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연구

마크 론데스버로우(Mark Londesborough) 영국왕립예술협회(RSA) 창의학습 디렉터

영국왕립예술협회(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 이하 RSA)는 1754년 설립된 영국 학문 간 융합 연구기관이다. RSA와 영국문화원 및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7-2018 한영상호교류의 해를 계기로 예술-창의교육 분야에 대한 양 국 간 이해를 돕기 위해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양국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뜻깊었던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한 RSA 창의학습 디렉터 마크 론데스버로우(Mark Londesborough)를 만났다.

먼저, RSA 설립 배경과 목표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RSA는 계몽주의 시대이자 산업주의 초기에 설립됐다. 당시 사회 변화가 역동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사회 구조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기회나 역량을 가지지 못했다. 이에 RSA는 20세기의 계몽을 비전으로 삼았고,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며 협력적으로 행동하도록 노력해오고 있다. 과학, 경제, 교육, 예술 등의 여러 분야 종사자들이 협회 회원으로 속해 있다. 이들은 변화를 통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도전 과제를 해나가고 있다.
예술이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것이고, 서로를 연결해서 이해하고 각자의 경험을 얘기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사람들이 주도권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RSA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꿀 수 있도록 동기와 자신감을 제공하고자 한다.
RSA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RSA는 세 가지 주요 부문(정부정책 부문, 경제 발전 부문, 창의 학습 부문)으로 이뤄지며, 그 중에서 창의적 학습 및 발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부서에서 담당하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예술교육자와 교사가 다양한 예술교육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정책 연구를 한 다음에 현장 실행가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도록 지원한다. 즉, 정부 정책과 현장 실행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주요 관심사를 반영한 RSA의 연구는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예술교육자와 교사의 창의성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예술을 통한 학업성취도 향상 여부뿐만이 아니라, 교육현장의 실무자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들이 철저한 훈련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성공한 경험이나 주관적인 경험만을 토대로 교육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주목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육에 적용 할 때 아이들에게 어떤 실질적 차이가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용 이후 교육방식을 평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좋은 것을 막연하게 실행에 옮기는 게 아니라, 좋은 방식이 있다면 그것이 왜 좋은지 알아내고 어떠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를 파악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들을 공유하고 활용하게 하고자 한다.

최근 영국 내 문화예술교육이 실현되는 부문에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들었다.
영국의 경우 문화예술교육은 정부 정책에서 먼저 나온 게 아니라, 현장과 다양한 트렌드에서 시작됐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예술교육과 관련해서 창의교육의 관점보다는 예술을 교과에 어떻게 녹여낼 지와 같은 지식 기반의 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영국은 지역별로 교육체계가 차이가 있고,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판단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 영국의 교육정책이 영어, 수학, 과학 등 성과를 드러내는 교과 영역에 집중하면서 예술교과의 시수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에 영어, 수학 등의 시험이 생긴 이후 교사들이 예술교육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거나 이전에 예술교육을 중시했던 사립초등학교 마저도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전반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감소했는데 이 때문에 예술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RSA도 학교에서의 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이와 관련해서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알아내고 이를 공유하려 한다.
예술교육 관련 인력들의 현황은 어떠한가.
영국에는 무용, 연극, 미술, 음악 교사 등의 예술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들이 있다. 학교 활동을 도와주는 문화 분야의 여러 기관도 있다. 이들이 하는 일 중의 하나로 학교 교과 과정에 기여하는 예술가 또는 예술교육자를 파견하는 활동을 한다.
단, 예술교육에 대한 연수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의 질을 확인하거나 보장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아닌 예술교육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들의 실천방식이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예술교육자가 교육 내용을 스스로 평가하고 해당 내용을 교사에게 전달함으로써 모두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술교육자들의 역량 증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달라.
버밍엄(Birmingham)에 있는 10개 초등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이 학교로 드라마를 가지고 와서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했다. 이와 더불어 초등교사와 예술교육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했으며, 37명의 교사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당 1명 이상의 교사가 참여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드라마 기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어떻게 교육할 지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도록 하고, 이들이 낸 아이디어를 예술가와 함께 실행해보도록 지원한다. 또한, 월별 평가회의를 통해 어떤 부분이 효과적이었는지, 혹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논의한다. 1년 과정이 끝날 때는 예술 작업이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 개선에 도움을 주었는 지 평가하며, 드라마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는 방법도 연구한다.

