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과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EBS)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을 위해 2017년 MOU를 체결한 이후,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영향력을 전달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왔다. 특히 2018년에는 예술가와 유아가 함께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담아낸 <예술아 놀자> 등 총 20편의 유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였으며, 그 중 ‘돌 보롬 낭 소랑소랑’ 편은 지난 3월 한국PD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아르떼365에서는 프로그램 제작을 총지휘한 EBS 남선숙 유아특임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본 철학과 교육진흥원과의 협업과정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EBS에 재직하시며 유아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고 계신다. 특히 EBS의 간판 프로그램인 <방귀대장 뿡뿡이>는 제작 초반부터 직접 참여하신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유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방귀대장 뿡뿡이>가 2000년 3월 처음 방송되었으니 만 20년째다. 방귀를 뀌는 ‘뿡뿡이’란 캐릭터는 당시 엽기적이라는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탄생했다. 카메라를 향해 엉덩이를 돌려대고 ‘안녕 방귀’를 뿜어내며 인사하는 주황색 탈인형에 당황한 몇몇 어른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글에 “방귀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만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시청해보시면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교육적이고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라고 댓글을 단 이는 제작진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뿡뿡이를 시청하던 엄마들이었다. 프로이트의 발달 단계상 구강기를 넘어 항문기로 진입한 24개월에서 48개월 사이의 시청 대상 유아들은 시원하게 방귀 소리를 내며 신나게 노는 뿡뿡이를 재미있어했고, 함께 시청하던 성인들은 신문지를 찢고 흔드는 단순하고 초라한 놀이가 아이들의 대근육, 소근육 발달과 눈과 손의 협응력, 인지와 정서 발달에 유의미한 교육 활동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재미가 의미를 갖게 되고 의미가 재미를 가지면서, 이제 아이들은 신문지를 찢으며 논다고 혼나지 않고 엄마 아빠와 함께 신문지공을 만들어 놀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교육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뭘 가르쳐야 교육이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어른들의 생각에 약이라고 주었던 것이 독이 될 수 있고, 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약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을 잘 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해야 그제야 아이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아이들이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지. 이것이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듀서로서 지금도 궁금하고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주제이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교육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뭘 가르쳐야 교육이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어른들의 생각에 약이라고 주었던 것이 독이 될 수 있고, 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약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을 잘 보고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해야 그제야 아이들이 보인다. 아이들이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 아이들이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지. 이것이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듀서로서 지금도 궁금하고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주제이다.
현재 EBS 유아어린이특임국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어린이와 부모님이 EBS 유아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것을 알게 되고 발견하기를 기대하는가?
지금은 다채널 다매체 시대이다. 아이들이 방송 시간을 기다려서 TV를 보는 게 아니라 IP TV나 유튜브, 온라인 게임을 한다. 실제로 지상파의 위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제는 3~4살만 되어도 통제나 관리를 하지 않으면 혼자서 유튜브에서 연관 콘텐츠를 끊임없이 시청한다. 그중에는 장난감 언박싱(unboxing)을 비롯해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가 볼 때는 아이들에게 너무 과도한 자극이 주어지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 것을 볼 때마다 EBS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유튜브 등 모바일 콘텐츠들은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나 교육적인 내용과 자문이 심층적으로 들어간 교육 콘텐츠를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스토리텔링이 깊고, 더 많은 전문가가 협업해서, 교육성이 높은 프로그램,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접할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우수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EBS가 국민들에게 해야 할 공익적인 책무이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2017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과 유아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협력을 진행해 왔다. 두 기관의 협업에 어떤 시너지가 있다고 보시는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동안 EBS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우리가 관행적으로 하던 프로그램 제작보다 훨씬 심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3년 전부터 EBS와 교육진흥원 간에 좋은 협력관계가 생겨서 첫해부터 유아 예술 관련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첫해에는 <딩동댕 유치원> 제작진이 파일럿을 개발했고, <방귀대장 뿡뿡이> 쪽에서 파일럿과 개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18년에는 조금 확장된 형태로 신규 프로젝트 <예술아 놀자>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이 시리즈는 예술가와 아이들이 협업하는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저와 안소진 유아어린이부장이 적극적으로 콘셉트를 잡았고 외주제작팀이 열심히 제작에 임했다. 사실 개별 프로그램에 깊숙이 개입하는 일은 많지 않지만, 교육진흥원과의 협력 프로젝트인 데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깊었다. 교육진흥원과 협업하면서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는 최정화, 남인우, 김준, 김이박 등 예술가를 같이 섭외하고 함께 회의하면서 전체적인 콘텐츠의 방향성을 함께 잡아나갈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콘텐츠 유통 또는 홍보 등에서도 함께하며 시너지를 계속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유아어린이 예술교육 콘텐츠를 교육진흥원과 함께하고 싶다.
