 파트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가족들 간의 소통과 화합이 주된 목적이지만, 올해는 전체적으로 30곡 정도를 익히고 11월 말에는 발표회까지 치를 예정이라 마음이 무척 바빠 보였다. 하지만 모든 강사진들이 함께 가족들을 위한 곡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에 큰 보람도 느낀다고 귀띔한다.
이날 새로 배운 곡은 우리가 익히 아는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이야기로 만든 노래였다.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자 청개구리가 울며 반성하는 장면을 지휘자 선생님이 몇몇 참가자에게 연기해보도록 했는데, 그중 개구쟁이 같이 생긴 아이 하나가 의자에 올라가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가사를 읽자 다들 폭소를 터트렸다. 그 반응에 아이가 깜짝 놀라 쑥스러워하자 지휘자 선생님은 좋은 연기자가 될 것 같다며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모두들 진심으로 아이를 격려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작년부터 열세 살, 열한 살 두 딸과 함께 가족합창단에 참여한 한 단원은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나 노래를 불러줬지, 커가면서 함께 노래한다거나 노래를 불러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여기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좀 더 친밀해 져서 좋다.”며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작년 결과발표회를 꼽았다. “작년에 무대에 선 경험이 정말 짜릿했다. 주위에서 많이들 부러워했다. 무대에서 울었던 사람도 많았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관객은 많이 없었지만(웃음).” 하지훈 강사 역시 가족들이 엄마, 아빠, 할머니의 무대의상을 입고 화장한 새롭고 낯선 모습에 많이 놀라고 자랑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연습이 끝나고 연휴를 즐기러 바쁘게 빠져나간 가족들 외에 몇몇 분들이 남아 둥그렇게 모여 앉아 참가자 중 최고령이라는 박순희 님이 마련한 도시락을 나눠먹고 있었다. 새벽 4시 반부터 부지런을 떨며 준비한 김밥, 고추씨김치, 각종 나물을 얌전하게 담은 도시락이다. 워낙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해서, 차 태워다 줄 사람만 있으면 도시락을 싸갖고 가서 함께 나눠 먹는다고 하신다. 이렇게 밥을 나눠먹으면서 참가자들 간에 더욱 정이 붙는 것 같다.
“작년부터 조카손주 둘을 데리고 참여하고 있어요. 사실 조카손주가 소아암을 앓았었고,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계속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즐겁게 노래 부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매주 꼭 데리고 나와요. 토요일 아침에 팔순 시부모님 점심 저녁 차려놓고 조카손주들 데려와서 여기 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년에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어요. 여기 나오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리니까. 그리고 요즘은 이웃을 잘 모르고 살잖아요. 여기서 만나는 이웃들이 또 다른 할머니, 삼촌, 이모, 형제가 되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든 국민들이 합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웃도 사랑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호흡도 맞추고, 예의도 배우게 되고. 오늘도 원래 친척 결혼식이 있는 날인데, 이 말이 꼭 하고 싶어서 결혼식 안가고 여기 왔어요.(웃음)”
– 참가자 김은애
“워낙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마추어 오페라 배우로 활동했었는데, 올해는 가족합창단에 가입했어요. 시누이올케는 어려운 사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워낙 사이가 좋아서 올케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죠. 우리 아이들은 다 컸으니까 여기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참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같이 부모와 함께 나오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면 이 시간 동안만이라도 내가 돌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싶기도 했고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참가자 이혜영
경산 예술마을사람들 가족합창단 ‘사운드 오브 패밀리’를 만나며 계속 느꼈던 한 가지는 이들은 이웃사촌을 넘어 ‘또 하나의 가족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핵가족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가족합창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완하고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아 대표 역시 ‘사운드 오브 패밀리’의 목표를 “가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합창에 참여하는 가족들이 예술마을사람들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어머니학교의 가족 상담 프로그램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상담을 받던 가족들이 합창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한다. 2년차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이현주 강사 역시 “요즘은 완전한 가족이 아닌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의 1인 가구, 독거노인, 요보호아동(고아) 등이 여기에서 또 다른 가족을 형성하고,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노래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 사람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 이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예술마을’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 부르며, 작은 일에도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족합창단 중에서 몇 개라도 좋은 모델이 나오고, 그것이 확산의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작년 사업기간이 끝날 때 참여자분들이 ‘우리 언제 또 만나요?’라며 아쉬워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가능하면 공백기 없이 연속사업으로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소망이 이루어 졌으면, 좋은 기운이 널리 퍼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 예술마을사람들은
- 예술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동‧청소년‧여성‧노인‧가족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심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치료와 회복을 줄 수 있길 바라며,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되고자 한다.
www.artvip.co.kr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 등과 함께 하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주5일 수업제 실시에 따라 매주 토요일 아동·청소년 및 가족들이 문화예술 소양을 함양하고 또래·가족 간 소통할 수 있는 여가문화를 조성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페이스북 바로가기
- 맹수호 _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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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지역예술단체 복사골마당에서 풍물 공연과 교육을 기획했다. 그 후 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메타기획컨설팅 문화기획사업부장 등을 역임했고, 지금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으로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msh67@korea.kr
이런 가족합창단이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