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사람들은 서로를 멀리하며 지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전보다 더 소수의 인원만, 아니 가능하면 그 소수의 인원도 서로를 위해 모이지 말아 달라고 한다. 변이 바이러스는 그렇게 사람들의 물리적 사이와 거리를 더 멀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만남에 대한 욕구로 인해 소통의 방법이 점점 발전하며 우리는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고서 수업을 듣고, 회의하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공간에서 오감을 나누며 진행해야 할 예술교육에 기술이 들어오고, 진화된 기술은 수업의 영역을 확장하기도 하지만 배척하기도 한다. 필자가 함께하는 발달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기술의 진화가 이들의 예술적 영역을 더 갇힌 공간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일례로 팬데믹 이후 온라인 예술교육이 일상이 되었지만, 발달장애인의 속도로 천천히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자극을 받고 오감을 통해 느끼고 알아가며 서로 시선을 맞추고 연극 작업 속에서 교감하기에는 어려웠다. 온라인 안에서 이뤄지는 일방향적인 소통이 이들에게는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었다. 교육을 프로그래밍하고 이끌어야 하는 나에게도 과학과 기술은 너무 빨리, 무섭게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나 스스로 아날로그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과학과 기술의 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변명일 수도 있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김초엽, 김원영 두 글쓴이가 이야기하듯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의료에서부터 더 발전하고 있다. 치료라는 명목하에 ‘정상’이라는 명제를 강요하며 발전되는 것이 누굴 위한 것이었는지 이 책은 묻는다. 정상은 무엇인가? 기술은 누구의 입장에서 발전하는 것인가? 기술의 발전은 필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사이보그의 기계적 요소의 활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과 비사용을 논하기 전에 단순한 선택을 존중해야 하며 존중받아야 한다. 그전에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존중, 인정함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그들이 선택하고 거부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이야기하는 존중은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지점과 닮았다.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는, 존중하는 과정과 방법을 가장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나누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진지하게, 때론 문제에 거리를 두고 체험하고 생각해 보며,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과정을 나누고 표현하며, 또 다른 생각의 이해와 다가서기를 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할 때는 만나게 된 인연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항상 잊지 않아야 한다. 나의 호흡이 아닌 상대의 이야기와 움직임을 기다리고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과 행동을 중요시해야 한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굳이 나누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그 점을 더 강조한다. 과학의 기술을 이용해 일상을 편하게 지내든, 기술의 편리함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 생활하든, 패션처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보조기구를 선택하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고 결정이며, 장애인이 항상 도움을 받기만 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고 소설 『산책을 듣는 시간』이 떠올랐다. 산책을 듣는다! 제목부터 산책을 보고 느끼는 것에서 더 확장하여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 수지는 농인이다. 소리를 ‘듣는다’라는 것이 뭔지 모른 채 살아왔던 수지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헤드폰을 쓰고 피부에 와 닿는 진동을 통해 음악을, 아니 소리를 느낀다. 수화와 보청기로 소통하던 수지는 할머니와 가족이 ‘보호’라는 명목으로 강요하는 인공와우 수술을 하며 두려움과 무서움에 마음으로 외친다.
“왜 내가 그걸 원할 거라 생각하죠?”
음악 작업을 하며 있는 그대로의 수지를 좋아하는 전색맹인 한민, 그의 개 마르첼로와 함께 셋은 ‘산책을 듣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산책을 듣는 사업을 하게 된다.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듯했던 서로에게 산책길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끼는 것을 설명해 주며 혼자서는 지나쳤던 다른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나눈다. 물론 때론 아무 말 없이 그저 울어버릴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수지는 아픔을 지나면서 엄마와 세상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존중하고 선택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그 시간을 존중할 것을 다짐하며 산책을 계속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문화예술교육이 그러할 것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연극 수업에서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끼는 것을 설명하고 가볍게 지나쳤던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나눈다. 이들의 공연에 음향과 조명 등 무대를 꾸미고 빛나게 해주는 기술적 요소가 반영되지만, 그들이 무대에 올라서 자신의 언어로 공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 「문화기본법」 제4조(국민의 권리)
두 책은 「문화기본법」 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이 지켜야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이자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있는 그대로의 존중과 인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 도희경
- 아동청소년극 전문 제작 단체인 아트 컴퍼니 노닐다의 대표와 연출을 맡고 있다. 연극 기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편안하게 “연극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무대를 지향하며, 문화예술은 그 대상의 차별 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 청소년 역시 문화예술을 체험하며 삶의 기쁨과 행복 안에서 사회와 잘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gomjak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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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의 리뷰를 전하면서 문화예술에서 꼭 필요한 마음쓰임, 존중과 인정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몇년 전 읽었던 책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 책은 시각장애인에게 나무 전문가가 나무들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시각을 제쳐놓고 어떻게 나무에 대한 것들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오히려 더욱 풍부한 전달내용을 두 사람의 상호교감 속에서 표출되었습니다. 이런 공통분모들을 여기서도 발견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신의 언어. 