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국악은 지금 우리의 삶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가치 있는 예술로 기능하고 있는가? 예술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어떠한 풍요를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예술인은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 앞에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기 힘든 전통예술인의 자화상을 마주하며, 그 해답의 실마리를 얻고자 서울 영풍초등학교에서 국악수업을 하고 있는 박지영 예술강사를 찾았다. 그저 평범한 동네의 평범한 아이들에게 국악으로 예술의 가치와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직접 확인하러 나선 것이다.
교무실에서 만난 그녀는 잠시 후 수업을 할 곳이라며 우리를 운동장으로 안내했다. ‘음악수업인데 운동장이라니?’ 갸우뚱하고 있는데, 그녀는 햇볕이 드는 운동장 모래바닥이 좋을지 시원한 그늘 아래 포장바닥이 좋을지를 고민하고는 교실로 향한다. 곧이어 국악으로 연주되는 수업종이 울리고 5학년 아이들이 들어온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시작부터 범상치가 않다. 반장의 차렷 구호 대신에 구성진 장구 장단이 교실에 울려 퍼진다. 이내 육자배기 선율로 박지영 예술강사가 인사노래를 건네자 아이들이 받는 소리로 인사를 마무리한다. 10초도 안 되는 짤막한 순간, 일상 속에 민요 한 구절이 들어왔다.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도 쉽고 간결하다.’
편견을 깨는 간결함
이어지는 수업도 한마디로 그랬다. 너무 쉬웠다. 특별할 것이 없다고 여겨질 만큼 간결했다. 많은 말이 필요치 않았고 책은 더욱 필요가 없었다. 지난 시간에 배워둔 민요를 부르며 박지영 강사의 안내에 따라 전통놀이 ‘고사리 꺾자’를 직접 체험했다. 놀이의 방법과 주의사항을 숙지한 후에는 모두가 운동장으로 나섰다.
봄 햇살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기분 좋게 어우러지는 정오시간. 열두 살 아이들은 신나게 민요를 부르며 ‘고사리 꺾자’ 놀이를 한바탕 벌였다. 노랫소리에 저절로 발 박자가 맞아지고 부끄러워 잡지 못했던 친구 손도 얼떨결에 잡고 빙그르르 돈다. 놀이에 빠져 다 외운 노래도 잠시 잊고 있노라면 옆 친구들 노랫소리가 또 리듬을 이어간다.
방과 후 자유시간도 아니고, 사극드라마 속 한 장면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 ‘서울’의 평범한 한 학교의 음악시간 풍경이다.
예술이 인간에게 자유와 기쁨을 준다는 말은 들어본 듯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실현되는 모습을 본 적은 별로 없다. 더군다나 보통의 아이들이 우리음악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활력을 찾고, 행복해 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막연히 그리던 꿈속에서나 있었을까……. 박지영 예술강사가 특별히 국악에 대해 편견 없는 좋은(?) 아이들을 만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올 때도 이미 ‘국악은 재미없는 거, 어려운 거, 할머니할아버지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와요. 그러다가 수업을 받고 난 후에는 ‘재밌는 거, 꼭 지켜야 되는 거’ 그렇게 대답을 하죠. 첫 시간에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국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요. 왜냐하면 처음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졌었는지 구체화시켜야 마지막에 내가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예술을 통해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의 확실한 차이를 만드는 것,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열정’, ‘아우라’와 같은 강렬함을 기대하며 지켜본 그녀의 수업은 예상과 달리 내내 침착하고 안정되어 있었다.
신뢰를 쌓고 목표를 향하는 수업
“매 시간 짜인 수업구조에 아이들이 익숙해지도록 해야 해요. 수업의 진행을 예측하게 하는 거죠. 반전이 일어나면 재미는 있어요. 갑자기 ‘오늘 날이 너무 좋은데 밖에 한 번 나가볼까?’하면 굉장히 재밌죠.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 수업에는 일관성이 없고, 아이들과의 신뢰관계를 쌓기에는 부족한 수업이에요. 오늘 뭘 할 건지 처음에 설명해주고, 끝나고 나서는 뭘 했는지 다시 정리해주고, 다음 시간에는 뭘 할 건지 늘 예고해요.”
예술과 놀이의 차이를 찾는다면 롤러코스터와 기차의 차이로 비유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는 출발한 그 자리로 돌아오고, 기차는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놀이 역시 즐겁지만 끝난 후에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예술은 사람을 다른 어떤 곳으로 안내한다. 박지영 예술강사의 대답과 수업 장면은 그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 시간이었다.
