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의 책공연팀 박영희강사를 만나다.

어느 날, 책 속의 인물들이 하나 둘씩 살아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펼쳐놓는다면! 마치 꿈을 꾸는 듯 신기하고 즐겁지 않을까? 매일같이 사람들에게 꿈을 꾸는 듯한 즐거움을 선물하는 사람들, 이야기꾼의 책공연 팀이다.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이 아닌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진정한 이야기꾼 박영희 강사를 만났다.

소통하고 배우는 이야기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찔레와 장미, 김치국씨 환장하다, 햄릿, 불의 가면, 어머니, 놀이가 있는 마임, 꽃님이발관 등 그녀를 수식하기 위한 단어이자 연극 작품의 제목들이다. 1992년부터 연극을 시작해 벌써 20년이라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지만, ‘아직 배울게 많은 평범한 배우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박영희 강사는 현재 이야기꾼의 책공연팀에서 교육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하자센타에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팀을 구성하던 중 극단 사다리 연출자인 유홍영 선배의 추천으로 처음 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이미 연극 수업을 하며 예술강사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책을 소재로 한 공연, 워크숍, 포럼 등 문화예술을 교육적 이야기로 풀어내 어린이,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은 익숙했죠.”

공연을 통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생활 속 문화예술과 교육이 소중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그녀는 문화예술교육은 ‘공기와 같다’고 했다. 우리가 숨을 쉬기 위해서 자연스레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문화와 예술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교육적 메시지는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대화하도록 이끌어내고, 그렇게 시작된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배우며 자연스레 소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제가 배우는 것도 많아요. 무엇보다 좋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다양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죠.”

중국 오경의 하나인 <예기>의 <학기>편에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사자성어가 등장한다. ‘진리가 있다 해도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왜 좋은지 알지 못하며 따라서 배워 본 후에 자신의 부족함을 알 수 있으니, 가르친 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 제자와 스승은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아이들과 이야기꾼은 지금, 서로에게 배우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라는 한 문장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포근함을 느낀다. 설령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없던 사람마저 따뜻함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라는 존재가 가져다 주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박영희 강사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따뜻함을 가져다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상처받은 아이들, 그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2010년 인천지역의 작은 도서관을 대상으로 이야기 공연을 했을 때예요.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있었는데, 아이는 강사에게나 사람들에게나 굉장히 적대적이었어요. 거친 말과 욕설을 하기도 했죠. 공연이 시작하고, 저는 이야기 속 캐릭터로 등장해 그 아이의 행동처럼, 거친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얼마 후 공연이 끝나고 아이에게 제 생각과 마음을 말했죠. 거짓말처럼 그 아이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박영희 강사는 그 학생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저는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이야기꾼이란, 배우이면서 교육을 하는 강사이기도 해요. 물론 좋은 배우이면서 좋은 강사가 되어야겠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담긴 이야기, 동화 속 아름다운 이야기가 저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되고,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웃음을 주길 바래요.”

 

20세기 초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 은 ‘빛을 퍼뜨릴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촛불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영희강사가 말하는 좋은 이야기 꾼은 촛불의 역할인 강사와 거울의 역할인 배우,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녀가 말하는, 좋은 이야기꾼으로 더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감동과 힘이 되는, 행복한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글_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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