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이슈를 담아, 편지를 띄운다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웹진

바야흐로 웹진의 시대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자신의 취향, 관심사 혹은 일과 관련한 정보와 트렌드를 알아보고 나와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매체로 웹진 뉴스레터가 재조명받고 있다. 음식, 여행 등 취미부터 정치, 경제, 세대별 트렌드 등 세분화되어 정보와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매체 중 하나인 출판계도 코로나19로 급변한 환경 속에서 출판물이 아닌 온라인 연재, 메일링 서비스 등으로 독자와 새로운 끈을 만들고 있다.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매체 ‘웹진’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전국 각지, 각각의

시대적 과제 앞에,
협치의 공론장을 열어라

문화 자치와 문화 분권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2001년에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이하 문화부)가 ‘지역문화의 해’를 선포하고,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 관련자들이 모여 두 차례에 걸친 공론장을 만들었다. 이른바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이라는 이름으로 문화 분권과 문화 자치에 관한 열띤 논의를 펼쳤었다.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네 번 바뀌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공론장에서 논의됐던 가치와 변화의 열망은 얼마나 실현되었을까? 체감으로는 나아진 게 없지만 아마도 통계상으로는 진전된 측면이 있으리라. 여타 사회적 통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러나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 상황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방 소멸 위기 앞에서는 그러한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
반드시 필요할까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④

문화예술의 지방분권 흐름이 거센 와중에, 지역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의 흐름과 더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짚어보는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7월부터 11월까지 광역과 기초단위에서 매달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방 이양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기초문화예술교육 거점이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마련하였다. 이 포럼의 주요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지방분권 시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관한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두려움을 떨치고 우물 밖으로 나와야 세상을 바로 보고 비로소, 문제를

땅에 귀를 대고, 흐르는 물소리 듣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소 먹이기」   소야,   여게 풀 많다.   여기서 먹어라.   소는 그래도 안 온다.   소는 지 마음대로 한다.   소는 부엉이 소리가 나도   겁도 안 나는 게다.   사람 있는 데 안 온다. – 안동 대곡분교 3년 김욱동, 1970년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에 이르는 경상북도 농촌 지역 아이들의 시를 읽는다. 간혹 관습적으로 그 당시 기성의 동시들을 흉내 내어 쓴 시들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솔직한 생활 감정을 운문 형태로 쓰고 있다. 심지어 기성 동시들을 흉내 낸 시마저도 그 시절 일상의 편린을 담아내고 있다. 아이들의 시를

‘마을에서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확장과 연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완주에서는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복합문화지구 누에는 2015~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철거될 뻔했던 옛 호남 잠종장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초창기에는 예술가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되었고 현재는 완주 문화예술교육의 거점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목표와 방향 찾기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구축 지원사업 공모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던졌던 질문 – 군 단위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자립이 가능한 일인가? 그럴만한 자원은 있는가? 기존 문화예술교육과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을 것인가? –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일부터

태어나 처음 극장에서 만나는 지구

오늘부터 그린⑤ 만나다

어린이들은 비가 오면 바쁘다. “찰박찰박 텀벙!” 물을 튀기기 좋은 웅덩이를 찾고 빗줄기 사이를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사람마다 시기나 기간은 다르지만, 내가 아는 한 모든 어린이들은 이처럼 인생에서 비를 처음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 첫 번째 비를 기억하나요? 가장 처음 비를 맞던 순간, 그 비를 기억하나요?” – 아기소리극 <환영해> 중 지금 우리가 만나는 모든 존재는 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 지구는 들끓는 마그마로 아주 뜨거웠다. 그 위에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쌓여 대기가 되고, 마그마가 식어가면서 수증기는

케미가 돋아야 그려진다,
우리들의 빅 픽처

박호상 학교·사회 예술강사(사진 분야)

국가에서 지역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대이다. 지역을 재발견하는 시선과 다양한 실천이 요구되는 가운데, 지역의 특이성을 발견하며 상상하고 연결하는 예술강사 한 분을 만났다. 현장 중심의 실천적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지역민과의 관계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전개해 나가는 삼천포예술학교 대표이자, 12년 차 사진 분야 예술강사인 박호상 작가를 만나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경험과 앞으로 그려지길 희망하는 ‘빅 픽처’를 들어보았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떠한 계기로 예술강사 활동을 시작했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예술강사이다. 사진 작업을 하고 기획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엉뚱하다고 하는데, 내가 버퍼링을 즐기기 때문인 것

다양성과 보편성, 존중과 균형

문화자치와 문화·예술·교육

“누구나 자신을 온전히 지배할 때 저마다 가진 가능성을 최고로 꽃피운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개인뿐만이 아니라 지역에도 적용된다.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지역의 문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각성은 꽤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1952년 시·읍·면의회의원과 시·도의회의원 선거 실시, 1956년 시·읍·면장 선거 실시, 1960년 시장·도지사 선거 실시, 1961년 지방자치제 전면 중단, 1991년 임명제 단체장 체제가 존속하는 지방자치제 부활, 1995년 4대 지방선거를 통한 새로운 출발로 이어지는 지방자치의 지난한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참여와 자치의 기반 지역문화

