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여숙기 교육담당자를 만나다


 

세계 제5대 조각공원 중의 하나인 올림픽 공원 내 위치한 소마미술관은 국민의 예술적 정서함양을 위하여 2004년 9월 개관한 대중지향적 문화예술공간이다. 어느덧, 시민들의 예술의 장이자 친목의 장, 화합의장으로 자리잡은 이곳에서 예술아카데미와 유,청소년 교육프로그램 등 시민들과 친숙해지기 위한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는 소마미술관의 여숙기 교육담당자를 만났다.
글_ 박정숙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Q. 아르떼진 구독자 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림픽 공원 내 자리하고 있는 소마미술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미술관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건립에서부터, 주어진 공간에 대한 고민,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민, 기존 미술관 교육과 차별점을 갖는 교육에 대한 고민 속에서 해외 사례를 공부하고, 사람들과 논의하며,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부분들부터 점검하고 다시 점검하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싹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저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 전공 후, 일을 하게 되면서 관심을 갖다보니 좀 더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박물관·미술관학을 공부했습니다만, 10년 정도의 시간을 지내오면서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열심히 고민하고 연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소마미술관 교육 담당자입니다.

 

Q. 소마미술관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해 주신다면?

 

소마미술관은 올림픽공원이라는 공간적 장점을 이용한 조각공원이 있습니다. 이에 조각에 특화된 4년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조각아카데미는 모두 4년 과정입니다. 2년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이 후 연구반에서 조각에 대한 좀 더 깊이있는 이론을 공부하고 도슨트 반을 최종 과정으로 하는 전체\4년 과정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수업은 일회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소마미술관의 교육프로그램은 ‘문화예술을 즐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하는 질문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사명은 삶을 즐기고,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심어주는 것이라는”점에 초점을 맞추어 장기적으로 진행합니다.
1기로 들어왔던 학생들 중에서는 초등학교5학년 때 시작하여 벌써 고1이 된 학생도 있습니다. 또한 도슨트 수업을 통해 직접 작품설명을 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기도 하지요.

 

4년 동안 한 달에 한번씩,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는 미술관에 간다는 자연스런 인식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교육의 또 다른 목표이자 효과입니다. 아카데미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이제 미술관에 올 때면 “그냥”옵니다. “그냥”이라는 것은 매우 큰 결실입니다. 아이들의 생활에 문화예술교육이 깊이 스며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지요. 문화예술교육이 어디 학습능력을 키우거나, 성적을 올리기위한 교육인가요? 저는 문화예술을 통해 생활의, 일상의 즐거움을 찾을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기획자로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제시해 줄 방향성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마미술관은 이 외에도 성인 아카데미, 어린이 전시연계 프로그램,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 다각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꿈틀꿈틀~ 드로잉은 살아있다”라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입니다. 드로잉을 주제로 교육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실기수업에 대한 갈증이 큽니다. 하지만 실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너무도 많지요. 그래서 실기수업을 하되 차별성을 갖는 교육을 생각 하다 드로잉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드로잉은 스케치, 데생, 소묘, 또는 밑그림 그리기로 불리는 영역인데요, 우리가 흔히 어떤 것을 표현하려는 생각을 시작 할 때 부터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드로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조각을 하는 것도 공간에 대한 드로잉이라고 할 수 있지요. 드로잉은 작품의 완성이 아닌, 사물을 관찰하고, 사고를 통해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창조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에 초점을 둔 영역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그려도, 아이들은 전형적인 집의 모양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보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자신만의 감각을 통해 주저없이 그리고, 그런 드로잉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드로잉을 하다보니 감각을 깨우는 재미있는 방법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 교육과정을 살펴보셔도 알 수 있듯이 드로잉수업은 공원에 직접 나가서 공원이라는 공간을 도화지로 삼아 물을 이용해 드로잉을 합니다. 또한 어둠 속에서 명멸하는 빛의 동선을 이용한 드로잉도 체험할 수 있지요. 그래서 드로잉을 소재로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로잉의 영역은 굉장히 넓습니다.

 

Q. 여전히 교육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잘 그린 그림’이라는 잣대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일선학교의 풍토는 많이 변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초점은 내 아이가 ” 얼마나 잘 그리는 가?”에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중시하지 않고, 결과물로 아이들을 대하게되는 것이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누구는 잘 그리는 데, 넌 그게 뭐니?’라는 이야기가 꼭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수업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학부모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 세대만 해도 다양한 경험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평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토요문화학교 수업이 시작할 때도 학부모 교육을 병행했었죠. 오늘 수업이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할지를 반드시 설명하고 수업을 해야, 그나마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학교와 사회가 모두 과정이 중요하다고해도, 내 엄마와 아빠가 결과를 보고 핀잔을 준다면 아이는 분명 혼란스러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교육자로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지요.

 

 

Q. 문화예술교육의 실행과정에서 느끼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 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학부모뿐 아니라, 행정가들, 학교 관리자들에게는 그 ‘어떤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화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의 성과는 정확히 설명이 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가령 “아이들이 세상을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은 그 과정 자체에 대한 설명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주는 결과를 제시할 수 없습니다. 사물을 달리 볼 수 있는 경험, 그것은 오직 사물에 대한 창의적 시각을 키울 수 있다는 정도로 나타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물론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 중에, 정말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들이 그리기 대회에서 상을 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림은 못 그렸다고 할 수 있지만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이지요. 어떤 학생은 화산을 만들 라고 했더니, 물감이나 크레파스가 아니라, 부엌에 있는 모든 음식재료 및 주방기구를 활용하여 화산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품 역시 재료의 성역없이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 창의성을 인정받고 상을 받았습니다. 대회에서 받은 상이 우수한 결과물이라는 인식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사물을 달리 보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 삶의 어느 순간에서 일을 할 때이건, 자신만의 창작 활동을 할 때이건 분명히 어떤 방식으로든 발현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효과를, 결과를 모두 추적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지요.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작가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가령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전시장에 왔을 때, 현대미술이 어려웠지만 누군가의 설명을 들으니, 좀 쉽게 여겨지고, 재미있게 느껴져, 다음번에도 또 올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언젠가 그 아이가 미술관의 작품 앞에서 3분 정도, 3분이라는 관람 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인데, 3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만들기 위한 과정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선을 하나 그리더라도, 사물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통해 사물의 속성을 생각하여 선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문화예술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닐까요?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을 때, 궤변이지만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세를 지니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의 힘이 아닐까요? 공감하고, 소통 할 수 있는 자제, 그것이 소위 ‘글로벌 인재’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아닐까요? 방금 하신 질문에 대해 저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현재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문화예술교육의 기획자와 강사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강사, 혹은 선생님들이 수업의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논의를 한다면 기획자는 교육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 교육의 방향성, 아이들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전반의 운영전체에 대한 마인드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것인가’하는 큰 방향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주체 및 환경적 요인까지도 고려할 때,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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