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봄비 내리던 월요일 오후, 전포동 주택가 골목길은 차분했다. 모처럼 맛보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 심호흡도 해보며 한동안 서 있다가 시간이 되어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한 전포지역아동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평화롭기 그지없던 정신 상태는 와장창 깨지고, 나는 아이들이란 과연 대단한 존재임을 새삼 깨달으며 강현주 예술강사가 수업하는 교실로 향했다.
산만한 분위기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속이 울렁이던 나와는 달리 강현주 예술강사는 익숙하고도 친근하게 아이들과 어울리며 수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졸업하자마자 23살부터 미술학원을 운영했다는 강현주 예술강사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문화예술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마음을 다해 ‘교학상장(敎學相長)’하려는 열정적이면서도 야무진 느낌을 주는 분이었다. 한사코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라 반복해 강조했지만 수업의 분위기나 인터뷰 내내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생각들은 새겨둘 점이 많았다. 문화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녀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지금과 같은 생각과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예술강사들은 어떻게 느낄지, 또 아이들과 부모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강현주 예술강사(부산 전포지역아동센터/2015.4.13)
간단히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중2 남자아이와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고요. 원래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는데 졸업하고 한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했어요. 그러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던 해에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방과후강사일을 하게 됐죠. 또 그 일을 하는 동안 저를 좋게 봐주신 선생님의 소개로 돌봄 교실 외부강사 일도 하게 됐고 문화예술센터 ‘결’에서 예술강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하게 됐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예술강사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지도 못했죠. ‘결’은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해 주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모여 공공미술을 비롯한 여러 문화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예전에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 주로 논의되던 수업은, 제 생각엔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없어보였어요. 생각해보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수업과 맥락이 같은 수업이라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지금 이런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조각을 전공하셨죠. 예전과 지금은 미술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도 많이 변했을 것 같습니다.
작가를 꿈꾸던 학창시절엔 남들에게 인정받고 눈에 띨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러다 한 번은 제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해봤죠. 이제는 나이 들어 힘이 빠진, 늙은 내 부모의 모습을 조각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의외로 주변 반응이 좋았죠. 그때 오히려 주변 눈이나 남들의 평판 같은 걸 의식하지 않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중심으로 작품을 하는 것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 것 같아요. 지금도 아이들에게 멋있고 근사한, 완성된 작품을 만들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작은 것, 모자란 것이라도 자기 스스로를 표현해내는 능력을 끌어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죠.
수업하시는 걸 보니 거창하게 교육철학이나 사변적인 틀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에너지가 흘러가는 그 분위기 자체의 자연스러움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로 저는 교육철학 같은 거창한 말은 잘 몰라요.(웃음) 그래도 교육이니만큼 기능적인 부분도 무시할 순 없는 게 사실이죠. 적절한 균형이 필요할 텐데 아무래도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주입식 교육만 하다보면 아이들이 쉽게 지치고 못 따라오는 경향은 있어요. 또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려 가다보니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와 만나게 된 경험도 있고요. 예전에 <강아지 똥> 대본을 가지고 연극수업을 해야만 했던 적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는 너무 의욕이 넘치고 앞서나갔지 않나 싶어요. 의외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죠. 그래서 다 내려놓고 너희들은 뭘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들이 나오는 거예요. 일단 제가 모르니까 그게 뭐냐고 묻다보니 상호작용도 많아지고 더 좋은 대본이 완성된 경험이 있죠. 아이들도 더 즐겁게 수업을 하게 됐고요. 제가 속한 단체인 ‘결’에서는 나름의 연구와 조율 등을 통해 1년 정도 긴 흐름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시범사업이기에 완전히 자유롭게 커리큘럼을 짜는 건 아니지만 저는 그렇게 나름의 고민의 결과로 나온 틀을 어느 정도 따르려고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강현주 예술강사(부산 전포지역아동센터/2015.4.13)
수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같은 게 있나요?
딱히 원칙 같은 걸 의식적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기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제가 소통이 되어야 하는 거죠. 이 수업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그리라면 그리고 칠하라면 칠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왜 그걸 그렸는지, 또 다른 친구는 어떻게 그렸는지 느끼는 기본적인 감응 능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단체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수행할 때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인형극 수업이나 미디어영상 수업의 경우에는 관련 서적을 찾아 읽어보고 이런 수업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면서 수업 준비를 합니다. 저 스스로 익숙하지 않은 수업은 우선 스스로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것 같아서 그렇고요, 나름 도움도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저처럼 정통적인 미술 수업만 하다 통합 수업을 접하게 되는 다른 예술강사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교육문제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23살부터 대학 졸업하고 계속 미술을 가르쳐 왔는데요,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은 부분에서 나아졌다고 느낍니다. 10여 년 전에는 정말로 예체능 과목은 말 그대로 무시당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예술교육이란 그저 수학문제 몇 개를 맞추느냐의 문제와 달리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을 심어주는 교육이라고 봅니다. 대안이냐 아니냐를 떠나 앞으로도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오해나 편견은 없었나요?