귀 기울여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까

어쩌다 예술쌤⑤ 스토리텔링 수업하기

“삶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을 찾기까지” 누군가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고 했는가! 어르신들과 만남을 이어 온 지 어느덧 13년. 어르신들을 오래 보며 그들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발견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꽃을 있는 힘껏 피워드리고 싶은 나는 어르신들에게 음악과 영어를 가르치며 삶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나에게는 이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몇 차례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 5년 전, 예술강사를 시작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스토리텔링 수업’ ‘삶의 이야기가 있는 수업’이란 말이었다.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예술

지역 중심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준비

2021년 8·9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지역문화예술교육종합계획 이행상황 분석 연구보고서 발간 (’21.8.)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이하 「지역계획」)의 세부과제 추진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향후 정부의 2차 「지역계획」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지역계획」(2018~2022) 이행상황 분석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문헌조사를 통해서 17개 시·도별 「지역계획」 내 지역별 실행계획과 정량적·정성적 이행상황 조사를 통해 추진과제의 수행 현황을 분석하고,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방향과 추진과제를 총체적으로 점검 및 진단하였다. 17개 시·도별 문화예술교육 지원 조례 제정 현황을 살펴본 결과, 울산, 대전을 제외한 15개 시·도는 관련 지원 조례가 제정되었다. 그러나 지원 조례 조항은

더 작게, 더 가까이,
삶의 방향을 고민하기

삶에서 배우는 문화예술교육

‘작게 작게 더 작게. 가까이 더 가까이’ 요즘 문화의집의 방향을 이야기하면서 많이 쓰는 표현이다. ‘더 가까이 일상적 삶의 장소에서’라는 주제를 보고 또 보며, 이 표현이 먼저 떠올랐다. ‘작게 작게 더 작게’는 그동안 ‘공동체’라는 덩어리로만 바라보던 지역주민을 이제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들여다보고 만나자는 의미다. 공동체는 각자의 삶을 가진 개인이 모인 집합체인데, 공동체를 말하기 전에 그 속의 개인을 먼저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인지 그 안의 개별성, 다양성, 관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다시 말하면 이제는 ‘공동체’라는 말로

풀뿌리 문화예술교육으로의 전환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③

문화예술의 지방분권 흐름이 거센 와중에, 지역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화의 흐름과 더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의미를 짚어보는 ‘지역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7월부터 11월까지 광역과 기초단위에서 매달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은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지방 이양 논의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기초문화예술교육 거점이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마련하였다. 이 포럼의 주요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지방분권 시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관한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의 필수 전략 지난해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둥글게 모여 만드는 따뜻한 결속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와 예술 마을을 만나다』는 마을에서 새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좋은 지침서이자 따라 걷고 싶은 든든한 선배 같은 책이다. 이들이 어떻게 모여 무슨 일을 만들고 이뤄내는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공탁’이라는 드라마 한 편이 재생된다. 『문화와 예술, 마을을 만나다』(공유성북원탁회의, 민들레, 2020) 서로의 어미새가 되어 서울시 성북구에서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공유성북원탁회의(이하 공탁)’는 2012년 준비모임을 시작으로 2014년 자율적인 모임으로 공식화해 현재 3백여 명이 함께하는 지역 내 대표적인 민·민, 민·관 협치형 커뮤니티다. 공탁은 ‘동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욕망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평소

온 동네 이야기꽃 피는 평상을 가꾼다

오혜자 초롱이네도서관 관장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원봉초등학교 담벼락을 끼고 돌다 보면 그저 그런 상가주택 사이에 멋진 통나무집 하나가 눈에 띈다. 초록이 싱그러운 화단과 로봇 손을 잡고 걷는 꼬마가 그려진 벽화, 청개구리가 지키고 선 우편함이 아기자기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당장이라도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들 것만 같은 ‘초롱이네도서관’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과 친구들, 동화책 읽는 어른들에게 거실을 내어주며 시작한 것이 벌써 22년째, 2000년 지금 이곳으로 옮겨온 후 계속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변함없는 속에서도 시대와 흐름에 따라, 그렇지만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공유지(commons)’로서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하며 조금씩

슬픔도 불안도 이겨낼 이야기의 힘

오늘부터 그린④ 녹이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기후위기를 삶에서 감각하는 것은 이러한 상실에서 기인한다. 나의 편안한 삶 저 너머에 사라지는 숲과 녹아내리는 빙하를 상상할 수 있는 힘.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 최근 그리스에서 일어난 큰 화재로 2,500살 먹은 올리브 나무가 불타 죽었다. 어른 열 명이 빙 둘러서야 겨우 감쌀 만큼 거대한 이 나무는 최근까지도 열매를 가득 맺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나무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화재로 사라진 수많은 것 중 이 올리브 나무가 특별히 마음에 남은 것은

주인됨으로 만들어갈 자치와 문화

지방자치와 지역문화 분권

오락가락하는 장마와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환한 햇살,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속에서, ‘코로나19’라는 가혹한 시절을 보낸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팬데믹 전과 후의 변화가 상당했다. 알다시피 팬데믹(Pandemic)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나눈 경보 등급 중 최고 단계인 6등급을 의미하는 말로써, 중세 유럽의 흑사병 창궐이나 1919년 ‘스페인 독감’, 그리고 1968년 ‘홍콩 독감’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시기상으로 보면 1968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인생에서 처음 겪게 된 셈이다. 과거는 그렇다 치고 1968년부터 2019년까지 인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