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Creative Partnerships; 이하 CP)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고, 모든 학생이 가장 좋은 질의 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관이다. CP는 주로 각 지역의 학교와 예술가, 예술 기관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각 학교에 적합한 프로젝트 기획을 돕는 역할을 한다. 영국 전역에 걸쳐 34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런던에만 해도 동, 서, 남, 북부 4개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3년간 런던 남부 지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해 온 마크 로버트슨(Mark Robertson)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질문을 먼저 하고 싶은데요.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CP 일에 관여하게 되셨는지요.
2002년 6월부터 일했으니까 벌써 3년이 넘었네요. CP에 대해서 알게 된 후 1년간 이 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봤습니다. 당시 저는 학교 내 재량활동 수업을 지원하는 재단의 예술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지요. CP는 전국적인 규모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고, 질 높은 자원들을 가지고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교수와 학습이 더 창의적일 수 있는지를 꾸준히 연구하고, 창의성이라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데에 감탄을 했습니다. 저 자신이 연극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적극적인 학습(active learning)이 아이들로 하여금 학습에 참여하게 하고 학습을 즐기게 하는데 얼마다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항상 눈치 채고 있었으니까요.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꼭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적극적인 학습의 효과가 큰 것은 명백하지요.
지금 런던 남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책을 맡고 계신데, 하시는 일에 대해서 얘기해주신다면? 3년간 몇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기 시작한 처음 1년 반 동안은 정착 단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연구하는데 주력했지요. 학교들과 관계를 맺고,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을 만한 예술가와 실천가들을 찾기도 했고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로버트슨. 그는 예술교육
이건 과학교육이건, 국어교육이건
상관 없이 모든 교육에는 창조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기존에 실천되고 있는 창조적 학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자료들을 읽고 연구했습니다. 또 다른 기관이나 조직들과 관계를 맺고, 우리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보다 전략적인 것들이죠.
안타깝게도 매일매일 만들어지고 있는 프로젝트 실천에는 덜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재정적인 일을 처리하고, 인력 관리와 향후 3년간 프로젝트가 나가야 할 방향을 잡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보니까 CP가 학교와 예술가들이나 예술단체들과 여러 가지 형식의 파트너십을 맺는 일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던데요. 이런 파트너십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해주십시오. 일단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들이 있습니다.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을 기관이나 실천가들은 몇 가지 사항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파트너십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어야 하지요. 그리고 창의력에 대해 직관적인 이해와 더불어 이론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전수’의 수준을 넘어서는 프로젝트를 운영함으로써 자신들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이해하고 싶은지를 인식하고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술 실천가를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 하나는 프로젝트를 디자인할 때 교사나 학생 그리고 우리가 제시하는 내용들에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또 질이 좋은 자원과 기술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고, 우리 기관이 전달하고자 하는 창의성과 관련된 질문들에 관심이 있어야합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저희가 이런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는 지역의 예술가들이나 단체들에 먼저 접촉을 하여, 학교와 연결시켜주는 형태로 파트너십을 형성했습니다.
런던 남부 Marvels Lane 초등학교의
수업 장면.시각적 경험과 그림 그리기에
이야기, 음악,율동을 접목시킨 활동으로,
아이들은 이를 통해 자신감과 창의성을 키운다.
학교와의 파트너십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CP에서 국정교과과정의 기준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직접적으로 개입한다고 들었는데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있어 교사들과 어떤 식으로 협조를 하는지. 아니면 CP가 학교와 예술가들의 조정자로서만 일하고 프로그램 디자인은 그들에게 맡기는 편인지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학교, 즉 교사와 학생이 먼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를 명확히 하고 저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그 과정을 돕는 것이지요. 도움을 청한 학교가 원하는 변화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어떤 자원과 전문성이 필요할지를 연구하고요. 그 후에는 학교의 요구 사항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창조적인 기관이나 예술가들과 학교가 함께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하지요. 이러한 만남을 통해서 함께 계획을 짜고, 서로 함께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게끔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각 경우에 적합한 전문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각 학교를 상황에 적합한 예술가와 연결시켜주기 위해 여러 가지 소스와 네트워크, 그리고 외부의 추천을 참조하는 편입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초기에는 우리 쪽에서 프로그램을 국정교과과정에 맞게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개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점점 더 학교와 전문가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에 중점을 맞추고,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는 것은 그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지요. 저는 CP가 이미 상당한 기간 학교들과 일해 오면서, 학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술, 지식 그리고 경험 같은 능력들을 쌓아나가게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스스로가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데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파트너로 성장해가도록 도운 것이지요. 이제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일은 학교들이 경험했던 새로운 실천을 학교 내부에 정착시킬 수 있게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학교 내의 조직적,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요.
