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모자와 수염, 흰 티셔츠안의 초록색 그림, 이 세가지 단어만으로도 설명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인사동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티셔츠에 나무와 물고기, 새와 코끼리 등 초록빛 그림을 그려 넣는 윤호섭 교수다. 디자인을 통해 환경을 살리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그린디자이너, 환경디자이너라 불리는 그를, 유독 뜨거웠던 6월의 마지막 주에 만났다.
환경을 위한 예술, 예술이 있는 환경
익숙한 듯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그린디자이너, 또는 환경디자이너라는 명칭은 디자이너일까? 환경운동가일까? 이 명칭으로 불리는 윤호섭 교수에게 물었다. 명칭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그린디자이너, 환경디자이너라는 디자이너 앞의 ‘그린, 환경’이라는 수식어가 현재 우리사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을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도구로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일이 주목을 받는 것이 그렇죠. 우리는 누구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나는 그저 내가 가장 잘하는 그림으로 디자인을 하는 것이고 그것의 바탕을 환경으로 둔 것이죠.
윤호섭 교수는 광고디자이너였다. 그러던 그가 환경디자이너로, 그린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광고라는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나 지금의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디자인을 하나, 그림이라는 소재는 같으니까요. 단지 목표가 달라진 것뿐이죠.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고 심각하다고 느끼면서 나를 바꾸고 사람들에게 알려 지구를 살려보자는 목표.” 궁금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고 심각성을 깨닫는다 해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호섭 교수가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마음 속 깊이 느끼고 환경디자이너로의 활동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생각과 활동은 무엇일까?
” ‘어느 날 갑자기’라기보다는 조금씩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왔고 환경의 소중함에 대한 확신이 와 닿으면서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생활 속 실천이었는데, 자동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그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거리가 너무 멀지 않다면 걷는 것도 좋고요. 차를 이용 할 때는 볼 수 없었던 거리의 나무, 사람들의 표정, 하늘의 구름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어요. 물론 건강도 좋아지겠죠.”
윤호섭 교수의 생활 속 실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말 냉장고 없이 지내는 것이 가능할까?’는 의문은 “먹을 만큼만 구매하고 소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냉장고가 있어도 어차피 버려지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는 대답으로 충분했다.
예술은 희망을 나누는 소통의 도구
예술이라는 분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것 중 하나는 아름다움과 창작이다. 이 아름다움과 창작을 매번 새롭게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되는 도구와 재료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능할까? 환경문제와 아름다움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 말이다.
“어렵다면 어렵지만 쉽다면 쉬운 일이죠. 가까운 일본을 예로, 2011년에 있었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후 환경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의 지친 마음의 위로를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나섰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분야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하며 환경과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회와 사람들 그리고 환경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예술이라는 분야를 통해 희망을 나누는 것이죠.”
그의 말처럼 일본 문화예술계는 대지진과 원전사고 직후, 피해지역과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예정됐던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행사가 대지진 직후 취소되었지만 그 가운데 몇몇 아티스트들은 자선행사를 열어 모금활동에 나섰고 무료로 강연회에 참석했다. 미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자선경매에 내놓았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피해주민들의 가설주택 공사에 참여해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등 아티스트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재해지역을 돕는데 나선 것이다. 윤호섭 교수의 말처럼, 예술적 재능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나눈 것이다.
현대예술 작가 비크 무니스가 브라질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예술활동을 펼친 과정을 담은, 영화 웨이스트 랜드(Waste Land)가 떠올랐다. 세계 최대의 쓰레기 매립장인 그 곳에서 카타도르(쓰레기장에서 재활용할 물건을 줍는 사람들)와 함께 버려지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삶의 의미를 배우는 이야기.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주었던 기억은 윤호섭 교수를 만나면서 다시 한번 되살아났다.
글_ 송수민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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