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서울시 성북구민회관 2층에 위치한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의 연습실. 악기를 쥔 작은 손들은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그리느라 바쁘다. 그런데 박자는 점점 느려지고, 이내 곧 음악이 멈추니 우주선의 비행도 멈춘다. 하지만 지휘자의 지휘봉이 다시금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 활을 쥐고, 스틱을 흔드는 아이들의 손은 다시 분주해진다. 아이들의 꿈을 쏘아 올리는 지휘자, 그는 문진탁이다.
2013년에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이 창단되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음악감독을 맡게 되었나요?
지인의 권유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시작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제 삶의 중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을 이끌면서 첫 순위에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의 행복입니다. 개인의 행복이 충족되면 음악적인 면은 자연스레 좋아지는 것 같아요. 연습할 때는 힘들지만, 무대에 서면 아이들은 저의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면서 동시에 스스로들 감동을 받아요.
2014년 2월 첫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많은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관객들로부터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완벽한 연주였습니다.”라는 말! 물론 단원의 아버지입니다. (웃음)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죠.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습 분위기는 너무 좋았으나, 공연이 엉망이었다면 지휘자로서 기분이 어떨까요?
크게 상관없을 것 같아요. 저는 무대 뒤에서 아이들의 상한 기분을 풀어주느라 바쁘겠죠. 지금까지 가진 공연을 떠올려보면 매 공연마다 기대 이상으로 연주를 잘 해주어 고마울 따름이에요. 어쨌든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아이들의 행복이 우선순위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0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해오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아동·청소년이 오케스트라 합주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형성과 공동체적 인성을 갖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이다.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명칭 뒤에는 ‘성북’과 같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명이 붙는다. 서울 성북구를 기반으로 한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클라리넷, 플루트, 타악기로 구성된 소규모 오케스트라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으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각각 3시간씩 연습을 진행한다.
단원 선발은 어떻게 하나요? 지원자들이 많나요?
음악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아이를 1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추천과 입소문, 지역 신문에 게재된 광고를 접하고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음악교육은 악기 구입과 같이 금전적인 부담이 많은데, 무상으로 악기와 교육을 제공하니까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어요.
악기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 오케스트라 합주에 투입되면 학생과 오케스트라 모두에게 무리가 가지 않나요?
처음에는 기교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죠. 각 파트별로 강사가 배정되어 있어요. 단원이 가장 많은 바이올린에는 3명의 강사가,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클라리넷, 플루트에는 1명씩 배정되어 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데에 1주일에 6시간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에요. 그리고 각 학생마다 운도 따르는 것 같아요. 타악기 단원은 처음에 한 명 뿐이어서 6시간이 온전히 개인레슨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맞아요. 지금 지휘를 하고 싶어 하는 단원이 있어요. 예전에 지휘봉을 잡게 해봤는데 곧잘 하더라고요. 앞으로 한 곡 정도 맡겨 볼 예정입니다.
아이들의 역량 차이가 많이 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악기와 악보를 처음 접하는 동일한 시작점에서 다 같이 출발하기에 그런 차이가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합주 때, 음악적으로 즉각 반응하는 아이를 보면 ‘저 아이는 음악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단원과 파트 별로 기량을 파악한 뒤에 편곡해서 ‘맞춤형 악보’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맞춤형 악보’를 만드는 것도 쉽지는 않을 텐데요.
창단 초기에는 정말 많은 악보를 만들었습니다. 파트별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정을 잘 알아야했죠. 창단 때보다 지금은 기량이 많이 향상되어서 편곡을 통한 악보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여러 곡을 잘 소화합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의 모체이기도 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기적’을 낳은 음악교육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LA필하모닉의 음악감독 두다멜을 좋은 예로 들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의 ‘현실’과는 어떤 간극이 있을 것 같은데요.
걱정할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엘 시스테마는 40여년의 시간이 축적되어 있고,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것이잖아요. ‘기적’을 만드는 데에 앞장서기보다는 이러한 음악교육에 대한 ‘토양’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부지런히 촉매제 역할을 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케스트라 수업을 통해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협동심’입니다. 좋은 음악은 마음이 맞을 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오케스트라란 협동심을 기르는데 좋은 것 같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은 2014년 2월 첫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다양한 기념일과 행사가 많은 5월도 역시도 바쁜 달이다. 성북문화다양성축제의 일환인 제3회 유럽단편영화제 행사에 출연했고,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부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때,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에서 ‘문화가 있는 날’ 야외 공연을 갖는다.
활약이 대단합니다.
앞서 협동심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사실 그것을 기르는 데에는 무대에서의 공연이 큰 영향을 줍니다. 2014년에는 일곱 번 공연을 가졌는데 올해는 좀 더 욕심을 내어보려고 합니다.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때 갖는 무대에서는 어떤 음악을 선보일 예정인가요?
꿈의 오케스트라 성동(성동문화재단)과 오산(오산문화재단) 그리고 저희가 함께 하는 무대입니다. 영화 ‘스타워즈’, 뮤지컬 ‘맘마미아’와 ‘레미제라블’의 수록곡을 들려줄 예정이에요. 연주는 2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단원들이 맡고요. 올해 입단하여 아직 미숙한 단원들은 합창무대에 함께 오를 예정입니다.
지휘자나 강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 때 자부심을 느끼고 즐거워하나요?
대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갖는 만큼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엽니다. 크게 잘 못을 하거나 악기를 파손했다 하여도 다그치거나 혼내는 것보다는 타이르는 것이 나중에 봤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죠. 오케스트라 연습 시에 지적해야 할 때는 악기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고요.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은 6월에도 무대를 준비하겠죠?
향상음악회가 있습니다. 매해 하는 공연인데 자기 솜씨를 보여주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큰 것(오케스트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웃음)
이 질문으로 인터뷰를 끝내겠습니다. 음악감독 문진탁에게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의 단원들이란?
단원들은, 그 아이들은 한마디로 ‘꿈’입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아이들한테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에요.
이 또래의 아이들이 모인 오케스트라란 어떻게 보면 엉뚱한 꿈의 덩어리, 즉 꿈의 집합체일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아이들은 완성되지 않은 소리들을 가지고 소리로 부딪히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본인이 들어갈 자리와 상대방의 소리가 들어올 자리를 알아가며 협동심을 기른다. 오늘도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의 아이들과 음악감독 문진탁은 서로의 꿈을 음표로 조립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문진탁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 음악감독.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전공했고, 건국대학교와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등의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코리안 피스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세종예술협동조합 이사장으로 교육과 기획 업무도 맡고 있다. 그는 꿈의 오케스트라 성북에서 음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악보’ 제작부터 연습은 물론이고 무대에서의 지휘까지 1인 다역으로 활동하며, 아이들과 음악의 행복한 결합을 꿈꾸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한다.
영상 _ 윤영욱 (미디어아티스트)
송현민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기획실장.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bst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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