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예술가, 학생들이 엮어가는 파트너십-아놀드 에이프릴 인터뷰

문_길예경(월간 디자인네트 전문기자) / 답_아놀드 에이프릴(시카고 교육연맹 소장)

현재 시카고 예술교육 연맹(Chicago Arts Partnerships in Education, CAPE) 의 소장을 맡고 있는 아놀드 에이프릴(Arnold Aprill)은 원래 무대미술 전문가였다. 그는 연출가, 프로듀서, 극작가 등의 경험을 거쳐 시카고 지역의 교사와 예술가를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 그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를 미리 만나봤다.

아놀드 에이프릴 발표 일정
– 문화예술교육 국제 심포지엄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예술교육>(11월 21일 13:00-15:00)
–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 준비회의 <아태지역 문화예술교육 교류 확대 방안>(11월 24일 11:00-12:30)

시카고예술교육연맹이 1993년 설립 이후로부터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듣고 싶습니다.
초기 단계에, 시카고 예술교육연맹은 지속적인 제휴관계를 키워나가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1993년 당시, 교사들과 예술가들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함께 계획을 세우고 함께 가르칠 수 있는지—를 배우기 위한 좋은 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요. 성공적인 협력 속에서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교사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하면서 공동으로 창조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성공적인 교육 및 학습 실례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주안점은 발전 단계에 따라 우리의 작업을 기록하는 것과 ‘액션 리서치(action research)’에 참여하는 데에 있습니다. 액션 리서치라는 접근방식에서는 교사, 예술가, 학생들이 그들의 작업에 관해서 호기심을 돋우는 질문을 하고, 그런 다음에 그 탐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신들이 실천한 것으로부터 증거를 모읍니다. 액션 리서치의 실례들은 시카고예술교육연맹 웹사이트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http://www.capeweb.org/

아가시 초등 학교(Agassiz Elementary School)의 교사, 학생, 예술가들이 진행중인 작업
<그린 유니트: 시각 예술을 통해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인식 높이기>를 학교 복도 공간에 기록했다.

최근에 ‘세계 변혁을 위한 지도력 상’을 받으셨지요. 축하합니다. 예술통합교육에 대한 희망적인 견해는 어디서 나옵니까?
우리의 낙관주의는 인간 정신의 끝없는 다양성과 표현성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누구나 존중할만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긍정적인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믿음은 좋은 의도에서 나온 환상 혹은 감상적인 희망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비록 부정적인 상황에 놓인, 절망에 찬 사람들(교사, 예술가, 학생)이라 할지라도 선택권과 책임감을 부여하는 도전적인 환경에 놓여졌을 때, 그들이 얼마나 빠르게 희망과 진취적인 마음을 되찾는지 실제로 보아온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지요. 예술은 긍정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민주적인 발전을 위한 완벽한 활동 무대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2005 국제 문화예술교육 심포지엄에서 발표하실 글을 읽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경제적, 육체적, 지리적으로 소외된 학생들 외에도 ‘주변화된 계층으로서의 어린이들’이라는 광범위한 쟁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예술통합교육이 어떻게 ‘배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요? 제가 아는 미술 교사는 학생들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지구화된 미디어매체 환경에서 우리들이 보고 듣는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사라져가고 있다’라는 문제는 지구화된 매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지구화된 미디어매체에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있습니다. 학생들이 단지 매체의대상이 아니라 매체의창작자가 되면, 전지구화된 매체를 분석하고 경쟁하는 메시지들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지각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 역사적 사고, 언어학적 사고, 수학적 사고를 포함하는 모든 사고는 미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학자들은 ‘격조 높은’ 수학적 논증을 추구합니다. 모든 사고는 다양한 템포, 리듬, 색채, 톤, 형태, 질감을 통해서 개발되고 그 경험을 전달합니다. 교육과정과 예술의 통합은 구체적인 형태들을 사고할 수 있는 매개체를 제공함으로써, 사고의 미적인 특성을 눈으로 볼 수 있고 쉽게 지각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학습자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듣게 하기 위한, 그리고 들려졌음을 알게 하 위한 폭넓은 팔레트를 줍니다.

마크 쉐리던 아카데미(Mark Sheridan Academy)
학생들은 갤러리 37(Gallery 37 Arts for Center)
전시 공간에서 <시카고 연결하기>라는 제목의 충분히
전문적인 설치를 통해 시카고의 모습을 재현했다.
시카고의 여러 지역의 기운을 표현하기 위해
‘액침 표본’을 만들었다.

