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미세하고 작은 아이디어가 보태졌을 뿐일지라도, 문화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내고, 지역에 큰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 문화예술. 공간을 채우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예술가와 예술놀이를 함께 만나보세요.
역사와 문화가 담긴 움직이는 공간
인도 뭄바이(Mumbai, India)에서는 택시 없이 이동하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택시는 오랜 세월 뭄바이를 대표하는 교통수단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택시패브릭(Taxi Fabric)이란 단체는 이런 택시 공간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면 어떨까 상상합니다. 그들은 전시할 공간이 없는 지역의 젊은 예술가와 택시를 연결하고 본격적으로 택시 시트커버 디자인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디자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인도 사회의 분위기로 인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인 뭄바이의 젊은 예술가들은 택시를 캔버스로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합니다. 예술가들은 인도의 전설, 동화,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삽화들로 택시 내부를 디자인하였습니다. 뭄바이의 해변, 유명 건축물, 뭄바이의 일상, 도심 생활, 도시락 배달 사업과 같이 뭄바이를 나타내는 독특한 디자인들로 말이죠.
하지만 택시 시트커버 디자인 캠페인은 단순히 시각적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보다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인도에서는 ‘크게 웃지 않기’, ‘맨 앞에 앉지 않기’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 관심을 가져왔던 로쉬니 데사이(Roshnee Desai)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공공장소에 붙여진 ‘여자만 지켜야 하는 규칙(Women Only)’을 남자의 모습으로 새롭게 제작하여 ‘남자만 지켜야 하는 규칙 택시(The Mens’ Only Taxi)’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하르쉬 비슈와카르마(Harshit Vishwakarma)는 인도의 청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1,500만 명이 넘었으며, 이들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인도 수화 언어를 택시 시트에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뭄바이의 택시는 교통수단이자, 전시 공간이자, 사람들의 메시지를 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위로의 마음을 담은 불빛
도시의 빛을 활용하여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프랑스 사진작가 파브리스 위트너(Fabrice Wittner)는 카드보드지로 만든 대형 스텐실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색다른 작업을 합니다. 어린아이와 공사장 인부 등의 그림이 담겨진 그의 스텐실은 밤이 되어서야 빛을 발합니다. 가로등과 조명이 켜지면서 미리 설치한 스텐실 사이로 빛이 들어와 마치 실제 사람이 서 있는 듯한 효과를 주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그의 스텐실 작품 ‘밝게 비춰진 영혼(Enlighted Soul)’의 첫 작업은 2011년 뉴질랜드 동부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New Zealand)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이 도시에서는 규모 6.3 강진이 발생하여 181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합니다. 그는 처참한 도시를 배경으로 먼저 떠나간 사람들의 모습을 연출시켜 사진으로 담아냅니다. 그 후 그의 두 번째 작업은 베트남 하노이(Hanoi, Vietnam)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여행 차 베트남의 유명 관광지 사파(Sapa)를 방문한 그는 지역주민을 무시하고 까다롭게 행동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에 실망했습니다. 그는 사파의 아이들을 구출하고 싶은 것이었을까요? 스텐실로 그려진 사파의 아이들은 하노이에 설치됩니다. 그는 이 작업을 “마치 시골 쥐가 자신의 친척 도시 쥐를 방문하는 느낌”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밝게 비춰진 영혼’ 프로젝트는 아직까지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파브리스의 다음 작품은 어느 도시의 영혼들을 위로하게 될까요?
- 관련링크(이미지 출처)
- http://www.wittner-fabrice.com/
거리를 뒤덮은 색종이
여러분은 종이접기의 위력을 아시나요? 아무리 작은 종이라고 해도 여럿이 모이면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거리를 형형색색 종이접기로 채우는 프랑스의 거리 예술가 마드모아젤 모리스(Mademoiselle Maurice)는 프랑스, 스웨덴, 중국, 이탈리아, 싱가폴, 베트남, 홍콩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벽, 바위, 계단, 거리 곳곳에 색깔을 입힙니다. 죽어가는 유휴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지역에 색깔과 이야기를 부여하기도 하는 그녀의 색종이 세상 만들기! 그녀는 새로운 도시에 가면 가장 먼저 색종이 벽화를 설치할 공간을 탐방합니다. 장소가 정해지면 분필로 대략적인 스케치를 하며 어떠한 작품을 만들지 상상합니다. 그 다음에는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입니다. 색종이를 접어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색상별로, 혹은 모양별로 분류하는 작업이지요. 이렇게 색종이 접기와 분류가 끝나면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이제 알록달록한 종이접기를 붙이면 됩니다. 2013년에 도심 속 거리 예술가들을 위한 ‘아르티아크 축제(Festival ARTAQ)’에 참여한 그녀는 거대한 설치물에 필요한 색종이를 혼자서 접기가 어려워지자 주변 학교, 레저 센터, 교도소 등 지역 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색종이 워크숍을 진행하여 다함께 종이를 접어 벽화를 완성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 30,000개의 종이접기를 모은 그녀는 프랑스 앙제(Angers) 지역 대성당, 계단, 강둑에 작품을 설치하였습니다. 마드모아젤 모리스는 집안에서 혼자 하는 놀이였던 종이접기를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거리 예술로 승화시킨 진정한 예술가입니다.
- 김다빈 _ 상상놀이터
- beyondlisa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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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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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색종이를 정성을 들여서 접어서 벽에 양면 테이프로 붙혀서 장식을 했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금방 없어지면.. 허무할 것 같습니다.
흠 그러게요.. ㅜㅜ 색종이가 조금 더 튼튼하고 방수도 된다면 좋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