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은 이제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무용, 미술, 음악 등 각각의 장르에 기술이 활용될 뿐 아니라 기술을 통해 각 예술 장르를 넘나들기까지 하는데요. 이러한 예술과 기술의 결합은 기존의 예술이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과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예술에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는 특별한 사례들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의 몸과 기술이 만났을 때
첫 번째 사례는 무용 공연과 기술의 환상적인 만남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아티스트 다이토 마나베(Daito Manabe)가 이끄는 팀 라이조마틱스(Rhizomatiks)와 퍼포먼스 아티스트그룹 일레븐플레이(Elevenplay)의 놀라운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인데요. 라이조마틱스와 일레븐플레이는 드론과 레이저, 홀로그램 등을 무용 공연에 완벽하게 녹여내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합니다.
지난 2015년 마나베와 일레븐플레이는 드론과의 콜라보 댄스 ‘쉐도우(Shadow)’, ‘24드론(24 Drones)’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그 바로 다음에 3D 프로젝션 기법을 이용한 공연 ‘라이트 브레인(Right Brain)’으로 새로운 리얼리티를 만들어냈습니다. 무용수들은 마치 빛나는 별을 조작하는 것처럼 움직이며 인간의 몸과 기술이 결합한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줍니다.


자연이 만드는 예술적 하모니
이번에는 자연과 기술의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미국의 아티스트 데이비드 보웬(David Bowen)은 자연의 모습을 예술의 형태로 보여주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물의 흐름을 구조물에 재현하여 보여주거나, 구름의 움직임을 피아노의 연주로 바꾸어 들려주는 식인데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첫 번째 작품은 지난 2011년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의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되었던 설치작품 ‘지금 현존하는 물(tele-present water)’입니다. 이 작품은 바다에 띄운 부표에서 파도의 흐름을 측정해 갤러리에 있는 조형물에 그 형태를 재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부표가 측정한 물의 물리적인 움직임은 격자 구조로 변환되어 먼 거리에 있는 설치물에 투영됩니다.
먼 곳의 바다가 보여주는 물의 움직임이 전시 공간 안에 그대로 재현되는 것인데요. 자연이 만들어내는 모습도 경이롭지만, 자연과 기술을 결합하겠다는 발상을 기술을 통해 실현한 아티스트도 무척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2016년에는 LED 스트립을 이용해 파도를 묘사하는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2011년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된 ‘지금 현존하는 물(tele-present water)’


지난 2016년 LED 스트립을 이용해 파도를 묘사하는 형태로 발전
구름이 어떤 소리를 낼지 상상해보신 적 있나요? 앞서 물의 흐름을 구조물로 형상화했던 데이비드 보웬이 이번에는 구름의 움직임이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를 들려줍니다. 지난 2014년 프랑스의 생테티엔(Saint-Etienne)에 있는 어썰트 드 라 메뉘이즈리(L’assault de la Menuiserie)에서 전시되었던 ‘클라우드 피아노’는 구름의 모양에 따라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카메라가 하늘의 구름을 촬영하면 AI가 형태와 움직임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아노에 달린 수십 개의 로봇 팔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립니다. 하늘의 구름이 주체가 되어 작곡을 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하늘에서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또 모양을 바꾸고 또 소멸하는 구름의 모양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연주를 들어볼 수 있답니다.


음악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
이번에는 뮤직 아티스트와 3D프린팅 엔지니어, 모바일 앱 개발자가 뭉쳤습니다. 인터내셔널 시너스 씨지아(Intentional Synesthesia)의 CEO, 앨리슨 우드(Allison Wood)는 보이지 않는 음악을 물리적인 형태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레이피(Reify)’라는 음악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는 협동 프로젝트로, 음악의 물리적인 형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우선 음악가들이 작곡한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토템*(Totem)’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3D 프린터로 인쇄합니다. 각각의 토템은 완전히 독특한 모습을 지닌 고유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제되어 만들어진 시각적 형상물만으로도 충분히 멋지지만, 더 놀랄만한 일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앱을 다운 받아 실행하고 휴대폰 화면을 토템 쪽으로 향하게 하면, 음악에 따라 토템 주변에서 생성되는 증강현실을 경험해 볼 수 있는데요. 각각의 토템이 보여주는 증강현실의 모습은 모두 다양하고 독특합니다. 어떤 것은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고, 어떤 것은 가상현실의 탐험 같이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음악을 작곡한 뮤지션들의 머릿속에서 벌어졌던 창조의 과정을 눈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네요.
* 토템: 특정 집단이나 인물에게 종교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야생 동물이나 식물 등의 상징

이제까지 예술과 기술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예술작품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함께 작업하는 것이 인상 깊었는데요. 마이조마틱스는 무용팀 일레븐플레이와 합작한 무용공연을, 프로젝트 레이피(Reify)는 뮤지션, 엔지니어, 앱 개발자가 함께 모여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는 증강현실(AR) 인터랙티브아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기술은 이전에 실현 불가능했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예술의 범주 자체를 확장해 줍니다. 태평양에서 흘러 다니는 물의 흐름을 재현하는 구조물이 전시장에서 예술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는 데이비드 보웬의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기술의 힘으로 상당 부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창의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증강현실 레이피(Reify) 프로젝트를 이끈 앨리슨 우드는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양한 예술가와 기술자를 모아 후원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기술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만큼,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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