2018년에는 <예술아 놀자> <아티스트>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발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간 EBS에서 시도했던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예술아 놀자>는 처음부터 아이들과 예술가가 협업하는 프로젝트로 콘셉트를 잡았다. 예술가가 하루 선생님이 되어서 예술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도 작가다’라고 보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각이나 주장, 왜 그렇게 했는지가 중요했다. 제작팀에 “아이가 작가임을 잊지 말아 달라, 아이의 생각을 담아 달라”라는 주문을 계속했다. 그 말이 무엇인지 깊이 공유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어떤 방향을 정하고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작품들을 만들지 궁금해하는 차원에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 중요했다. 예술가들을 만나 보니, 그분들도 그러길 원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그냥 수업에 참여하는 존재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그 작품에 함께 했다는 점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로 아이들에게 다가갔고, 자신의 예술 철학을 담고자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예술가가 있는가?
모든 편마다 초기 기획 회의서부터 공을 많이 들였다. 기획 회의도 3~4차례 했을 뿐 아니라 구성안, 초안 원고서부터 가편집, 수정 편집까지, 모든 프로젝트 영상을 여러 번 보았다. 예술가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아이들이 돋보였던 프로젝트가 그렇다.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하는 김준 작가와 제주도 섬 소녀는 ‘작가의 소리 상자’라는 콘셉트를 따라가 보고 나중에는 모바일폰으로 놀이터에서 작업해서 자기의 소리 상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작가의 콘셉트와 과정에 참여한 아이들이 어떤 감성을 갖고 자기 일상에서 또 다른 예술가가 되어 나름의 재창조를 거쳐 자기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정말 좋았다.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오디오 수준으로 소리를 접하는 것은 신세계였을 것이다. 아빠의 모바일폰으로 삐거덕거리는 그네 소리, 발로 쾅쾅하는 소리를 담았는데, 아이의 해맑은 표정이 좋아서 그 작품이 마음에 든다. 우리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 방향과 제일 맞아떨어졌다.
최정화 작가와 초등학교 수십 명의 아이들이 폐장난감을 가지고서 자기들의 작품을 만든 것도 있다. 최정화 작가는 굉장히 많이 열려 있는 분이셔서 아이들에게 색깔별로 장난감을 모으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지시를 안 했는데, 붉은색 장난감을 한군데 모으기 시작한 아이들은 벌써 태양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색깔에 감성이 있었다. 모으라고 했을 뿐인데 벌써 작업을 시작했다. 이것을 보면서 애들한테는 따로 지시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집체 작업을 하다 보면 서로 삐지고 토라지기도 하는데 그걸 다시 중재해 내는 것이 그 안에서 보였다. 그 과정을 옆에서 목도하고 자기들끼리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바라보는 재미도 있어서 이 프로그램도 좋았다. 이렇게 말씀드렸지만 모든 예술가와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웃음)
최정화 작가와 초등학교 수십 명의 아이들이 폐장난감을 가지고서 자기들의 작품을 만든 것도 있다. 최정화 작가는 굉장히 많이 열려 있는 분이셔서 아이들에게 색깔별로 장난감을 모으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지시를 안 했는데, 붉은색 장난감을 한군데 모으기 시작한 아이들은 벌써 태양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색깔에 감성이 있었다. 모으라고 했을 뿐인데 벌써 작업을 시작했다. 이것을 보면서 애들한테는 따로 지시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집체 작업을 하다 보면 서로 삐지고 토라지기도 하는데 그걸 다시 중재해 내는 것이 그 안에서 보였다. 그 과정을 옆에서 목도하고 자기들끼리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바라보는 재미도 있어서 이 프로그램도 좋았다. 이렇게 말씀드렸지만 모든 예술가와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웃음)
시청자들의 특별한 반응이나 피드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요즘 부모님들은 상당히 의식 수준도 높고 아이들에게 문화적 소양을 키워주려는 욕구도 크다. 개별적인 피드백은 못 받았지만, 전문가와 예술가와 아이들이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저 현장에 우리 애들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얘기한 분들도 있는 것 같았다. 외부적으로는 제작팀에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제안도 들어왔다. 그리고 대외수상의 소식들도 이어지고 있다. <예술아 놀자> 프로그램 중, 김준 작가와 함께 한 ‘돌 보롬 낭 소랑소랑’ 편은 한국 PD연합회가 주는 ‘이달의 PD 상’을 수상하였다. 이런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신 교육진흥원과 참여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린다.
