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을 만나다

 

Q. 슬기와 민, 이름만 들으면 남매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듭니다. 두 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슬기와 민은 최성민과 최슬기가 만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입니다. 2002년부터 공동 작업을 시작했고, 200년 국제현대무용제(MODAFE) 포스터 작업을 시작으로 독립 디자인 활동을 시작했고, 2006년에는 ‘슬기와 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첫 전시를 열었습니다. 주로 문화 관련 인쇄물 작업을 해왔는데, 2011년부터 BMW 구겐하임 연구소의 그래픽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Q. 대학원에서’어쩌다’ 만나셨다고 하던데, 그 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예일대 미술대학원 그래픽디자인과에 입학했을 때 만났습니다. 2002년 석사학위전 안내 초대장 겸 포스터 겸 리플릿 작업을 함께 했는데 처음같이 한 작업이었지만 시너지 효과 같은 게 있었습니다. 소박한 작업이었지만 지금까지 가장 아끼는 작품 중 하나일 정도로 애착이 있습니다. 3년 정도 유학 생활을 하다 2003년 9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네덜란드에 잠시 머물다 2005년에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Q. 두 분을 보면 창의성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언제부터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우리에게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이것밖에 없었으니까요. 다른 선택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꿈은 단순명료했습니다.

 

Q. 디자이너와 스펙터 프레스라는 출판사를 함께 경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일인데 같이 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진지하게 하면서부터 출판에 대한 욕심도 함께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존 출판사나 출판시장의 압력 없이 우리 자신의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느낀 점도 있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내용 면에서도 일반적인 서점 유통이 어려운 출판물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결’을 말하려면 두 분야 활동을 모두 ‘잘’ 해나가고 있다는 판단이 전제되어야 할 텐데, 아직 그렇게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한 영역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아마 성과나 전문성이 떨어질 테니까요. 우리가 디자인 작업과 출판 작업, 그 외에 저술이나 자율적인 작품활동을 병행하는 건 역설적으로 어느 영역에서도 성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작품활동 등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 방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되도록 주어진 상황과 과제를 꼼꼼히 분석하려 하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가지려 노력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두 분 과 같은 꿈을 가진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장기적인 계획은 꾸미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원칙입니다. 그래서 활동 계획에 대한 부분은 설명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꿈을 현실로 착각합시다!’

 

‘옷깃을 한 번 스치기 위해서는 전생에 억겁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
부부는 8억겁(億劫)을 거쳐야 만나는 인연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겁’이란 깃털로 바위를 쓸어서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기까지의 시간이다. 그 말을 적용해 보자면, ‘슬기와 민’ 부부는 아마 곱절에 해당하는 시간이 걸려 만났을 것이다. 부부도 모자라 동료가 되었고 불가능 없는 삶을 꿈꾸는 창조적 동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글_황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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