수업이 잘 되었는지 아니었는지 어떻게 판단할까?
“(제 수업이 끝나고) 뭘 배웠냐고 물어봤는데, ‘노래 부르고 장구 쳤어요.’라고 대답하면 그 수업은 실패한 수업이고, 아이들이 ‘세마치장단을 노래에 어울리게 쳤어요.’라고 이야기 하면 그 수업은 성공한 수업이라 할 수 있어요.”
사실 예술을 비롯해서 예술 수업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무척 불편한 일이고, 갑론을박이 많은 일이다. 하지만 ‘미적 체험’을 목표로 하는 예술 수업 역시 ‘교육’의 큰 터 위에 서 있는 것이기에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예술강사가 알아야 될 중요한 포인트인데, 많이들 그걸 놓치죠.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해야 하고, 그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루지 못하였는가, 내가 수업을 잘 했는가, 그러지 못했는가, 그것을 평가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여행 가도 민요만 부르는 아이들
교육적 구조와 예술의 힘의 조화를 오랜 시간 고민하고 다듬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녀의 수업은 화산처럼 끓어오르기보다는 이미 안정을 찾아 꾸준히 열을 내뿜는 온천과 비슷했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시나브로 편안함을 느끼고, 음악에 젖어들었다. 우리음악을 알아야 한다거나 좋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각자의 삶에 친숙한 무엇, 좋아하는 무엇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국악은 그냥 수많은 음악 중에 하나예요. 우리(전공자)에게 국악은 뭔가 특별하고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냥 음악의 종류 중에 하나인 거예요. 선입견이 없어지죠. 재작년에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가는데, 차에서 민요만 불렀대요. 만약에 국악이 어려운 것, 옛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더라면 아이들은 대중음악만 불렀겠죠.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없는 거예요. 그냥 다 똑같은 음악 중에 하나인 거예요. 그게 생활화예요. 국악은 더 소중하고 더 지켜야 되고 다른 음악보다 우수하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음악이든 다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우리 것도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아이들이 알거든요.”
박지영 예술강사의 수업은 꽤 큰 여운을 남겼다. 국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대중화’라는 말을 버거운 숙제처럼 느낀다. 그것의 답을 찾기 위해 공연장에서, 교육 현장에서 고군분투해왔다. 그런데 그 해답의 실마리를 그녀의 수업에서 본 것이다. 부러움을 떠나 고마움이 느껴졌다.
문화예술이라는 커다란 생태계에 어떻게 꽃만 있거나, 나무만 있을 수 있을까? 미생물도 있고, 이름 모를 풀도 있고, 곤충도 있고, 바람도, 비도 있어야 숲이 되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꽃이 되는 것만 예술가라 생각하고 배우는 지금의 현실에서 ‘예술강사’라는 업(業)에 대한 박지영 예술강사의 마음가짐이 새삼 빛이 난다.
“어렸을 때 예술교육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의 가장 큰 차이는 아름다움을 배우며 성장하느냐 아니냐 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술강사예요.”
국악이라는 밭을 일구는 일에는 농부가 필요하다. 그 농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싱싱한 작물을 키워낼 수 있다. 이 밭을 어떻게 건강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사는 와중에 오늘 노련하고, 침착한 선배 농부 한 명을 만났다. 훌륭한 예술강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박지영 예술강사는
대학에서 전통피리를 전공하고 10년여의 시간동안 예술교육 현장경력을 쌓아왔다.
더 나은 예술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음악치료를 배웠고, 가르침과 배움의 목마름이 가시지 않아 다시금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배우고 있다. 음악치료사, 음악중재전문가, 교과서 필진 등의 많은 타이틀이 있지만, 무엇보다 예술강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힘차게 살고 있다.
설동준, 김현채 _ 정가악회
설동준은 대학에서 탈춤 추고, 풍물 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전공과 거리가 먼 예술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문화예술 늦깎이 기획자로 시작해, 지금은 단체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챙기는 일을 하고 있다. 김현채는 가야금을 전공하고, 실내악단 사계의 객원활동을 거쳐, 정가악회의 단원으로, 지금은 정가악회의 예술교육팀장으로 땀 흘리고 있다. 국악의 밭을 건강하게 하는 건실한 농부 중 한 명이다. jgah@jgah.co.kr
pop, 가요 등의 음악을 취미로 듣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다보니 여기 페이지까지 들어와서 심도있게 봤네요. 위 댓글처럼 국악을 음악의 종류 중의 하나이고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입관을 깨지는 예술교육 교실로 성장하는 게 너무 감동적이고 국악은 특이한 장르가 아닌, 특별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예술수업으로 즐거움과 교훈을 줄 수 있는 수업이지 않나 싶네요.