이번에 기획된 프로그램의 최종 검수에도 직접 참여하시며 방영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하는 모습에서 미디어의 파급력과 중요성에 대한 국장님의 진지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었다. 사실은 제가 오래 전에 콘셉트를 기획했었고, 또 직접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라서 제작진을 많이 부러워했다. 현장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직접 느끼고 싶었는데 그럴 수는 없어서 가편집부터 마지막 파이널까지 자막 하나하나 다 같이 얘기했다.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은 ‘한 땀 한 땀’이다. 정말 한 컷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제작자들의 피와 땀이 들어가는 만큼 프로그램이 나온다. 보여주면 안 될 것은 가려야 하고, 보여주더라도 그냥 무작정이 아니라 소화할 만큼 잘 손질해서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이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재밌어할까? 무슨 영향을 끼칠까?’ 다 생각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예술가들과 작업하면 매번 아이템이 달라지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제작팀도 새로운 분들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면서 자양분을 얻는 것이니만큼 재미있어했다. 같이 했던 예술가들도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이 너무 좋았다는 평을 해주셔서 잘 되었던 것 같다.
그간 수차례 기획 회의를 진행하면서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점을 강조하셨다. 예술이 유아기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는가? 유아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효과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조카가 자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면 – 그것이 책일 수도, 엄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일 수도, 길을 가다가 가로등에 비친 그림자일 수도 있는데 – 이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생각을 만든다. 그 생각이 어느 순간 툭, 하고 흥얼거림이거나 몸짓, 긁적임이나 그림의 형태로 나온다. 아이들은 순간을 포착하고 그 인상으로 자기가 어떻게든 표현해 낸다. 어른들은 백지에 그림을 그리라면 엄청 부담스럽다. 그러나 아이들은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보면 낙서 같더라도. 아이들은 결국 예술가이고 창의성과 표현력에 있어서 거침이 없는데, 왜 어느 순간부터 그 반짝거림이 사라지는 것일까? 왜 아이들이 다 똑같게 될까? 물론 발달 단계상 상징체계라든가 기호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별은 이렇게, 사과는 이렇게, 얼굴은 이렇게 그려야 되는 거야’라고 인식하게 되는 순간부터 도식화된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아이를 평가하고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부터 발랄한 창의성이나 상상력, 예술적 표현을 거침없이 해내는 당당함들이 죽는 것 같다.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인정해주면 되는 것을 ‘왜 하늘은 이 색깔이야?’ ‘왜 여백을 다 안 칠했어?’ ‘강아지 꼬리는 왜 없어?’라고 한다. 아이들은 이미 무한한 잠재력과 예술을 평생 즐길 수 있는 소양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런데 평가나 규제 속에서 이것이 다 깎여나가고 결국은 어떤 시도도 안 하게 된다. 과제처럼 주어지고 평가 점수가 매겨진다면 누가 기꺼이 즐겁게 예술을 즐길 수가 있겠나. 그렇게 해서 없어지는 것들이 아깝다.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같이 이해하고 같이 즐긴다는 생각으로 예술을 바라본다면 우리 인생이 훨씬 여유 있고 예술을 향유하기에 적합하게 되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유아를 위한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사실은 그림으로 코딩을 배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싶은데 예산이 없어서 못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코딩을 자연스럽게, 스케치북에 그리던 것을 디지털 스케치북에 그리면 되는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기본은, 아이들의 상상력이다.