예를 들어 한 중학교는 COOL(Creatvie Opportunities Of Learning: 학습을 위한 창조적 기회)이라고 이름 붙여진 범교과 팀을 만들었습니다. 전 과목에 걸친 12명의 교사들이 이 팀의 구성원입니다. 그들은 학생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왜 배움을 경험하는지를 살피고, 학생들에게 보다 창조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체 학교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역할을 합니다.
CP에서 주도하는 프로그램을 보니 1학기 프로그램부터 3년간의 장기 프로그램까지 여러 가지가 있던데요, 혹시 장기 프로그램이 단기에 비해 구성하기가 어렵지는 않은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장기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장려하는 편입니다. 긴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프로젝트가 효과를 측정하기도 더 용이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훨씬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니까요.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독립된 평가자를 이용해서 평가하기도 하고, CP에서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VIV MORIARTY라고 불리는 프리랜스 평가기관에게 평가를 의뢰해서, 그들이 우리를 위해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광범위한 질문들을 해볼까 해요. 예술 교육에 있어 왜 창조적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창조적 파트너십이 ‘교육’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교육은 꼭 예술교육에 한정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것이 예술교육이건 과학교육이건, 국어교육이건 상관 없이 모든 교육에는 창조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다른 예술교육 지원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CP는 커리큘럼에 생기를 부여해서 보다 많은 아이들이 학습에 참여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는 않지요. 우리가 창조적인 파트너십을 이용한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학교 관계자들과 교육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신지식기반 경제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능력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고자 합니다. 신지식 기반 경제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은 혁신과 창의력입니다. 더욱 복잡하게 돌아갈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기술이 필수적이고, 이제는 교육이 혁신과 창의력 신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지요.
3년간 CP에서 일하면서 어떤 성과를 보아왔다고 생각하십니까? CP의 가장 큰 성과는 전국에 있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학습을 선전하고 장려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이제 창의력은 학교를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아젠다 안에서 정당하고 효과적인 변화의 도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여러 가지 실천이 축적되어서, 이제는 프로젝트들의 연구와 평가를 통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들의 효과를 비교하는 것은 사과와 배를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지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CP에서 구성한 프로젝트들이 아이들의 언어 사용과 언어 발달을 촉진하는 데 가장 큰 효과를 거두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CP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가장 뛰어난 점은 학생, 교사 그리고 창조적 실천가들 사이에 아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화’는 대개의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식전달적인 혹은 지시적인 대화와는 다른 형식을 취하지요. CP가 마련한 공간 속에서는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종류의 지식, 전문성 그리고 단어들이 자유롭게 오가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견고한 연구 증거가 있습니다. 이것이 교사와 예술가들 사이에 더 잘 이해될 필요가 있겠지요.
전시장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CP에서는 이미 안정된 시스템과 파트너십이 이루어져있는 것 같습니다. CP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요?
물론 더 필요한 것이 있지요. 전반적으로 우리를 더 널리 알리고 신뢰를 쌓아서, 교육계와 학교에서 궁극적으로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효과를 더 잘 설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성취하고 있는 효과들을 교사와 교육 정책 수립자들뿐만 아니라 부모와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내러티브로 바꾸고서야 대중들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학교들이 창의적인 변화로 나가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모델과 지식을, 그리고 실천들을 도울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은 우선 말을 물가로 끌어와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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