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화예술교육 옵저버토리 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며 회원기관 간 지속적인 논의와 공유의 장을 마련하여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해오고 있다. 지난 5월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기간에 열린 회원기관 관계자 회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싱가포르 난양대학교 교육예술연구센터장 치후 룸(Chee Hoo Lum)으로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예술교육의 위치와 예술교육 발전을 위한 국제네트워크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짧은 방한일정으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치후 룸
한국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싱가포르 난양대학교 국립교육원 시각·공연예술학과(Visual & Performing Arts Academic Group)의 부교수이자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실행계획(Asia-Pacific Action Plan) 발의 이후 설립된 옵저버토리 일환인 국립교육원 예술교육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연구의 주요 관심 분야는 문화정체성, 문화다양성, 다문화주의, 음악교육에서의 테크놀로지와 세계화, 어린이의 음악적 문화, 창의력과 즉흥성, 초등음악교육 방법론 등이다.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참여한 소감,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받은 인상 등 이번 방한 기간의 경험이 궁금하다.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에 참석했는데, 3국 정부가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어젠다를 실행하고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고 포럼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현장 전문가의 각으로 각국의 예술교육 현황을 알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행사장 일대에 배치된 아트큐브들도 재미있었다. 예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고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큐브에 담아낸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또한 주간행사 기간 동안 옵저버토리 회원기관 관계자 회의 자리를 마련해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번 회의에서 전문 인력 개발과 각국의 우수사례 공유 등 회원 기관 간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할 수 있었다.
주요 연구 분야라고 말씀하신 문화다양성, 다문화주의, 세계화, 창의력, 즉흥성 모두 흥미로운 키워드들이다. 이것이 예술교육과 결합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또 예술교육 전문가로서 이러한 키워드들이 국제사회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예술교육의 행보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주요한 도전들은 국제적 이동,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를 통한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편협함에 기인한다. 문화예술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보존, 강조하려는 국가들이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이에 따른 이주자에 대한 사회적 소외 악화, ‘다르다는 것’에 관용적이지 못한 사람들의 인식에서 오는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국가 간 경계는 인종적, 민족적 구분을 넘어서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다름과 다양성이 드러나는 일상생활을 깊이 바라보고, 타인, 조합(fusion), 새로운 정체성을 이해하는 과정으로써 ‘예술을 통한 비판적 대화(critical dialogue)’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오래된 것, ‘내 것’을 이어가고 강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통합을 향한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대화를 통해 오래된 것으로부터 드러나는 새로움, 여러 가지의 조합과 결합의 결과로 탄생하는 새로움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즉흥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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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도하고 있는 유네스코 유니트윈(UNITWIN, University Twining and Networking)의 연구 주제가 이러한 문화다양성, 상호이해의 이슈와 예술교육을 연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니트윈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유니트윈은 각국의 대학·기관 간의 국제협력을 통한 교육 분야 연구를 위해 1992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프로그램이다. 유니트윈에 참여하는 기관은 유네스코 프로그램과 지향하는 목표점을 향해 협력하게 된다. 현재 교육진흥원을 포함한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제안한 유니트윈은 ‘문화다양성과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예술교육 연구(Arts Education Research for Cultural Diversity and Sustainable Development)’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유네스코 본부가 검토 중에 있다.
주요 목표와 연구주제의 범위는 세계 각국의 예술교육 실천·교육방법·정책을 모니터링하고, 그 사례를 맵핑(mapping)하는 것과 문화다양성·유산을 보전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예술과 예술교육, 예술교육에 내재된 창의적 과정, 예술교육을 통한 상호문화적·초문화적 대화 등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예술교육의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을 살피는 데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예술교육연구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Research in Arts Education, INRAE)에 교육진흥원과 아태지역 옵저버토리 회원기관을 포함하여 다양한 커뮤니티와 정보허브 및 우수 유관 단체, 지역센터 등 더 많은 기관들이 합류하게 되면서, 앞으로 예술교육연구 국제네트워크가 더욱 공고해지고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국제적 네트워크가 해야 할 역할을 무엇이며, 실효성 있는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국제협력에 있어 공통된 목표의식을 가진 당사자 간 비판적인 대화(critical dialogue)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끊임없는 소통으로 모두에게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도출하는 것이다. 국제네트워크의 역할은 다양한 기관과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공유한 관심분야와 주제가 다른 국가에서는 어떤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의견에 대한 상호이해가 명확해지도록 하는 것에 있다. 국제네트워크는 각 지역 단위가 직면한 문화예술교육의 최신 이슈와 도전 과제들을 국제적 단위로 끌어옴으로써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곧 스페인에서 국제예술교육연구네트워크 관계자 회의(2016.6.1~6.3)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 다루어질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스페인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국제협력을 위해 유럽 관계자들과 함께 예술교육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국제예술교육연구네트워크 기존 회원과 신규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유니트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실현 가능 정도에 따라 연구, 출판, 컨퍼런스 등에 대한 주제를 정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예술교육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부각될만한 이슈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예술과 (국가·사회·문화·개인적) 정체성의 관련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이라 생각된다. 그 외에 다양한 모습(facades)을 한 예술과 창조성, 예술과 테크놀로지, 형식·비형식·무형식의 다양한 영역과 예술 간의 교차점 역시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끝으로 교육진흥원과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혹은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성과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다른 국가들이 모델로 삼거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사회 내의 다양성과 통합에 대한 이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좀 더 활성화 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다문화인구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환경에서, 예술이 이러한 이슈에 대한 비판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치후 룸
치후 룸 Chee Hoo Lum

현재 싱가포르 난양대학교 국립교육원 부교수, 예술교육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제커뮤니티음악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mmunity Music, IJCM) 편집위원, 국제예술교육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ducation and the Arts, IJEA) 부편집위원 등 음악, 예술교육 관련 저널에서 편집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예술교육연구네트워크 운영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음악교육연구심포지엄(Asia-Pacific Symposium for Music Education Research, APSMER) 이사회 회원 등 예술교육 관련 연구 및 협력을 위한 국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술교육의 상징적 실행: 싱가포르에 대한 국제 다이얼로그』 『아태지역 아동의 음악적 유년기』 등이 있으며, 최근 공동저자로 참여한 학술서적 『살아있는 전설을 가르치는 것: 전문성 개발 및 21세기 음악 교육자를 위한 레슨』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김다빈
정리 _ 대외협력팀 양혜진 주임
hyejinyang@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