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 중간점검 현장취재

지난 11월 15일 저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복합공간에서 지역문화 CoP 중간점검이 열렸습니다. 이날 모임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지역문화 CoP 참여팀인 ‘연평오감’, ‘문화행복누리단 어울림(이하 어울림)’, ‘푸를청(靑)’ 등 총 3개 팀 1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CoP 퍼실리테이터 김정이 씨와 문화기획자 안이영노 씨, 그리고 교육진흥원 지역문화 CoP 담당 김주리 씨 등이 참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지난 여름 시작해 이제 중반을 넘어 달려가고 있는 지역문화 CoP의 현재를 함께 점검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1월 아르떼진 테마기획 그 마지막 이야기는 CoP 중간점검 현장의 생생한 열기를 전해 드립니다.



문화예술교육 실행공동체를 말하다
href=”http://www.arte365.kr/?p=3429″ target=”_blank”> 김정이 퍼실리테이터 기고
③ CoP 참여자 인터뷰
④ 나의 CoP 실행기


지역문화 속에서 ‘나와 우리’를 찾는다
각 지역 문화예술 기획자, 활동가 및 교육자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지역문화 CoP 참여자들. 중간점검 모임을 위해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았지만 자리에 모인 참여자들의 얼굴은 밝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실행 사례도 많지 않고, 개념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까닭에 CoP에 참여하면서도 매 순간 ‘과연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실천의 목적과 내용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 모색과 고민은 자꾸 생겨나기 마련. 이런 상황에서 다른 참여자들과의 만남과, 퍼실리테이터 김정이 씨, 문화기획자 안이영노 씨에게 듣는 진솔하고 격의없는 조언은 이들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존재였다. CoP 중간점검은 이와 같은 만남의 기쁨과 진지한 탐구심이 함께하는 현장이었다.
중간점검에 참여한 지역문화 CoP는 포격으로 훼손된 연평도에 벽화 그리기를 비롯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는 ‘연평오감’ 팀. 그리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40~50대의 문화예술 활동가, 예술가, 공무원 등으로 이루어진 ‘어울림’ 팀, 광주·목포·전주 등 전남권 문화예술기획자 및 활동가로 구성된 ‘푸를청’ 등 3개 팀이었다. 이들의 연령대나 활동지역은 같은 팀이라 할지라도 매우 다양했다. 문화예술분야에 몸담은 각자의 동기나 이력도 서로의 개성처럼 뚜렷했다. 그러나 ‘지역문화’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학습과 토론의 소산을 실행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본령의 목적의식만큼은 한마음으로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모든 도전과 실패, 소중한 자산이 된다
   
이날 모임의 중요 프로그램은 각 CoP별 진행 상황을 소개하고, 해당 내용을 다른 참여자와 퍼실리테이터, 기획자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었다.

먼저 ‘푸를청’ CoP가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지역 박물관을 대상으로 근대문화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청소년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지역문화의 요람으로 박물관을 선정한 까닭은 청소년에게 지역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는 수단으로 박물관 교육이 유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에 퍼실리테이터 김정이 씨는 “CoP의 경우 ‘자기화’의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며 “지역문화와 박물관, 그리고 청소년 지역문화교육은 이미 많은 사례가 있죠. CoP 활동을 통해 ‘푸를청’이 하고자 하는 것이, ‘푸를청’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되려면 해당 주제가 여러분에게 강한 설득력과 매력을 가져야 되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이영노 씨가 “뭔가를 발견하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고 여러분이 10대가 되어 박물관과 지역문화를 직접 즐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CoP에서 중요한 것은 공유하는 ‘경험’, 그리고 실천을 ‘공유’한다는 사실이에요.”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는 ‘연평오감’ 팀. 이들은 과거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해 본 경험이 있다. 하여 이번 CoP 활동에 있어 가장 조직적이고 치밀한 실천계획과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평도라는 특별한 지역성을 상기하며, 현장에 어떻게 문화예술을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구성원 모두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듯 선명한 목표의식 때문에 정작 구성원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은 다소 미흡한 것 같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정이 씨는 “원래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면 왜인지 결과물은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웃음과 함께 말문을 열었다. 김정이 씨는 “‘연평오감’은 구성원 모두 문화예술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많고, 다들 유능한 기획자이자 예술가입니다. 그런데 CoP 활동에 있어서는 이 사실이 발목을 잡네요. 앞서도 말했지만 CoP는 먼저 주제가 ‘자기화’되어, 내 안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연평도라는 목표에만 깊이 천착한 나머지 진짜 각자의 이야기가 어떠한지, 그리고 서로가 이 CoP를 통해 어떠한 것을 배우고 실행하고 싶은지, 이와 같은 주제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네요. CoP는 지역이나

