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증진이 미래 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대두되면서 ‘융합’ 혹은 ‘통합’ 수업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되었다. 문화예술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창의 교육 담론의 가장 뜨거운 현장인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방식의 통합수업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교육멘토 이경원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9월 22일,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정보자료관에서 예술교육가를 대상으로 <부킹토킹(booking-talking) 두번째 이야기 ‘창의ㆍ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잡기(이하 ‘부킹토킹’)’> 프로그램이 열렸다. 예술교육관련 서적과 자료들이 잘 정돈된 공간 안 쪽에 20명의 참여자들이 모였다. 이 날은 4주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의 마지막 주차로, 그 동안 배운 내용과 본인의 예술활동을 바탕으로 실제 수업 지도안을 짜보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숍에 앞서 교육 멘토 이경원 교사(서정초등학교)가 나누어 준 유인물에는 예술강사들이 정규교과 과정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정보원*과 이날 워크숍의 주제인 수업계획안 작성 가이드가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예술강사의 창의•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은 바로 ‘교육과정’이었다.
*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NciC)에서는 조선시대 교육과정부터 가장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 원문과 해설서를 과목별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핀란드 등 세계 교육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우리나라 세부교육과정은 각 학년의 과목별 지도서를 참고하는 것이 유용하다.
가. 나의 전공이나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예술활동 구상하기
–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한 페이지에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 이를 활용한 교육내용/예술활동 순서 정하기
– 실제 학생들과 함께 할 배움의 순서를 정해 배열해 본다.
– 처음-가운데-마무리가 연계될 수 있는 맥락적 순서를 고려한다.
다. 나.의 내용과 교육과정 간의 연계성 확인하기
– 교과과정과 연계를 고려할 때 예술과목뿐만 아니라 타 교과와의 연계를 고려하면 더욱 풍성한 학습으로
이끌 수 있다.
라. 문화예술교육 수업계획안 완성하기
– 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을 중심에 두고
계획안을 마인드맵으로 다시 구성해 본다.
마. 교육/예술활동 시작
– 첫 시작은 학생들과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설명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 미리 그려둔 마인드맵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함께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한 최소한의 방향을 공유한다.
–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이 자신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타 교과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안내한다.
바. 교육/예술활동 중에 학생들과 소통한다
* 위 내용은 이경원 교사의 교육 자료와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편집하였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바로 옆 서가에서 필요한 교과서 지도서를 찾아보며 자신만의 통합수업 지도안을 완성해갔다. 이경원 교사는 시각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마인드맵을 그리도록 독려했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거치면 글로만 적었을 때에 비해 수업계획을 설명하거나 공유할 때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실제 학교에 제출할 수업계획안의 첫 페이지에 삽입한다거나 아이들에게 수업내용을 설명할 때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이라고 이경원 교사는 덧붙였다.
교육 멘티로 참여한 전숙희 예술강사(영화분야)는 자신만의 통합수업 지도안으로 역사와 영화수업을 결합한 수업계획 마인드 맵을 만들었다. 주사위를 펼친듯한 도면 안에 한 칸 한 칸 수업의 키워드와 목표, 그리고 내용을 그려 넣었고, 이를 작은 책처럼 접어 하나씩 펼치며 설명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완성했다. 올해로 11년차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숙희 강사는 평소 교육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아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영화로 표현해보는 것에서 시작해 점차 음악이나 미술 등 다른 예술장르와의 통합을 시도해나갔고, 이제는 교과와 연결해 학습적인 부분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통합수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르간 융합은 예술강사로서 자연스러운 고민이라 하더라도 타 교과와의 연계를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했다.
“물론 예술강사의 수업이 교육과정 안에서 다른 교과와 반드시 접목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학교에서 오히려 아이들의 문화예술체험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죠. 사실 아이들이 영화수업 시간에 재미로 영화를 보는 것을 기대하고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수업이 그저 이벤트 성으로 끝나지 않고, 또 영화가 아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려면 인성교육과 함께 교과적인 부분도 접목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교과과정,
예술교육과 교과가 만나
배움의 경험을 확장해 나가는 연결고리
그런데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아이들이 다른 교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학년별 교과별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 등 ‘교육과정’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경원 교사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활동이라면 ‘교과과정’이라는 큰 틀 속에서 움직이도록 만들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교과과정’이라는 최소한의 연결고리가 있을 때 예술이 학교 안의 다른 교과들을 만나 배움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술교육정보자료관이 이용자들의 자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작년 11월 처음 마련한 ‘부킹 토킹(booking-talking)’ 프로그램. 올해에는 예술교육 분야 종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통합수업이라는 구체적인 주제로 진행되었다. 소신실 사서(예술교육정보자료관)는 예술교육과 관련된 장서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자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하고자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며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만의 수업을 기획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통합수업 마인드맵을 소개하는 전숙희 예술강사(오른쪽)
시각예술 작가로 활동하다가 지난해부터 방과후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온 교육 멘티 안수진씨는 “예술교육을 생각했을 때 보통 작업의 시작-과정-결과물을 중심에 두고 생각했는데, 부킹토킹을 통해 준비 작업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전숙희 예술강사는 “학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경원 교사가 혁신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도했던 통합수업 이야기라 그런지 실제로 접목해 볼 수 있는 내용을 들을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통합수업을 향한 열쇠가 교육과정에만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학교 현장의 환경과 필요,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접하는 교육의 내용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을 지금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해가 가기 전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한번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번 프로그램을 아쉽게 놓친 사람이 있다면 예술교육정보자료관 공지사항을 눈 여겨 봐두자.
예술교육정보자료관
<부킹 토킹(booking-talking) 두번째 이야기 ‘창의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잡기’>가 열린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정보자료관은 2009년도에 남산 드라마센터가 리모델링되면서 개관하였다. 문화예술교육으로 특화된 자료관으로 크게 문화예술, 교육, 예술교육에 관련된 자료를 중심으로 약 1만 2천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자료관의 주 이용층인 예술강사, 예술가, 예술교육 단체 관계자 등 예술교육 관련 종사자에 한해서 소정의 증빙절차를 거쳐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자료대출이 최대 3주까지 가능하다. 인터넷 DB검색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미리 찾아볼 수 있고 해당하는 경우 e-book 열람 또한 가능하다. 월-금 9:00-18:00까지 운영되며 자세한 이용 안내는 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예술교육정보자료관과 ‘부킹토킹’ 프로그램에 대해 인터뷰로 도움말씀 주신 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장재환 총괄 매니저, 소신실 사서께 감사드립니다.
관련링크
– 부킹 토킹( Booking-Talking) 두번째 이야기 ‘창의통합 수업을 위한 맥(脈)잡기’
– 수업현장 스케치 영상 보기(서울문화재단)
– 예술교육정보자료관 이용안내
글_대외협력팀 권민영
사진_대외협력팀 정이슬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
코너별 기사보기
비밀번호 확인
제가 교육 대학원에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미술교과와 체육교과 등.. 통합교육이 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