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문화예술 교육 과정”의 출간은 연극이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문화예술의 큰 줄기에서 시작해 각각의 영역을 살펴보는 것보다, 과정 자체를 아래에서부터 살펴보자. 문화예술교육 과정에 적용된 연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연극을 통해 어떤 지식과 기술, 사고 과정을 배우게 될까?
연극 수업에서 학생들은 “연극 제작자, 연기자, 관객의 입장에서 자신과 다른 이의 관점과 이야기를 분석하고 즐기며 나름의 의미를 만들게 된다.” (“호주의 문화예술 교육과정”에서 발췌)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관객이 가져야 할 자세와 예술가가 가져야 할 능력을 모두 배우게 된다.
또한 연극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통해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미학적 지식을 향상시키며 문화예술의 실제를 이해하게 된다. 관객인 동시에 제작자인 경험을 통해 그들은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자신감을 키우게 된다.
또한 ‘연극의 요소’를 배우고 적용해 가면서 학생들은 그들의 세계를 각자 그리고 협력하여 탐구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법을 배운다. 더불어 역할, 캐릭터들의 관계성, 상황, 음성과 움직임, 공간과 시간, 집중, 긴장, 언어, 아이디어와 연극적 의미, 분위기와 환경 그리고 상징들을 결합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요소들을 통제하고, 적용하고, 분석하며 이것이 어떻게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의미를 생산하는지 배우면서, 학생들은 연극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과정에서도 자신감있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연극 수업을 듣는 학생은 이야기의 원리, 그러니까 일련의 사건들을 연결하는 말과 글을 통해 어떻게 인간이 삶의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가는지 배운다. 사건은 장소와 공간, 시간, 분위기, 환경 그리고 상징적으로 재현된 경험들 등을 통해 묘사된다. 여기에 대비, 병렬배치, 연극적 상징 등의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연극은 이야기를 완성하여 관객과 교감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극은 “예술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켜 발상(idea)를 소통시키고, 개인적∙집합적 세계에 대한 관찰, 생각, 상상력을 재현하고, 표현하고, 이야기하면서 예술과 삶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또 나눈다.”
연극을 배우는 것은 다른 문화예술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연극을 배우는 학생은 다른 문화예술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과 사고체계를 알게 된다. 연극 제작과 그 반응을 통해 협업하는 법과 창의력, 상상력,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팀워크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은 연극뿐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이 기술과 사고체계는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을 배우는 데도 필요하다.
연극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통해 학생들은 연극을 자신의 인생과 예술 세계로 즉시 끌어들인다. 그들은 커리큘럼에 있는 비판적 사고의 방법에 기초해서 대본을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보는 능력을 활용한다. 연극 제작을 배우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술의 의미를 깨닫게 되며, 각각의 다른 관점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학생들은 의미를 이끌어내고 해석하기 위한 질문을 하고, 또 대답하는 능력을 키우고, 의미나 해석들이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의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 탐구한다. 이 모든 과정은 학생이 경험하는 연극의 세상 밖에서도 가치를 갖는다.
또, 연극을 통해 학생들은 디자인의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시각 예술 학습을, 연극 동작을 배우는 것으로 무용 학습을 보완한다. 연극의 형태와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예술의 형태와 스타일, 구조를 이해하는 사고력을 키워준다. 이러한 소양과 과정은 학생들이 공감과 다각적 관점을 드러내면서 생각을 표현하고,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창의적인 예술작업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극 학습이 다른 학습 과정에 미치는 영향
연극이 문화예술을 넘어 더 넓은 영역의 교육과정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여기서 ‘교육과정(curriculum)’이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호주의 문화예술 교육과정”은 일반적인 능력을 ‘호주의 청소년 교육 목표에 대한 멜버른 선언(MCEETYA 2008)’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모든 호주의 청소년은 성공적인 학습자, 자신감과 창의적인 개인, 활동적이고 사회성이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 교육 목표이다.
멜버른 선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습자에게 필요한 필수 기술을 명시하고 있다. 문해력, 기본적 계산능력, 정보 소통 기술(ICT), 사고력, 창의력, 팀워크와 소통이 그것이다. 연극이 창의적 사고와 자신감, 비판적 사고, 팀워크와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이런 일반적 능력을 배우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 분명하다.