  대상에 무엇인가를 ‘해 주는’ 작업이 아닙니다. 참여자가 느끼는 지역성, 참여자가 느끼는 실행의 필요가 바로 도메인(주제)로 다가와야 하는 것이죠. 여러분이 연평도에 어떤 결과물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남은 시간 동안 이 CoP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였고, 어떤 실행 동기를 유발했으며, 그래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조언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팀은 ‘어울림’. 이들은 처음 문화예술(교육)이 저소득층이나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탐구해 보자는 생각으로 뭉쳤다. 팀원 중 사회복지분야 공무원, 다문화센터 기획자, 지역문화예술가 등이 있어 자연스레 공통의 주제가 생겼다. 그런데 큰 틀의 주제만 정한 채 세부 주제, 그리고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서로의 의견이 좀처럼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퍼실리테이터와 함께한 첫 번째 미팅이 있었고, 이를 통해 전혀 새로운 주제인 ‘베이비 부머 세대(50대)의 문화예술 향유’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다. CoP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 도메인의 자기화가 이루어지면서 바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퍼실리테이터 김정이 씨는 “‘어울림’의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CoP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촉진하는(퍼실리테이션)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여러분은 자기 안에서 도메인을 발견하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외부에서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 가는 CoP는 오래 지속되기 쉽지 않습니다.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구성원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우러나는’ 주제가 훨씬 더 오래 실행되죠. ‘어울림’은 이제 새로운 주제 하에서 학습과 실천의 세부적인 계획을 만들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문화기획자 안이영노 씨는 “어쩌면 CoP가 무엇이냐는 ‘정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자주 만나고, 주제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고민을 하는 과정 모두가 CoP이며, 그 모색 하나하나가 모두 정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도와 실수의 과정까지도 모두 CoP로 보는 것이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실천, 그리고 자기화된 주제가 모양을 갖추어 갈 것이기 때문에요. CoP에는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것이 없습니다. 단어를 뛰어넘어 여러분의 독자적인 CoP를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내 안에서 우러나는 자발성이 중요
   
지역문화 CoP 중간점검은 김정이 씨와 안이영노 씨가 CoP 참여자들에게 공통 조언을 전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두 사람은 CoP의 자발성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사실 CoP를 수행하는 여러분조차도 이것이 기존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와 어떻게,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그래서 CoP에는 무엇보다 자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은 정말 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여러분이 시도하고, 실수하고, 전진하는 모든 과정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것이 CoP가 되는 것입니다. 외부에 정답을 제시해야 된다는 부담을 버리시고,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작은 것부터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실행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와 같은 SNS나 포털 카페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실제 만남에 따른 물리적인 제약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진지한 열의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2011 지역문화 CoP 참여자들. 이들의 중간점검은 단지 ‘점검’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통해 각자의 마음에 숨어 있는 절실함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 이들은 올해가 가기 전 다시 한 번 모여 워크숍을 갖고 지역문화 CoP를 지속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음 번 만날 때까지, 한 뼘 더 자라난 모습을 기대하며 손을 흔드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글.사진_ 박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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