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문화역284 RTO에서 열린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프로그램 「예술강사 만남의 날」 참여를 위해 전국 각지의 예술강사들이 모였다. 이날 호주 퀸즐랜드 대학 교수이자 제2회 예술강사 컨퍼런스 공동의장인 브래드 해스만(Brad Haseman)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예술강사들간의 주제 발표와 세션별 모임을 가졌다. 이번 세션별 모임은 ‘사회적 이슈와 문화예술교육 디자인(권혜영, 무용)’, ‘예술교육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는 모든 것-심리사회적 기능을 중심으로(박지영, 국악), ‘사회적 브리지로서의 예술강사- 인터랙티브 모션 아트 워크숍(김현영, 만화애니/미술)’ 등 총 3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그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워크숍을 준비하고, 예술강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박지영 예술강사가 바라본 현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예술강사 네트워킹의 시작
‘예술강사 만남의 날’의 시작은 2012년 8월 진행된 ‘사회 예술강사 네트워킹 데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에도 예술강사들간의 교류와 네트워킹은 예술강사 연수에서 간간이 이루어졌지만, 오로지 예술강사의 네트워킹만을 위한 연수는 2년 전 그때가 처음이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진행된 ‘사회 예술강사 네트워킹 데이’에서 예술강사들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예술가로서 잊고 있었던 예술적 감수성과 정체성의 재발견, 자기 분야와 타 분야 강사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한 응집력 강화였다. 이후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형태로 예술강사들의 네트워킹이 이루어졌지만, 그때의 감동을 재현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내심 아쉬움이 있었다.
‘2014 예술강사 만남의 날’은 2년 전 그때의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자는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예술강사 만남의 날은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4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획에 참여한 장태환(연극/노인연극), 권혜영(무용/장애무용), 김현영(만화∙애니메이션/장애 미술) 강사와 나는 4월 24일 첫 번째 자문회의를 시작으로 40시간 이상의 많은 시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며 준비했다. 예술강사들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형태만 다를 뿐 한 가지였다. ‘일상을 일으키는 예술교육의 힘과 예술강사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예술강사 만남의 날’에서 내가 기획한 부분은 주제 발표, 세션별 모임 진행, 피날레 공연이었다. 보는 사람들이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이 세 가지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제발표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음악의 기능을 중심으로 토론했고, 세션별 모임에서 분야별로 어떤 요소들이 예술이 제 기능을 하게 하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피날레 공연에서는 앞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실제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어떻게 표출되는가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주제발표
우리 예술강사들은 문화예술교육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항상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하면 당황한다. 요즘 공교육에서는 창의력과 인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문화예술교육이 그러한 교육에 어떤 긍정적인 힘을 가졌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학문적인 근거를 대면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몸으로는 알고 있으나 머릿속에서는 논리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의 동료인 예술강사들과 함께 정리하고 싶었다.
최근 세월호 참사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겪어야 했던 말 못 할 아픔들이 많았다. 매스컴에서도 문화예술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한쪽에서는 취소하지 않고 강행하다가 사람들에게 강한 비난을 받고 타의에 의해 끝내 무산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4~5월은 성수기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공연이 한 순간에 취소되어 생계를 위협받으면서도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예술은 배부른 사람들의 배부른 직업인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문화예술에는 흥을 돋우기 위한 기능만 있을까? 캐플런(1990)은 예술(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여덟 가지로 정의했는데 1) 지식의 형태, 2) 소장품, 3) 개인의 경험, 4) 치료, 5) 도덕과 상징성, 6) 상품, 7) 사회 변화 제시와 방향 설정, 8)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나리오를 연결하는 기능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메리암(1964)은 1) 감정표현, 2) 미적 즐거움, 3) 오락, 4) 커뮤니케이션, 5) 상징적 표현, 6) 신체적 반응, 7) 사회적 규범, 8) 사회기관과 종교의식의 확인, 9) 사회와 문화의 연속성에 기여, 10) 사회의 통합에 이바지한다고 정의했으며, 마지막으로 정현주(2011)는 음악은 1) 관계형성적 기능, 2) 소속감 형성의 기능, 3) 응집력 강화의 기능, 4) 소통의 기능, 5) 시대의 상징, 6) 사회통합의 기능, 7) 민족적 대표성의 기능, 8) 문화 간 통합의 기능, 9) 세대 통합의 기능 등 9가지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하였다. 물론 내가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음악을 중점적으로 알아보았지만, 이 정의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타 예술분야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션별 모임
이러한 문화예술의 기능들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예술교육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세션별 모임에서 나눌 수 있었다. 세션별 모임은 여러 분야의 예술강사들이 모여 ‘예술교육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감정표현의 기능으로서의 예술교육이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구체적인 활동을 생각해 내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예술교육이 감정을 표현하게 한다고 늘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의 어떤 요소가 그렇게 만드는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세션별 모임에서 주제가 하나씩 더해질수록 생각해내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고, 교육이 어떻게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이며 논리정연하게 이어졌다. 모두 예술강사들이 평소에 이런 생각을 늘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피날레 공연
피날레 공연의 의도는 주제발표와 세션별 모임을 통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공연예술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었다. 제목은 ‘판굿에서 아리랑까지-일상의 희로애락을 담다’. 예술강사들로 이루어진 국악 실내악 팀 ‘다홍’과 객원들이 포함된 ‘놀새’ 팀이 함께 무대를 엮었다. ‘판’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마당이었다. 예술강사들을 위한 예술강사들에 의한 ‘판’에서 연희가 되는 판굿과 ‘아리랑’ 퍼포먼스를 통해 열악한 처우에 대한 한을 토해내고, 함께 슬픔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집단적 신명을 도출해 내어 다 함께 위로받는 것을 목표로 기획∙연출하였다. 20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함께 노래하고 음악을 느끼는 과정 안에서 슬픔과 기쁨, 한, 즐거움을 함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예술은 예술강사들의 또 하나의 모국어이다. 예술강사 만남의 날은 예술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예술강사들만의 특별함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예술교육 1세대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다음에도 이러한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글_ 박지영 예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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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rte365.kr/?p=26504
서울신문 기획기사_ ‘예술강사 만남의 날’ 기획자 인터뷰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code=seoul&id=201405270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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