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에 수립된 「전라남도 문화예술교육 계획」은 전라남도 지역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농산어촌 지역의 문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라남도 문화예술교육 계획」에 근거하여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는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문화지소’ 시범 운영 등 생활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초센터와 더불어 각 지역에 ‘문화지소’를 설치하고 기초의 아젠다를 광역에 제시하고 요청할 수 있는 ‘지역 문화정책 아젠다’를 지속 추진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기초 단위 중간 지원조직의 필요
기초 단위에서는 소통과 매개를 해 줄 수 있는 중간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 여건상 전문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세스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중간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중간 지원조직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도 있다. 먼저 중간 지원조직이 무엇이며 왜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지역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을 대상으로 합리적으로 구체화 시켜서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중간 지원조직의 설립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전남문화관광재단은 직접 22개 시·군을 찾아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문화예술교육 정책 포럼을 여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는 22개 시·군 문화예술교육 실행 주체 및 단체를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FGI)을 실행하였다. 분석 결과 크게 세 가지 의견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째, 지역별 문화예술교육 관련 인지도, 다양성, 질적 수준 등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담양 등 몇몇 시·군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어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대부분 시·군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여수 등은 지역 관광 축제와 연계해 추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주 근교권과 동부권에 비해 서남권과 중남부권은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활발하지 않고 매우 열악한 활동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참여자의 참여 의지는 강하고, 행정의 지원 의지는 약하다는 것이다.목포 등 대부분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 참여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대부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기존 단체에 대한 지원으로 편중되어 있어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도민에게 공급하는데 어려운 여건이었다. 셋째, 기술 습득 위주의 문화예술교육이 실행되고 있었다. 지역 축제 등과 결합하여 실행되거나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사업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평생교육기관, 교육청,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으나 기술 습득 위주의 교육을 중심으로 실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지역 내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농·산·어촌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거점 ‘문화지소’
광역지자체 중심의 정책 운영으로 기초지자체 단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도 저하와 이에 따른 활성화 부족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라남도는 광양, 여수, 목포 등 5개 거점도시와 강진, 함평, 화순 등 17개 군, 33개 읍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라남도는 방대한 면적과 섬, 농·산·어촌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문화예술교육 향유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문화파출소 등 지역의 유휴공간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공급 거점으로 조성하였으나 지역 내 파급효과가 적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되고 있는 공간이 ‘문화지소’이다. 문화지소는 읍 단위 이하 행정구역에 설치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의 지역 역량 강화와 접근성 강화로 도민에게 양질의 콘텐츠와 향유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2019년 담양군과 장흥군의 예산, 공간 등 협조를 받아 2개소를 설치하여 시범 운영하고 있다.
문화지소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기초 단위 시설로 17개 군, 읍·면을 포괄하는 전초기지로 기초지자체의 역량을 스스로 강화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와 실험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지역 내 인적 자원을 연결하고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지역 맞춤형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도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장소가 될 것으로 본다. 문화지소는 전남문화관광재단에 필요 요구사항을 요청하고 사업 과정 중 상황에 따른 대응과 변화를 반영한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1군-1지소-1코디네이터를 목표로 전남형 지역문화예술교육의 기초 거점으로 문화지소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코디네이터는 광역문화재단에서 우수 인재를 선발·배치하여 기초자치단체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초 단위의 구심점 ‘기초센터’
광역 중심으로 문화에술교육을 추진하다보면 도서벽지 등 지리적·환경적 소외지역은 문화예술교육 참여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전남은 서부권, 중부권, 동부권, 광주 인근권으로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눠져 있다. 권역별 구심점 역할은 기초센터가 적합할 것으로 본다. 기초센터 설립이 이뤄지려면 기초지자체의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조례 제정 등을 통한 제도적 추진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다음에 생활권 중심의 추진체계 구축으로 문화예술교육 접근성 제고 및 수요자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사회 문화예술교육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초지자체별 문화예술교육 지원 조례 제정으로 기초센터 위상이 정립되면 생활권 중심의 기초 단위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운영 방안이 마련될 것이고 광역센터를 중심으로 생활권(기초) 단위의 기초센터 연계한 사업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기초 단위의 구심점인 기초센터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자발적인 생활권 네트워크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고 ‘문화지소’를 연대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이 될 때까지
전남 문화예술교육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 등을 나열해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전라남도 문화예술교육 계획」 수립이 첫걸음이었고, 계획에 따른 세부 사업 실행도 이제 시작이다.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올 한 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가장 큰 성과는 22개 시·군 문화예술교육 실행 주체 및 단체가 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문화지소 2곳이 문을 열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하지만 배부를 그날을 기대한다. 지역민들이 문화예술교육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자생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일상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일상이 되는 그날까지,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으로 모두의 삶을 담아내는 그 날까지, 작은 문화지소에서 큰 울림이 있을 그 시간, 그 공간을 나 역시 기다려본다.
사진제공 _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 김수재
-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10년 넘게 공부했다. 이후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입사했고, 현재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교육팀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spoonsj@jac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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