아이들은, 길지 않는 수업에 인생에 비례해서 짧은 기간에 선생님을 보지만
그 스승을 잊지않고 기억합니다.
내 인생 일부를 바꿔 준 스승은 생각이 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선생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학생들도 있습니다.
선생님 또한 그 학생을 떠올리면 생각이 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예술강사지원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아가길 원하는 건은 전문가가 아니라 말하기 어려우나,
이런 좋은 취지의 예술강사지원사업으로 더 많은 학교현장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구요.
예술 속에서의 인성, 사람과의 교류, 사람과의 가치 그리고 본인의 가치를 알아가는 수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pop, 가요 등의 음악을 취미로 듣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다보니 여기 페이지까지 들어와서 심도있게 봤네요. 위 댓글처럼 국악을 음악의 종류 중의 하나이고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입관을 깨지는 예술교육 교실로 성장하는 게 너무 감동적이고 국악은 특이한 장르가 아닌, 특별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예술수업으로 즐거움과 교훈을 줄 수 있는 수업이지 않나 싶네요.
아이들은, 길지 않는 수업에 인생에 비례해서 짧은 기간에 선생님을 보지만
그 스승을 잊지않고 기억합니다.
내 인생 일부를 바꿔 준 스승은 생각이 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선생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학생들도 있습니다.
선생님 또한 그 학생을 떠올리면 생각이 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예술강사지원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아가길 원하는 건은 전문가가 아니라 말하기 어려우나,
이런 좋은 취지의 예술강사지원사업으로 더 많은 학교현장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구요.
예술 속에서의 인성, 사람과의 교류, 사람과의 가치 그리고 본인의 가치를 알아가는 수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소리가 들리는 인문학 수업
국악강사의 한 사람으로 부럽고 자랑스럽네요. 많이 가르쳐주세요~
국악에 대한 편견을 깨는 아주 좋은 사례네요…전통놀이와 연계된 국악은 생활 속 예술, 놀이, 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생명을 이어 가리라 생각됩니다. 한번 배워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생기는데요~^^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리고영상도 잘감상하여씀니다 앞으로도즐겁고 신나는 수업부탁드림나다 ♡♡♡♡♡
국악이 어떤 특별하고 다른것이 아니라
음악중에 하나, 음악의 종류 중의 하나
그래서 선입견이 없어지고 생활화가 될 수있다는
말이 정말 깊게 와닿네요^^
모든 음악은 소중하고 아름다운데
그 중에 하나가 국악이라고 생각하니 더 의미있고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맞습니다. 앞으로도 국악이 더욱 생활화되고, 많은 사람이 국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
pop, 가요 등의 음악을 취미로 듣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다보니 여기 페이지까지 들어와서 심도있게 봤네요. 위 댓글처럼 국악을 음악의 종류 중의 하나이고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입관을 깨지는 예술교육 교실로 성장하는 게 너무 감동적이고 국악은 특이한 장르가 아닌, 특별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예술수업으로 즐거움과 교훈을 줄 수 있는 수업이지 않나 싶네요.
아이들은, 길지 않는 수업에 인생에 비례해서 짧은 기간에 선생님을 보지만
그 스승을 잊지않고 기억합니다.
내 인생 일부를 바꿔 준 스승은 생각이 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선생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학생들도 있습니다.
선생님 또한 그 학생을 떠올리면 생각이 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예술강사지원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아가길 원하는 건은 전문가가 아니라 말하기 어려우나,
이런 좋은 취지의 예술강사지원사업으로 더 많은 학교현장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구요.
예술 속에서의 인성, 사람과의 교류, 사람과의 가치 그리고 본인의 가치를 알아가는 수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과 학생이 배움을 통해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 발전하는 관계만큼 즐거운 관계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예술을 통해 이러한 배움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화예술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르떼 365를 읽고 소중한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내용을 반영하여 앞으로도 의미 있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만들어내고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국악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닌
모든 음악이 중요하다는 것. 국악 또한 아이들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무용강사로서 무용, 움직임 예술이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아닌
삶 속에 녹아나는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박지영 강사님 항상 응원합니다~
국악, 무용, 움직임..
이 모든 예술이 삶 속에서 녹아난다면 정말 멋진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설옥경님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