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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무지개청소년센터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한 다문화 역량 개발을 위한 청소년 영상 프로젝트 다문화 영상제 ‘다문花 영화 속에 피다’가 사랑티비 소극장 홍대점에서 열렸다. 젊은 열기로 가득한 극장에 세대를 뛰어넘은 관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남녀 청소년 학생들의 설렘도 커지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다문화를 묻다

 

먼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제목으로 시작한 영상은 거리에 나가 시민에게 ‘다문화’를 묻는 다큐멘터리였다. 실제로 학생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인터뷰 영상을 찍었다. 이 영상을 함께 본 참여 학생들은 다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한 학생은 영상에 나온 말 중 ‘다문화는 비빔밥이다.’라는 문구가 가장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비빔밥은 여러 재료가 다양하게 들어가 그 맛이 더 풍부해지고, 여러 가지 나물을 함께 먹으며 영양을 흡수하는 거잖아요. 이처럼 다문화도 특정 민족과 문화의 것이 아니라, 다 함께 모여 어울리고 함께할 때 우리 사회를 튼튼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친구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문구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는 다문화는 ‘국력’이라고 적혀 있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다문화가 국력이라는 것은 개개인을 다문화로 보지 않고 어떤 국가, 문화, 이렇게 특정한 것을 지칭하면서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의미인 것 같으니까요.” 이러한 대화를 통해 결국 외모나 문화가 다르다고 해도 우리는 하나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청소년들의 솔직한 대화가 마음에 와 닿았다.

 

영상으로 표현된 다문화 청소년의 열정

 

이어서 청소년 영상 프로젝트 팀이 여름캠프에서 찍은 ‘2011 그해 여름’이라는 작품이 상영됐다. 깜찍한 청소년의 모습을 커뮤니티 댄스와 함께 유쾌하게 보여 준 내용이었다. 그리고 중도입국한 다문화 배경의 청소년들이 출연해 삶의 일화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3부작 ‘변두리 소년 소녀 날다’가 상영됐다. 중국에서 온 슈퍼맨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다급한 구조 메시지에 부응해야 하는 슈퍼맨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땅에서 미션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코믹한 이야기를 통해 그의 고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 땅의 삶, 그 어려움을 통렬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북한에서 태어난 시진이와 한국에서 생긴 새아버지와의 일화를 중심으로 만든 ‘아빠는 아빠다’라는 작품이 선보였다. 사춘기 소녀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비록 친아버지라 해도 어색하고 귀찮을 수도 있는데, 시진이에게 ‘아저씨’라 불리는 새아버지는 어떤 방식으로 시진이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극영화와 실제 인물의 인터뷰가 어우러지도록 편집해서 리얼리티 넘치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파키스탄 소녀 루시와 아이의 유일한 친구 향미의 일화를 중심으로 전개한 ‘학교 가는 길’이 상영됐다. 실제 3살 때 한국으로 이주한 파키스탄 소녀 파미자 양이 주인공이 되었고, 그녀의 솔직한 표현력과 존재감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서 ‘루시’ 역할을 한 파미자 양은 영화에 관심이 많아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며, “처음에 알지 못했던 친구들에 대해 서로 잘 알게 되면서 친하여진 점이 좋았어요.”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한편 또 다른 작품에 출연한 문산고등학교 2학년 안용상 군은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영화분야 김태우 예술강사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캠프에도 참가하고, 작품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문화라는 단어에 대해 깊은 의미를 찾게 됐어요.”라고 안 군은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을 이끌어 영상제를 만든 김태우 예술강사와 무지개청소년센터 주한나 연구원은 학생들이 각자 바빠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고 밝히며,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 10명과 일반 학생 10명 등 총 20명으로 팀을 꾸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서로의 배경을 넘어 각자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였던 이번 영상제에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면서 경계를 넘어 친근함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 이들은 “이번 다문화 영상제는 저희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예술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체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소통의 감동을 함께 느끼며

 

다문화 청소년들과 친구들은 영상제 제작 과정을 통해 시나리오, 촬영, 편집, 연기 등 영화예술에 대해 배웠음은 물론 서로 협동하고 함께 일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연구원과 강사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소통의 기쁨을 보았고, 보람을 느꼈다. 또한, 이들의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도 감동과 기쁨은 고스란히 마음에 와 닿았다.

작품 상영 후 관객과 영상제 청소년들은 한참 동안 촬영 일화와 가족 이야기, 장래 희망을 토론했다. 그 모습에서 어느 새 어엿한 예술가가 된 청소년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겠지만, 다문화 청소년들은 경계를 넘어서는 커다란 경험을 하면서 그들만의 꿈을 피워내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글.사진_ 야마다 다까꼬 인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