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발트해에서 만난 문화예술교육의 열기

글_임보영(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기획홍보팀 국제교류 담당)

전세계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유네스코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유네스코의 다양한 사업은 세계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주목할만한 것은 내년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예술교육대회(World Conference on Arts Education)>이다. ‘21세기를 위한 창조력 형성(Building Creative Capacities for the 21st Century)’이라는 주제 아래, 문화예술교육의 질과 효과성, 전문인력 양성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이다. 본 세계대회에 앞서 각 지역별(권역별)로 준비회의가 활발히 열리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준비회의(이하 아태지역 준비회의)는 올해 11월 한국에서 개최된다.
활발한 세계적 흐름에 맞게 아태지역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그 준비 차, 지난 9월 8~11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렸던 유럽 및 북미지역 준비회의에 참석했다. 4일간의 일정에는 용호성 과장(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과), 이선철(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제회의 총괄) 그리고 필자가 참여하였다.


예술교육 세계대회 유럽 및 북미 지역 준비회의
인천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발트해 연안에 있는 이국적인 나라 리투아니아에 도착하였다.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니우스는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도시였다. 빌니우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는 내내 인천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외국참가자의 편의사항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유럽 및 북미지역 준비회의는 회의 참가자, 구조, 주제 등 여러 면에서 11월 아태지역 준비회의와 유사한 까닭에 참고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유럽 및 북미지역 준비회의에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유럽 및 북미지역 25개국의 관련 부처 업무담당자와 학계전문가 60여명이 참석하였다. ‘예술과 교육의 상승효과(Synergiest Between Arts and Education)’라는 큰 주제 아래, 5개의 세션별 주제로 진행되었고 이 주제들은 우리나라에서 고민하고 있는 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션별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 지역문화예술기관, 예술가 및 학교간 협력
– 교사연수 및 전문인력 양성
– 문화예술교육의 확대 및 지역사회의 역할
– 장애아동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각 세션은 국가별 대표단의 사례발표로 이루어졌다. 흥미로운 사례들을 고루고루 접한다는 점에서는 좋았으나, 심도 있는 세션별 토론이 미약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은 아쉬웠다. 총 35개가 넘는 발표사례 중에서 특히 인상에 남았던 4개의 사례를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리투아니아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들
정부 부처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세션에서는 캐나다와 프랑스의 정부 부처간 협력에 관한 사례발표가 눈에 띄었다. 캐나다 퀘백 주(Quebec)의 교육부와 문화부 관계자가 공동 발표한 ‘캐나다의 문화예술교육,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Arts Education in Canada, Rich and Diversified Experiences at Heart of Our Cultural Preoccupations)’에서는, 퀘백 주의 학교교육 개혁과 문화정책 변화 속에서 교육부와 문화부의 협력이 빚어낸 효과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교육과 문화예술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교육부와 문화부는 1997년 양해각서(MOU)에 뒤이어 2000년도에는 공동 선언과 공동계획을 발표하였다. 여기에서는 학교교육 내 문화예술의 중요성과 문화예술기관 내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 관계자가 발표한 ‘혁신적인 정책 : 정부 부처간 협력 :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Proactive Policy : Making Through Inter-ministerial Partnerships : Arts Education in France)’에서는, 지난 20년간 정부 부처간 협력으로 이루어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례들에 대해 설명하였다.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은 교육부와 문화부가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단체간의 협력도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관광부가 교육인적자원부 등 타 부처간의 협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고무적인 사례 발표였다.

전문인력 양성
전문인력 양성 세션에서 흥미로운 사례로는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University of Lapland) 문화예술교육과의 전문인력양성과정을 들 수 있다. 이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티모 조켈라 (Timo Jokela) 교수는 문화예술에 대한 개념이 개개인을 위한 향유대상에서 다양한 분야가 맞물리는 사회활동(social activity)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런 사회변화에 따라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과정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은 학교내외 관계자와 협력하고, 타 과목과 연계하는 능력을 지니고, 국내외 타 학교와 교류하는 것 외에도, 문화예술교육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는 능력 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은 사회 참여적인 문화예술교육을 지향하며 다양한 능력을 지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여러 사진 슬라이드로 학교수업내용을 보여주었는데,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인력양성에 대한 개념에서 새롭게 확장된 느낌이었다.


지역사회와 문화예술교육
영국 ‘창조적 지역사회 센터(Centre for Creative Communities)’ 대표인 제니퍼 윌리엄스 (Jennifer Williams)는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참여적일 뿐만 아니라, 창조적이며 다양한 문화에 대한 넓은 수용력을 가진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서 발표하였다. 환경문제와 문화예술교육을 연계시킨 프로젝트 ‘자연의 동화(Nature’s Fairytale)’, 문화예술을 통해 주변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길러주는 학교프로그램 ‘볼품없는 장소들(Small Ugly Places)’ 등 세계 곳곳의 관련 사업들을 소개하였다.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꽉 막힌 방법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아주 새로운 방식과 창조적인 생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말을 던졌다. ‘토스터기를 아무리 잘 고쳐도 전자레인지가 될 수는 없다!(You can’t fix a toaster enough to make it a microwave oven !)’ 문화예술교육이 창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제니퍼는 발표를 마쳤다.

장애아동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장애아동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미국 아트제네시스(Artsgenesis) 대표 캐서린 가프니(Kathleen Gaffney)의 발표는 자신의 친딸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신체장애 및 자폐증을 앓았던 딸이 예술을 통해 정상적인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하였다. 캐서린은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 설명과 함께 특히 장애아동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데 예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했다. 캐서린은 딸의 경험을 통해 아트제니시스를 설립하게 되었고 장애아동을 위해 보다 많은 관심과 꾸준한 지원이 필요함을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아트제네시스의 교육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는데, 더디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장애아동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여러 국제회의를 참가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세계 곳곳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겁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의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서로의 모델 사례, 경험 및 지식을 활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이번 리투아니아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11월 서울에서 ‘유네스코 예술교육 아태지역 준비회의’ 및 ‘2005 문화예술교육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국내외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뜨겁고 의미있는’ 문화예술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임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