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고 너를 발견하며 우리가 되다

10월 5일, 화창한 일요일 오후. 서울세계무용축제의 ‘꿈! 틀! DREAM A MOTION’이 열리는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은 중•고등학생들로 무척이나 분주했다. 이들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방과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상학교’의 커뮤니티 댄스 수업 에 참여하는 ‘단원’들이었다. 오늘은 드디어 그간의 연습을 토대로 음향, 조명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정식으로 무대에 오르는 ‘결과발표회’날이다.

 

지난 2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화곡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하여 중랑청소년수련관, 문래청소년수련관, 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에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댄스 수업을 진행해왔다. 커뮤니티 댄스는 어떤 장르나 형식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커뮤니티 안에서 ‘춤’을 통해 너와 나, 우리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니 춤의 기술을 배우기 전에 수업에 참여한 단원들이 서로 마음을 주고 받고,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는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으로 2011년부터 상상학교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 마련한 무대이다. 사업 담당자인 최혜원 씨(서울세계무용축제 기획팀)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학교 내에서도 커뮤니티 댄스가 활성화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커뮤니티 댄스는 관계회복을 중심에 놓인 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무턱대고 포옹을 하거나 눈을 마주치기 어렵듯, 서로에 대한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한다.”

 

 

커뮤니티 댄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접촉이 많은 신체활동을 통해 친밀감과 일체감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수업 2~3주차의 초반에는 단원들이 서로 속마음을 이야기하거나 신체를 접촉하는 과정을 주로 진행한다. 그런 다음 각 청소년수련관에 배정된 전문 안무 강사와 함께 힘을 모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춤으로 승화시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발표회 등을 통해 그간의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수업은 마무리 된다.

 

수업이 7개월쯤 접어들면 단원들끼리 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청소년들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 해 온 강사도 매우 높은 친밀도를 갖게 된다. 화곡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는 김우진 강사다. 그는 청소년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순수함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표현했다. 또, 아이들의 끼와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어 기뻤다는 말을 보탰다.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관찰하고, 경험을 나누며 소통
중학생 소녀들의 꿈과 끼를 무대 위로 가져왔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가슴 가득 꽃을 든 가족과 친구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화려한 포토존과 소소한 이벤트가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이제 진짜 공연장에서, 전문 공연 기술진과 함께하는, 중학생 입장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진지한 커뮤니티 댄스 무대의 막이 올랐다.

 

컨택과 만나다
금요일 오후3시

Becoming a woman
F_U_N_N_Y-FUNNY

‘컨택과 만나다’ – 서울시립문래청소년수련관 (김단비, 도은찬, 박지우, 유지수)
‘금요일 오후3시’ – 서울시립보라매청소년수련관 (국보라, 권근 김은솔, 김혜진, 박민지, 박재용, 이슬비, 이준희, 정수빈, 홍은영)
‘Becoming a woman’ – 서울시립중랑청소년수련관 (김희경, 김희정, 김세윤, 김수빈, 김지현, 김지희, 범주영, 이예신)
‘F_U_N_N_Y-FUNNY’ – 서울시립화곡청소년수련관 (이다영, 이예빈, 이하늘, 최바다, 허여서)

 

발표회는 한 시간 남짓 이어졌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발표회에 참여한 단원들과 강사, 그리고 이들을 쭉 지켜봐 온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뭉클한 마음으로 뜨겁게 환호했다. 어느덧 이런 재능과 안목을 갖게 된 것에 놀란 마음과 대견한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결과 발표회가 이번 과정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오늘의 발표회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잊혀지지 않을 무언가를 가슴에 새겼음은 분명해 보인다. 마음 속 뜨거움, 혹은 잊고 싶은 실수, 만족감, 자신에 대한 약간의 실망, 친구 관계의 어려움, 가족의 응원 혹은 갈등. 이런 다양한 감정을 겪으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방법을 배웠을 것이다.

 

‘커뮤니티 댄스’는 결국 뒤죽박죽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조율하는 법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발표회가 끝나고 각자의 일상,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청소년들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취재_ 정민영
사진_ 국제무용협회 제공

 

방과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상상학교’

‘상상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주관하는 방과후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청소년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감수성과 자기이해를 높이고 창의성과 인성 함양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예술의 창작 과정을 경험하고 전문적으로 공연․전시를 실행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4년에는 3월부터 12월까지 현재 16개 단체가 79개 청소년수련시설에서 상상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9월 말부터 11월까지 강동 아트센터, 부평 아트센터 등 전국에서 결과발표회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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