교육학자인 아더 코스타(Arthur Costa)와 베나 칼리크(Bena Kallick)는 2000년에 저서 “마음의 습관”을 통해 또 다른 기본적인 기술을 정의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삶의 기본적인 기술 역시 연극 학습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극을 배우는 사람은 리허설을 하면서 지속력, 정확성을 가지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또한 캐릭터와 관계성, 상황을 창조해 나가면서 감정이입을 하게 되며, 상대방의 의견에 이해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즉흥적으로 창작하기, 대본 해석하기, 그리고 연기와 연출을 통해 학생들은 과거의 지식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배우와 관객은 모든 감각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경외와 호기심을 표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문제를 대한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연극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력, 상상력, 혁신을 배우게 된다. 존 커튼 예술대학(John Curtin College of the Arts, http://www.jc.wa.edu.au/)이 제공하는 특화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주요가치를 창의력, 상상력, 혁신으로 하여, 학교의 모토(motto)이기도 한 ‘삶을 위한 학습’에 예술이 기여하는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연극이 삶에 주는 선물
연극은 많은 선물을 준다. 이 과정을 통해 모든 학생은 문화예술 자체를 통해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힘을 배우기 시작하며, 그 끝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연극은 다른 문화예술 과정뿐 아니라 삶의 과정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References
Costa, A and Kallick, B (2000) Habits of Mind: A Developmental Series. Alexandria, VA: 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
Melbourne Declaration on Educational Goals for Young Australians (2008), Melbourne. MCEETYA
IDEA(국제연극교육협회)는 1992년 설립되었으며, 2010년 서울 세계 문화예술교육대회 이후로 한국과 전 세계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연극과 교육 전문가, 예술가, 교육자, 교사가 함께 모여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연극 교육과 생활 속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연극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국가의 연극협회가 IDEA의 멤버이고, 개인 예술가와 관련 전문가들 역시 이곳에 속해 있다.
예술교육의 지속적 발전과 혁신을 위해 어떤 점을 노력해야 할까?
호주에서는 최소한 세 단계(1992~1994, 1995~1998, 2009~현재)에 걸쳐 문화예술교육과정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단계별로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정기획자는 최고의 과정을 기획할 수 있지만, 이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교실 책꽂이에 비치된 쓸모 없는 자료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실행은 교사가 과정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는 학생과 부모, 소속 커뮤니티에 이 과정을 기꺼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넓은 사회조직망 속에서 승인과 지지, 자원을 얻어 이 과정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실행이란 ‘우리 학교의 모든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과정을 제공할 때, 정말로 모든 아이들에게 의미 있고 만족할 만한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충분한 자원과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교육이며, 더불어 학교 운영진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행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은 다음을 참조하면 된다.
Chapter 4 Guidelines for Effective Music Education of National Review of School Music Education (Pascoe, Leong et al. 2005).
Pascoe, R., S. Leong, J. MacCallum, E. MacKinley, K. Marsh, B. Smith, T. Church and A. Winterton (2005). Augmenting the Diminished: National Review of School Music Education. Canberra, Austra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Education, Science and Training.
글_로빈 파스코(Robin Pascoe), 교수
로빈 파스코 교수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州) 퍼스에 위치한 Murdoch 대학 내 교육대학의 예술과 연극 교육 부교수이다. 현재 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과정과 중학교 연극과정 기획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 근무하기 전에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서 ‘문화예술 분야 관리’와 같은 다양한 과정을 소개했다. Arts in the Western Australian Curriculum Framework (1998)를 저술했으며, Australian Government National Review of School Music (2005)를 공동 감독을 했고, National Review of Visual Education (2006)의 멤버이기도 하다. 또한, Australian Curriculum: The Arts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 (ACARA)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현재 학교에서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역동적인 특징을 판별해 내는 것을 주 관심사로 하고 있다. 또한 현대 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과정의 실행과 교사 연극 실습과목, 전문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을 주제로 한 석∙박사 학생들의 공동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이메일: r.pascoe@murdoch.edu.au
IDEA 홈페이지: http://www.idea-org.net
IDEA 사무국 담당자: 앤 윈터슨(Anne Winterton, abwintert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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