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사회? 모이면 따뜻해진다
강북구 우이동 일대엔 고층빌딩이 없다. 근교에 4.19 국립묘지가 자리한 탓에 고도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바람은 빌딩숲을 헤매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로 분다. 마을엔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다. 이곳 주민은 스스럼없이 마음의 문을 열고 기꺼이 친구가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을 발표하면서 소개한 대표적인 마을공동체, ‘삼각산 재미난 마을’. 이곳은 생활문화를 매개로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공동체 네트워킹이 형성되어 있다. 사무국장을 맡은 이상훈 씨에게 마을 곳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물었다.
“깨알같이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웃음) 협동조합 방식으로 마을공동체목공소가 운영되고 있고, 명상, 사진, 타로 강좌가 열리는 재미난 카페도 있다.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모여 만든 재미난밴드, 10대부터 40대가 모여 만든 100세 밴드, 연극동아리 우이동. 그리고 꿈꾸는 어린이집과 재미난 학교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없는 게 없다. 마을독서모임, 마임 수업, 풍물놀이도 있다. 비용은 최소한만 받는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마을이 아니라 서로의 재능을 나누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재미있게 살기 위해 함께 모여 산다는 이상훈 사무국장, 그의 따뜻한 발상은 공동육아협동조합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시작됐다.
부모가 즐겁게 사는 게 교육이다
“꿈꾸는 어린이집을 통해 마을 이웃과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부모가 욕심부린다고 아이가 잘 자라는 게 아니더라.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해선 건강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뜻이 맞는 학부모와 재미난 학교를 만들고 마을을 만들었다. 돌봄공동체에서 교육공동체가 된 거다.”
재미난학교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안다. 의사표현이 분명하다. 친구와 경쟁하지 않으며 다른 세대와 대화할 줄 안다. 학습능력만큼이나 소통능력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을 어른들과 어울리며 배웠다. 그는 아이를 망치는 건 부모의 사사로운 욕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모든 인간에겐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양의 정해져 있다는 거다. 부모에게 지랄할 권리를 억압당한 아이들은 불안정한 방식으로 표출하게 된다. 못된 아이는 없다. 못된 어른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여 준 모습이 어땠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가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일 테니까.”
그는 가장 좋은 교육이란, 긍정적인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예술은 매일 거울을 보는 일
“사진강좌를 열심히 듣던 할머니가 한 분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되셨다. 수혜자가 또 다른 수혜자를 만드는 일이 우리 마을에선 가능하다. 문화예술은 일방적이 아니라 선순환 되어야 한다.”
즐거운 삶을 위해 이상훈 사무국장이 선택한 툴은 문화예술이다. 소비하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민참여형을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재미있는 삶, 등 떠밀어 하는 게 아니라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생활문화예술. 구체적인 삶의 방식에서 생겨난 문화 공유는 재미난 마을 안에서 진정한 커뮤니티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로 마을 울타리를 만든 이상훈 사무국장, 그는 문화예술의 또 다른 기능은 거울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문화예술이 가진 힘을 잘 알고 있다. 굳이 교육이란 단어를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나무를 깎아 가구를 만들며 우리는 자신을 살펴보게 된다. 거울처럼. 문화예술의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툴을 사용하는 데 굳이 교육이라는 말을 붙여야 할까? 거울을 보는 일은 일상인데도?”
그의 말처럼 교육받으려 하지 않고, 일상다반사로 여긴다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비싼 공연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은 곳곳에 널려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지 받고 격려 받는 삶을 원한다. 혼자보단 함께할 때, 서로의 빛을 위해 애쓸 때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들, 필요악을 내치지 못한 삶. 그 모든 것을 넘어 이웃과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 그가 바로 삼각산재미난마을의 작업 반장 이상훈 씨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공동체인가? “외로워서.”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쾌도난마(快刀亂麻) 권법을 구사했다. 법인 회원은 150여 명이지만 인근 주민까지 합치면 600명. 그 많은 사람이 마음을 공유하는 곳, ‘삼각산 재미난 마을’. 사무국장이라는 직함보단 마을목수공작단의 작업반장으로 불리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글_김지혜 사진_이상훈 사무국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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