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주도적인 자발성, 협업할 수 있는 능력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중요해진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상상력, 인성, 이러한 부분들이 결국은 핵심역량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예술교육처럼, 자기가 일상에서 주목하여 바라보고 그 안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고 싶은 어떤 열망, 열정, 의욕, 주도성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정답을 찾는 것은 컴퓨터가 다 할 것이고, 답이 없는 것,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능력, 이것이 결국은 인간에게 남은 능력이다. 그것의 가장 밑바탕은 인성이라고 본다. 누군가를 공감하고 연민도 가지고 도와주고 싶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사람, 같이 협력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욕을 가진 사람이 바람직한 미래 인재상이라고 본다. 그런 아이들을 키워내려면 우리의 교육이 어떻게 나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예술이 한몫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예술에는 답이 없으니까. 컴퓨터 화가도 있고, 컴퓨터 작가도 나왔지만, 그것은 이미 있는 것에서 발전시킨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을 만들어 낼 능력은 컴퓨터에 없다.
EBS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님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자라게 하면 좋겠다. 실패하지 않는 성공은 없지 않나? 두 번째는 아이들이 놀지 않는 것이 정말 큰 문제라는 것을 어른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노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뛰어나가 놀아야 한다. 놀지 않으면 아이들은 병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고 유튜브에서 영상이나 보는데, 제대로 된 영상도 거의 없다. 그런데 부모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가 학습지 안 하고 한글 모르는 것은 문제고, 코딩 안 하는 것은 불안해하면서, 나가서 뛰어놀지 않는 것이 정말 문제고 그게 진짜 아픈 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아이들이 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본다. 이렇게 얘기하는 저는 사실 싱글이지만……. (웃음) 그래도 결론은 밖에 나가서 놀게 할 것이다. 책 읽기보다도 나가서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아를 위한 예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 예술교육자 혹은 학부모가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태도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
제가 직접 아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1992년에 EBS에 입사했으니 거의 25년 넘게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이의 마음은 줌인(zoom in)으로 들어가서 봐주어야 하고 아이 자체는 줌아웃(zoom out)으로 지켜보고 관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마음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부모가 살펴봐야 할 때가 있다. 많은 부모가 자기 아이를 잘 못 본다. 아이가 혼자인 경우가 많고 비교 대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방귀대장 뿡뿡이> 녹화할 때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스펙트럼이 보인다. 조용하지만 생각이 깊은 아이, 발랄하고 개구지고 몸이 먼저 나가는 아이, 유쾌한 아이……. 결국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봐주고 개체로 떨어져 나와서 관찰하고 기다려주어야 할 때가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이다. 예술가나 선생님도 다 마찬가지 생각을 할 것 같다. 사실 아이들은 잘 관찰하면서 위험한 것만 치워주고 많이 허용해주면, 오히려 약간 방임하는 것이 건강하게 자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다.
남선숙
EBS 유아어린이특임국장. 1992년부터 유아, 어린이 프로그램 PD로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하였다. EBS 내 유아어린이특임국은 애니메이션과 라이브액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제작부와 관련 IP와 캐릭터를 관리하고 사업화하는 유아어린이사업부로 구성되어 유아어린이 콘텐츠 제작과 사업의 전반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사진 _ 이재범(pov스튜디오) andy45a@naver.com
- 기획 _ 국제협력팀
정리 _ 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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