발표문의 내용 중에서 특별히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좁은 집에 살고 있는 이웃을 위해 아기 침대를 만든 학생들의 이야기인데요, 그들이 어떻게 선생님들과 예술가 혹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했는지 궁금합니다.
그 학생들은 시카고 시에 의해 문을 닫게 된 공립 학교에서 왔지요. 사실 이 아이들은 낙제생들이었어요. 그들이 옮겨 간 새 학교의 미술 교사 필 커튼(Phil Cotton)은 이 학생들이 스스로 영향력이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할 필요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교사는 학생들이 자기만의 의자를 디자인하고 제작함으로써 자신들의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수업을 생각했고, 서로 도울 수 있는 파트너인 건축가 마지 스토버(Margie Stover)를 우리 기관의 지원을 통해서 초빙했습니다. 그 이듬해에 학생들은 아예 미술실을 재디자인했습니다(작업대를 만들고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을 했지요). 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필요를 분석하고 주위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지요. 바로 이러한 자신감, 영향력,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의식은 그들이 아기 침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주도하는, 그러니까 필요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 무언가를 하도록 준비 교육을 시킨 셈입니다.

‘고급 예술 대 대중 예술’이라는 이분법에서 풀려날 길이 있을까요? 이는 단지 소외 계층을 위한 예술통합교육에서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닙니다만, 2004년에 쓰신 <예술통합에 관한 신화와 현실>이라는 글에서 명쾌하게 다루고 계시는데 그 부분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고급 예술이냐 대중예술이냐, 라는 마법을 푸는 길은 학생들을 모든 형태의 세련된 예술 실천에 노출시키고, 스스로 독창적으로 종합하도록 격려하는 것 입니다. 학생들에게 고급 그리고 대중 예술 양쪽의 감동적인 실례를 제시하고 배우는 사람들을 믿어야 합니다.

고급 예술 대 대중 예술의 신화들
신화: 고급 예술만이 진짜 예술이다 혹은 이 아이들한테는 어떤 문화도 없어.
학생들을 고급 문화로 ‘끌어 올려 줄’ 필요가 있다고, 그러니까 문화란 공식적인 문화의 전당에 의해 기획될 때만 나타나는 어떤 것이라고 가정한다. 만약 아이들이 끌어 올려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학교가 부적당한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거나 아이들이 부적당한 부모와 살고 있다는 얘기다. 고급예술계에도 이러한 모순이 존재하는데, 예술 교육에서는 동시대 혹은 포스트모던 혹은 전근대의 예술 실천들을 지향하기보다는 명예가 높고 작고한 개별 예술가들이 생산한 현대(근대)주의의 고급 예술 실천을 지향하는 편견이 있다.
대립신화: 대중 예술만이 진짜 예술이다 혹은 아이들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학습자들이 어른의 지도를 따라가게 하려면 어른들이 학생들과 함께 ‘내려갈’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다. 이러한 보살핌의 신화는 대중 예술이 복잡성과 세련됨을 결여한 ‘저급 예술’이고, 나이, 취향, 경험, 혹은 문화의 차이를 가로지르며 진정한 대화를 이룰 수 없다는 가정에 의존한다.
더욱 복잡한 현실: 학생들은 그들만의 언어와 여러 가지 성숙한 미적/문화적 언어를 포함하는, 폭넓은 범위의 미적 언어들에 대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다양한 장르와 형태들을 지각하고, 창조하고, 표현하고, 비교하고, 질문하기 위한 기회를 필요로 한다. 모든 형태-대중 혹은 ‘고급’ 예술, 문화적으로 다양하거나 유럽중심적인 예술, 전근대 혹은 현대(근대) 혹은 포스트모던 예술-의 문화적 맥락에 관한 실제 전문성과 이해에 대한 접근이 예술적 의미에 관한 진정한 대화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하다.

시카고 예술 교육 연맹의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이 돌아와서 예술통합교육이 어떻게 학창 시절을 풍부하게 해주었는지 들려 주는 경우가 있습니까?
최근에 8학년 학생들이 돌아와서 3학년이었을 때 참여했던 춤-생물-건축-정부 단위수업의 최종 성과에 대해 비평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체계적으로 우리 ‘졸업생들’을 인터뷰하지는 않았지요. 이건 아주 좋은 생각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