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 피어나다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르떼 펠로우’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자 육성을 위한 ‘아르떼 펠로우’ 행사가 5월 22일(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 강당에서 진행되었다. 올해 행사 슬로건 – ‘예술, 스스로 피어나 서로를 물들이다’ – 이 이야기하듯, ‘아르떼 펠로우’는 예술과 교육이 만나는 장(場)에서 청년이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 성장하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예술가와 예비 기획자들에게 다양한 장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기획자와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4월 진행된 사전 공모에 총 61개 팀이 접수했고, 1차 서류심사를 거친 12개 팀이 5월 22일 프로그램 기획안 발표와 시연에 참여하였다. 최종 선정된 6개 팀은 올해 하반기 진흥원 기획사업인 농어촌 및 도서산간지역 주민 대상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과 고3‧수험생 대상의 ‘상상만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실제로 사업을 실행하게 된다.
  • 첫 번째 발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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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싹들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
“놀이는 어떤 고정된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수행되는, 그리고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그러나 절대적 구속력을 갖는 규칙에 따라 수행되는 자발적인 행위 또는 일로서, 그 자체의 목적이 있으며, 또 거기에는 어떤 긴장감과 즐거움이 따르며, ‘일상생활’과는 ‘다른’ 것이라는 의식이 따른다.”

–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중에서

경연 방식에 대한 각자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경쟁에는 놀이의 긴장감과 즐거움이 일정 정도 담겨있다. 열심히 만들고 다듬은 발표 자료와 원고, 늘 촉박하기만 한 발표 시간, 떨리는 목소리, 격려와 응원의 박수, 생각처럼 유도되지 않는 객석 반응, 그러다 갑자기 빵 터지는 웃음. 이 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아르떼 펠로우’ 발표의 장 역시 각 팀이 정성껏 준비한 프로그램 기획안, 제작 키트, 맛보기 공연 등이 어우러져 소박한 놀이와 작은 축제의 자리가 되기도 했다. 평소 각자의 예술작업 또는 교육프로그램에 갇히기 쉬운 기획자들과 교육자들에게는 진지한 상호학습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정민룡 광주북구문화의집 관장, 현혜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는 12개 참여 팀들의 개별 발표와 시연이 끝날 때마다 날카로운 심사평과 현실적인 조언을 넘나들며 현장의 긴장감과 집중감을 높였다.
이야기,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기
농어촌 및 도서산간지역 주민 대상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은 개조한 버스, 트럭 등으로 전국을 찾아가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이 분야에 지원하여, 1차 선정된 6개 팀은 춤, 미술, 건축, 인형극, 아트북 등 다양한 장르를 기반으로 아동 및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창작집단 움스’의 <동네방네 춤 발명가>는 아이들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이 몸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감각놀이, 춤 악보, 이야기 끌어내기 등 여러 요소를 활용하여 현장의 즉흥성을 반영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하여 호응을 얻었다. ‘톡톡창의’의 <면사포 휘날리며~ 그 시절로 돌아가요!>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왔던 단체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하여 기획되었다. 노년의 로망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웨딩드레스에 주목하여 도일리 페이퍼로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냅킨아트 형태의 드레스룸 극장을 마련하여 어르신들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리마인드 웨딩도 해본다는 발상이다. 각종 재료와 드레스 의상까지 꼼꼼하게 준비하여 인상적인 시연을 보여주었다. ‘발견 프로젝트’는 콩 악세서리로 포인트를 주고 등장한 2명의 배우로 이뤄진 팀으로 어린이 대상의 <살짝 콩, 깜짝 콩?, 활짝 콩!>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콩’에 주목한 체험, 공연, 아트북 만들기를 제안하였다. 배우 팀의 강점을 살려 메주콩이 등장하는 맛보기 공연도 살짝 공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주변의 흔한 소재인 소쿠리와 실로 탐색(Outside-in)과 협업(Inside-out) 작업을 제안한 ‘행행’의 <고물꼬물~ 상상공방>, 청년 소셜벤처 ‘플레이빌드’가 화성 속 돔, 꿈꾸는 놀이터, 30년 후 나의 집을 주제로 제안한 어린이 건축 프로그램 <만들고 놀자! 플레이빌드>, ‘프레임in’의 구체관절인형을 통한 일종의 캐릭터 놀이 프로그램인 <찾.칵!(찾았다, 찰칵!)>도 각자 준비한 프로그램을 진지하고 재미있게 소개했다.
