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1학년 10반 학생들이 호중훈 강사가 있는 교실로 몰려들었다. 강사와 대화를 나누느라 남아있던 다른 반 학생들과 4교시 수업을 듣는 10반 학생들이 한데 뒤섞여 시끌벅적 한 사이, 4교시 시작종이 울렸다.
호중훈 강사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가르쳐 왔다. 그는 지금, 캠퍼스를 벗어나 중학교 교실에서, 상업성과 스킬을 떠나 예술로서 만화•애니메이션을 나눌 수 있는 이 일에 흠뻑 빠져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분야로 이 수업에 대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기대가 크다. 호중훈 강사에게도 매 수업이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긴장감도 없애고 집중력도 높이기 위해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수업은 시작된다.
화요일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수업이 있지만, 1교시 수업이 끝나고 나면 1학년 대부분이 수업 내용을 알게 된다. 아이들 사이에 금세 소문이 난 탓이다. 그럼에도 수업 시간 내내 강사를 향한 학생들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늘 화요일이 기다려진다는 채종하 학생은 “평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다른 수업과 달리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놀이 같아서 좋아요.”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날 수업은 ‘추상애니메이션 만들기’ 첫 번째 시간. 스피커를 통해 바흐의 곡이 흘러나오자, 호중훈 강사는 학생들에게 눈을 감을 것을 권했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이 수업의 시작이자 주요 포인트이다. 음악이 끝나고 아이들은 모둠별로 모여 앉아 서로가 느꼈던 감정과 떠올렸던 이미지들을 풀어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음악을 들었던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난 음악에서 사랑이 느껴졌어”, “외계인이 떠올랐다면 이상한 건가?” 끝없이 쏟아지는 의견만큼 ‘공유의 캔버스’에 그려지는 그림은 다채로웠고, 과감한 손길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이 시간을 ‘쉼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강사의 의도대로 학생들의 표정은 수업 시작 때보다 훨씬 밝고 편안해 보였다.
모둠을 찾아다니며 강사가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통해 창의적으로 표현하기를 바라는 강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공유의 캔버스’처럼 학생들의 손도 화려한 파스텔 컬러로 물들어 갈 즈음, 작품이 완성되었다. 음악이 자신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는지, 그 감정을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했는지 발표하는 시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강사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기에 수업 내내 미소를 띠던 강사도, 학생들의 표정도 진지하기만 하다.
6개의 작품과 함께 서로의 마음에 ‘공유의 캔버스’가 만들어진 이 날의 수업은 서로를 향한 격려와 칭찬의 박수로 마무리되었다. 한 학기로 끝나는 짧은 일정이기에 학생들에게도, 강사에게도 소중한 45분이었다.
글, 사진 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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