2017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과 만났는데, 참여 소감이 궁금하다.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과 비슷한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예술강사와 교사와의 관계, 대중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과 신뢰, 정부 정책의 현실성 등이 비슷하다. 영국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국가기관을 설립하여, 국가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협력 방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RSA는 영국정부와 현장 실천가 모두에게 비판적인 친구이다. 국가기관이 아니라서 그만큼 더욱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객관적인 의견을 주는 파트너가 되리라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서 RSA 연구 결과도 활발하게 공유하고 싶다.
영국왕립예술협회(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

  • · 기관 미션 : 가장 시급한 사회적 과제의 해결에 필요한 계몽적인 사고와 협력적 행동을 위한 환경의 조성
  • · 활동 방향 :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 다양한 기술의 활용, 훌륭한 아이디어의 식별, 시험과 육성, 홍보와 공유
  • · 주요활동
  • – 공공 서비스와 지역사회(Public Services & Communities)
  • – 창의 학습과 발전(Creative Learning & Development)
  • – 경제, 사업과 제조(Economy, enterprise & manufacturing)

마크 론데스버로우(Mark Londesborough)
마크 론데스버로우(Mark Londesborough) 영국왕립예술협회(RSA) 창의학습 디렉터

RSA에서 창의적 학습 및 발전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예술강사와 교사가 어떻게 하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실무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다.

홍유진_정책연구팀장
홍유진_정책연구팀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정책연구팀장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사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조사 분석, 정책연구, 정책협의체 등을 담당하고 있다.
yjhong@arte.or.kr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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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um Baek 2017년 06월 13일 at 10:09 AM

    영국에서 음악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런던이 아닌 북부지방에사 공부를 하고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실히 영국이 한국과는 다르게 실행활 속에서 음악 및 예술 접근성이 높다는것을 매번 보고 느낍니다. 도시마다 예술활동을 할수있는 단체나, 갓난아기들도 입장할수있는 무료 공연등이 워낙 많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이 교육의 한부분 이라기보단 자기 일상생활속의 한부분으로 인식되어져 가는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 얼마전 설문조사도 완료하였었는데, 확실히 교육보다는 일상생활속의 음악을 강조하더라구요!!

    • author avatar
      arte365 2017년 06월 15일 at 2:20 PM

      네, 맞습니다. 일상 속의 예술이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심리학, 근사한 전공을 가지고 계시군요. 부럽습니다.

      • author avatar
        Areum Baek 2017년 06월 17일 at 7:38 AM

        한국에서 피아노교육, 통합예술교육 쪽으로 활동 하다가 음악심리학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러 날아왔네요 ^^ 하하, 근사하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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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um Baek 2017년 06월 13일 at 10:09 AM

    영국에서 음악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런던이 아닌 북부지방에사 공부를 하고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실히 영국이 한국과는 다르게 실행활 속에서 음악 및 예술 접근성이 높다는것을 매번 보고 느낍니다. 도시마다 예술활동을 할수있는 단체나, 갓난아기들도 입장할수있는 무료 공연등이 워낙 많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이 교육의 한부분 이라기보단 자기 일상생활속의 한부분으로 인식되어져 가는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 얼마전 설문조사도 완료하였었는데, 확실히 교육보다는 일상생활속의 음악을 강조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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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365 2017년 06월 15일 at 2:20 PM

      네, 맞습니다. 일상 속의 예술이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심리학, 근사한 전공을 가지고 계시군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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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eum Baek 2017년 06월 17일 at 7:38 AM

        한국에서 피아노교육, 통합예술교육 쪽으로 활동 하다가 음악심리학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러 날아왔네요 ^^ 하하, 근사하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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