  • 첫 번째 발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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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함께 즐기기
고3‧수험생 대상의 ‘상상만개’ 프로그램에서는 그림, 사진, 미술, 연극, 음악, 기술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6개 팀의 발표가 이어졌다. ‘굿봄스퀘어’는 삶을 그리는 화가로 자신을 소개한 박성경 작가가 중심이 되어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출발한 <꿈그리삶>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동안 호떡가게 아줌마, 서울역 노숙자, 영화제 관객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삶을 그려온 경험을 바탕으로 고3 학생들의 꿈을 그려보려 하였다. ‘아트플레이’가 제안한 <학교를 누비다>는 음악에 맞춰 립싱크를 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을 만드는 립덥(Lip-dub)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고3·수험생들이 힘든 조건 속에서도 유쾌한 에너지가 있음에 주목한다. 수능 끝난 학생들이 학교 공간을 활용하여 스스로 동선을 짜고 음악에 맞춰 즐거운 추억을 원테이크(one take)로 영상에 담아 공유하는 비교적 쉬운 접근성으로 관심을 받았다. 청계천 예술작가 네트워크 ‘800/40+Slow Slow Quick Quick’은 세운상가 일대 기술자, 상인을 선생님으로 모시는 <청계천 기술학교, 선생님 좋아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없는 게 없는,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세운상가에는 실제로 공대나 미대 학생들이 작업에 조언을 구하러 찾아뵙는 업계 선생님들이 계신다. 이날 발표에 동행한 세운상가 신우사의 김형률 선생은 상상이 현실로 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나눠왔던 분으로, 간단한 선풍기 만들기 키트를 준비해 왔다. 이 사례는 문화예술교육의 영역과 소재 확장성 면에서 호응을 얻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별 볼일 없다 생각한 우리 동네(대전)를 구경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 컬처 쇼크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기획한 ‘예문지기’의 <동네 : 사진기에 담는 추억>, 곧 학교를 떠나 새로운 문을 열게 될 고3·수험생의 건강한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는 ‘예술나래’의 미술&연극 프로그램 <안녕! 나의 고3 가면무도회>,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 개사한 노래와 무대공연으로 이루어진 ‘MAP’의 <슈퍼스타 KO.3(고삼) - 나만의 힐링콘서트> 역시 상상을 만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심사위원들은 ‘아르떼 펠로우’ 발표를 통해 또 다른 실험과 동력을 상상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계를 확장한 신선한 시도도 있었고, 익숙한 사례여도 새로운 기획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아이디어를 교육 현장에서 실현하는 데에는 고민의 지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술가가 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프로그램의 발전가능성과 책임성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프로그램 기획자에게 콘텐츠의 질적 측면과 교육문화적 환경에 대한 고려가 강조되는 이유이다. 심사위원들은 인력의 성장가능성과 사업의 실행력을 함께 고려하여 최종 6개 팀을 선정하였다.
  • 첫 번째 발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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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탐색과 상호학습의 장을 상상하며
4시간 동안, 12개 팀의 기획안 발표와 시연을 지켜보면서 필자 역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시도되고 있는 ‘현재’와 앞으로 시도를 꿈꾸는 ‘미래’를 동시에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꼈다. 각 팀들의 아이디어와 계획, 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몇 가지 이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프로그램의 기획성과 자율성이다. 프로그램은 사전에 어디까지 정교하게 기획해야 하고 현장성에 대해서는 얼마나 열려 있어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좋은 프로그램이란 기획자(교육자)의 기획성과 참여자의 자율성 사이에서 펼쳐지는 상호작용이다. 결국 다양한 현장의 변수를 고려하고 그에 따른 경우의 수를 대비하는 기획의 치밀함이 프로그램의 질을 좌우한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전문화와 분화에 대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기획자와 교육자의 분업(기획자 or 교육자)이 좀 더 필요한가, 오히려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기획자 and 교육자)가 융합의 시대에 더 적절한 것인가. 이 문제는 문화예술교육 분야 전문인력 육성 방향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전문인력의 성장 가능성을 자유롭게 탐색하는 것과 그들이 투입될 사업 실행력을 높이는 것은 동시에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누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권리가 있지만, 그 과정이 어떤 교육 참여자에게는 잊지 못할 악몽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예비인력의 경우 계획의 구체화와 시뮬레이션 작업에 더욱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계는 새로운 예술 트렌드와 예술가를 정말 만나고 싶어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들을 문화예술교육으로 유입시키고자하는 욕구와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기존 지원사업 형태나 교육방법론과는 다른 관점과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올해 ‘아르떼 펠로우’가 즐거운 가능성을 찾았다면, 내년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즐거운 상호학습의 축제로 재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미 정책화되고 보편화된 문화예술교육의 영역과 개념을 확장하고, 새로운 자원이 순환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탐색하면서 서로 자극받을 수 있는 무대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르떼 펠로우’
‘아르떼 펠로우’는 참신하고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를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성장하고픈 예술가 및 문화예술교육사가 제안한 아이디어들이 실제 정책사업 기획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지난 4월부터 공모를 통해 신청한 61팀 중 1차 선정된 총 12개 팀이 기획안 발표와 시연을 통해 최종 6팀을 선발하였다. 선발된 팀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고3·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상상만개’와 농어촌 및 도서산간지역 주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사업을 통해 프로그램 실행 기회를 갖게 된다.
이선옥
이선옥
예술교육과 예술경영, 정책과 현장을 가로지르며 일해 왔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재청,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프로그램 기획홍보, 연구조사,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메일_ dal0310@naver.com 블로그_ http://blog.naver.com/dal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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