주변에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자랑할 때도 많죠. 아이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가르치다 만나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나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나 자신에게도 보람이 되는지 막 떠들죠. 더 중요한 건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 얘기하는 걸 못 참던 아이들이 지금은 얘기를 듣고 알아들으며 반응하는 것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하면 그냥 아이들과 기분 좋게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것 역시 교육이기 때문에 어쨌든 이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말씀 듣고 보니, 그래도 많은 측면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도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맞아요. 제가 지역아동센터에 출강한 지 약 5년쯤 된 것 같은데 처음과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죠. 처음엔 차상위계층 등 가정형편이 안돼서 부모가 어찌할 수 없이 아이들을 맡기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평범한 가정 아이들은 거의 없었죠. 요즘은 국가나 단체 등에서 관심을 갖고 전문성 있고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도 지원해주다보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확실히 에너지도 달라졌죠.
문화예술교육을 하시며 최근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후반부로 수업이 진행되면 여러 가지 활동 프로젝트 수업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 분리가 일어납니다. 소극적인 아이들이 분위기에 흡수되지 못하고 도태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기능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일반 미술 수업보다 그 정도가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고 가야하나 고민이 많죠.
강현주 강사님께 아이들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사실은 그동안 아이들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하지만 미술 수업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성 등 더 많은 부분들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죠. 저희는 마칠 때 청소도 꼭 같이 해야 한다는 식의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힘을 서로 주고받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업을 참관하고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강현주 예술강사는 문화예술교육을 창백한 이론이나 관념으로 대하기보다 스스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 그대로, 그 더도 덜도 않는 건강한 욕망에서 비롯된 포근함으로 한걸음씩 진지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의 문화예술 판이 정책이나 담론, 스마트한 트렌드 등을 읊조리다 날 새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중심을 잃지 않고, 묵직하면서도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수업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그 솔직함과 가감 없음이 마음을 건드려왔다.
끝으로 하나 더 인상적이었던 점은, 끊임없이 재잘대고 예술강사의 얘기 중간 중간에도 자기네들끼리 떠들어대는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조용히 하라는 얘기를 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수업 5분 만에 도망치고 싶어졌던 나로서는 엄두가 안 나는 일이었다. 왜 그랬는지 물었더니, “제가 그랬나요?” 하며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더니, “아마 조용히 하라고 해봐야 별 소용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하며 환하게 웃고 만다. 이 소박하면서도 품 넓은 경상도 예술강사의 수업에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건물을 나오는데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가 어쩐지 더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강현주 예술강사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중등 2급 정교사(미술) 자격도 받아 졸업 후부터 계속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2013년 울산에 있는 문화예술센터 결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예술강사로 출강하게 되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거기에는 예술강사들 간에 자신의 경험담과 조언을 나누는 자율연구모임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미술을 매개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즐기며 성장할 수 있는 수업을 꿈꾸고 있다.
영상 _ 윤영욱 (미디어아티스트)
장현정 _ 호밀밭출판사 대표
현재 호밀밭출판사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소년의 철학』 『록킹 소사이어티』 등 몇 권의 책과 연극 <나투라>의 대본을 썼고, 영화 <보름달>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매주 토요일 부산 KBS1 <TV-문화속으로>에서 부산의 다양한 문화예술 소식을 전하고 있다. hjmiro@naver.com
강현주 선생님의 말씀에서 따뜻함이 묻어나네요..눈높이를 낮추는 교육..아이들 시선에서 바라보는 교육..이게 진정한 교육이 아닐지..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선생님이신게 느껴집니다..선생님 같은 분이 많이 생기셨어 참교육을 실천한다면 남을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런생각을 해봅니다..
강현주 선생님의 말씀에서 따뜻함이 묻어나네요..눈높이를 낮추는 교육..아이들 시선에서 바라보는 교육..이게 진정한 교육이 아닐지..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선생님이신게 느껴집니다..선생님 같은 분이 많이 생기셨어 참교육을 실천한다면 남을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런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하는 일. 예술교육을 통해 예술외적인 것을 변화시킨다는 것 정말 매력적인 일인 것 같아요.
서로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이 예술강사와 학습자의 관계라는 말씀 또한.. 정말 감동적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고맙습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지영선생님~^^
박지영선생님의 따뜻한 말한마디가 저에겐 감동입니다.
감사해요~~~^^
우리 멋진 예술강사님들 댓글 달아주셨네요!
현장을 방문하고 선생님들의 철학을 들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박지영 선생님, 강현주 선생님 항상 응원합니다! 🙂
엄마의 마음 보다 더 크고 깊은 것은 없어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남은 내가 아이들에게 가 있는 것이겠지요.
늘 배우고 또 배웁니다.
엄마의 마음만큼 따뜻하고 위대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마음이 깃든 문화예술을 접한다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되겠지요? 🙂
강현주 선생님의 말씀에서 따뜻함이 묻어나네요..눈높이를 낮추는 교육..아이들 시선에서 바라보는 교육..이게 진정한 교육이 아닐지..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선생님이신게 느껴집니다..선생님 같은 분이 많이 생기셨어 참교육을 실천한다면 남을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런생각을 해봅니다..
남을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사회.. 상상만해도 멋진 사회인 것 같습니다.
배려와 소통을 통해 배우고, 그 배움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파시키는 사회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자 아이들과함께하는 선생님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지네요. 문화예술의 앞으로의 역할에 선생님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같은 두아이의엄마…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강현주선생님을 응원합
니다.
당신은 참가슴이따뜻한사람인거 같네요.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응원합니다.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