이 짧은 문장이 이 글의 중점 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기술의 발전 또한 중요한 부분이지만 결국에는 사람과 함꼐 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잊지 않게끔 생각해주는 콘텐츠 였습니다. 짧은 글 속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 역시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노닐고 싶은 오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란 대단히도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노력해야겠지요. 또 다른 하루를 생각하게 됨에 감사해요~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란 제목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장애인분들이 비대면 시대어 겪는 불편과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장애를 가졌다고해서 차별이나 편견을 가지기보다 그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차별받지 않고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할 권리가있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긍정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글을 보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주는 연습을해야겠어요
나자신도 다른사람들도 모두 행복해지길♡
서로존중해줍시다
코로나19로인해 만날수 있는 지인들도 모일수 없는 현실 그래도 소통방법으로 온라인 공간에서라도 만날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것 같다 그러나 필자가 함께하는 발달장애인은 서로 교감을하며 알아가야 하는데 그러지못해 소통이 이들에게는 소외감을 느낄수도 있을것이다 현재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있는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는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아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게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도 쉬운 일은 아닌것 같아요.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고 다양성의 시대이니만큼 조금 더 다양성을 인정하고 살아가려 노력해야겠어요^^
넘나 공감되는 기사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를 있는그데로 봐주면 세상 더욱 살맛날것 같아요~! 의식하지 않으니 개성이 더축 표출되면서 창의력도 뿜뿜할것같고 아무튼 멋진 기사 잘 보고갑니다~!! 앞으로도 홧팅~!^^
특히 한국 사회에선 친근하게 챙겨준다며 타인에 대한 평가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게 용인되는 사회죠. 사실 상대방은 그런 조언 아닌 조언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고 자존감 하락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남에게 “오늘 살 빠져보이네, 왜 이렇게 얼굴이 퀭해 보이니 잠못잤어?, 이거 먹어 몸에 좋은거야, 오늘 옷을 왜 그렇게 입었니” 등 남을 위하는척 마음의 상처를 내는 말을 아예 하지않습니다. 대신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도와드릴께요” 등 감사의 인사를 먼저 건네려 노력하죠.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깔린 상명하복식 군대문화, 그리고 이 나이땐 취업해야 하고, 이 나이땐 결혼해야 한다는 획일된 가이드라인은 이제 바뀔 때도 되었다고 생각해요. 나와 남은 다른게 당연한 겁니다. 내 생각이 이렇다면 남의 생각도 인정할 줄 알아야죠. 물론 타인의 생각에 수긍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강요하거나 윽박지르는 것은 아주 형편없는 태도라는걸 모든 국민이 인지하는게 당연하다는 사회분위기가 빨리 조성되었으면 해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당신 생각은 그렇군요.” 이게 바로 선진화된 시민사회 아닐까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기
제목의 문장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보여주기식, 가식적인 행동들이 넘처나는 세상에서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억지로 하거나 불안전한 상황으로 연출하다보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마음 편하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는것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그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잘 알면서도 평소에 지나치기 쉽고 지키기가 어려운 것 이죠. 비단 문화예술 분야 뿐만아니라 모든 분야와 생활에서 적용되기 쉽지 않은 말이네요.
그렇지만 100%는 아니라도 누구나 차별받지 않도록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노력해야 하는 말이네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기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참 어렵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남자는 이래야해, 여자는 이래야해부터 시작해서 장남의 마음가짐, 장녀의 마음가짐 등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에 편견과 고정관념을 보고 듣고 실천하고 있어요. 요즘 많이 느낍니다. 젠더갈등에서 느껴오는 피로감, 신구세대의 갈등 등 여러방면에서 나 자신에 대한 행동을 강요받고 있어요. 우리세대는 이러니까 넌 이래야해, 난 이러는데 넌 어때? 란 말 참 많이 듣습니다. 그냥 다양성을 인정하면 끝나는 일을 왜 이렇게 힘들게 강요하고 표현하고 인정받고 싶어할까요? 이런것도 시대를 말하는 주제인건가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천해야죠. 모든 다양성이 인정받고 존중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 MZ세대인 저 자신이 먼저 실천하고 표현해야 후대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겠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정말 인상 깊고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일상생활 우리주변을 돌아보게 만들어서 참 좋았어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정말이지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사이의 친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것 같아요.
그래서 인지 함께 조금 더 다양성을 인정하고 살아가려 노력해야겠어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수 덕목인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릴때 부터 잘 알려주어야 겠어요^^
좋은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기사 기대할게요
인종 문화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평화속에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기 정말 어려운일이지만 교육을 통해 함께 할수 있고
응원해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때론 힘든 일로 지쳐 쉬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곳이 그럴때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셨면 좋겠네요. 노력한데로 이뤄지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이 소식 나누고 싶네요. 언제나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기를, 내일의 태양이 지치고 힘들게만 만드는게 아니라 따스함을 담아 우릴 더 힘내게 할거라고 믿고 싶어요.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해보지도 않고 하고싶은 일을 잘 할수 없을까봐 판단하고 자꾸 포기하는 습관과 지금 눈앞에 놓여진 것들에 소홀하고 과거와 미래만 생각하느라 인생 시간을 계속 쓰는 일들”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말에 공감해요. 모두 특별히 건강 조심하세요. ♥’◡’ ♥ 사랑하는 이와 소확행으로 매일 힘나길 바라는 마음 담아요!
내용이 유익하고 훌륭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기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