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국제예술강사컨퍼런스 공동의장인 브래드 해스만(Brad Haseman)이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의 행사 ‘예술강사 만남의 날’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세계의 예술강사들의 역량 발휘와 바람직한 활동 환경 조성을 위한 기조연설과 더불어 예술강사들과의 대담 시간을 가졌다. 전 세계적인 예술강사의 동향 파악과 함께 현장의 예술강사들에게 큰 귀감을 주었던 그의 강연을 정리해 보았다.

 
 

브래드 해스만

 

브래드 해스만이 강조하는 것은 문화예술교육 환경이 ‘얕은 풀(Shallow pool)’이 아닌 ‘깊은 풀(Deep pool)’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얕은 풀’이란 소극적이고 작은 그룹의 활동을 일컫는다. ‘깊은 풀’이 갖추어져야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활동과 에너지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문화예술교육 매개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깊은 풀’을 만들기, 10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공통의 철학과 행동의 기본 틀 마련

 

피터 앱스(Peter Abbs)의 미학을 도식으로 표현한 다이어그램(Living Powers: The Arts in Education, 1987)을 통해 예술강사와 학교, 지역 사회 등의 연관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피터 앱스(Peter Abbs)의 미학

 

이 다이어그램은 사회 안에서의 예술의 역할을 나타내고 있다. 동그란 원은 창조와 발표, 평가, 반응 등의 예술 참여 활동 과정을, 외곽의 사각형은 전통, 창조, 개인, 지역공동체의 유기적 관계를 뜻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함께 해 나갈 때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바람직해 진다.

예술이란 정서적인 공명을 갖는 동사적인 개념이다. 모든 예술의 형태는 공감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동안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감정과 정서, 기억, 상상력, 신체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기본적인 세상의 지식과 통합적으로 아우르고 연결하여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술강사다. 예술강사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철학과도 같다.

 

2. 전문성을 인증하는 공적 기준을 갖춘 트레이닝 프로그램

 

예술강사는 예술활동을 촉발하는 조력자로서의 역량이 필요하고, 스스로 예술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강사 스스로가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어린 아이, 치매 환자, 반항기의 청소년 등 언제, 누구를 가르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하고 풍부한 역량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의 전문성을 인증받을 수 있는 기준은 바로 ‘자격증’이다. 공적 기준을 갖춘 트레이닝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가로서의 문을 열어야 한다.

 

* 한국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개정(‘12. 2. 17.)으로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http://acei.arte.or.kr

 

3. 의무 교과 과정 참여

 

예술교육은 비공식적 교과 과정이나 방과후 수업 등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술교육이 영향력을 가지려면, 공식적인 교과 과정과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이미 의무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있는 음악, 미술 외에도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 등으로 확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한국에서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해 8개 분야(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 공예, 사진, 디자인)의 전문 예술강사들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공교육 의무교과과정 내에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연극, 국악, 무용 3개 분야의 경우 기본교과수업인 국어, 음악, 체육수업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토요동아리(초중고등학교), 돌봄동아리(초등학교)에도 8개 분야 예술강사들이 방과후 교육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4. 전문 역량 개발

 

참신하고 다양한 경력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업데이트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강사 협회 등과 같은 전문 협회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한국은 아르떼 아카데미와 같은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예술강사들이 전문적인 역량을 지속적으로 쌓아가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고 여겨진다.

 

5. 자원

 

교육을 위한 지침 등 다양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온라인을 통해 예술강사를 지원하는 시스템 ‘아츠팝’을 구축하고 있다.http://www.artspop.org.au 안타깝게도 현재는 영어로 구성되어 있고, 영어 사례들만 게시되어 있지만 한국의 사례들도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6. 홍보 활동

 

현재는 소수의 학부모들에게만 알려져 있지만 학생들의 부모들은 물론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행정가와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예술강사의 활동에 대해 알릴 수 있다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7. 연구 조사

 

예술강사가 자신의 교육에 있어 연구적,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 교육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체내화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8. 네트워크

 

예술강사 간의 단단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면 서로 격려하고, 지원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다.

 

9, 10. 보상과 인정

 

예술강사란, 어려운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월급 외의 보상과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예술강사 스스로가 갖고 있는 열정이 또 하나의 인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른 사람의 인정 또한 필요하기 때문에 동료간의 평가나 칭찬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위의 10가지가 예술강사에게 깊은 풀을 만들어 주기 위한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분명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고 이것들이 갖추어진다면 예술강사의 환경은 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깊고 풍요로운 연못이 만들어져 가고 생각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깊이를 더 해가다 보면 분명 완벽한 깊은 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브래드 해스만은 강연이 끝난 후에 예술강사들과 함께 모여 앉아 디지털 시대 안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 온라인화 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논의 했다. 그는 인터넷 보급률은 물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브래드 해스만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대한민국 예술강사들과 함께 했다. 모든 무대에 참여하고, 모두와 어울리며 낯선 체험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였다. 그가 말했다. 예술강사들은 직접 대면하고, 몸으로 부딪치고, 직접 맞서는 것을 즐긴다고.

 

그에게도 그것이 보였다. 그의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다 나은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더 발전된 예술강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고군분투 해왔다는 것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가 우리나라 예술강사의 고충과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브래드 해스만

 

미래 교육의 핵심, 예술강사
직면한 도전 과제를 딛고 서야
브래드 해스만 인터뷰

 

 

Q.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의 현장과 대한민국의 예술강사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A.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이 얼마나 체계화 되어 있는지 깨닫고, 놀랐다. 이런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류와 자원, 조직 등이 필요한데, 이렇게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것을 보니 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관계 기관, 관련된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협력 관계를 갖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세계의 예술강사나 예술 교육인들은 흥겹고, 용감한 사람들이다. 오늘 역시 자신과 관련 없는 장르의 예술을 접하면서도 편안하게 참여하고, 즐기는 예술강사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문화예술교육을 향한 그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강사들의 발표만 보아도 사회 이슈, 지역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모습이나 예술가로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강한 의지와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Q. 왜 학교 교육에 예술 과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이미 예술교육의 혜택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모든 예술활동이 같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는 없겠지만, 일부의 경우 학업성취도 개선, 자존감 상승, 창의성과 혁신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예술작품은 다른 과목에서 가르칠 수 없는 상상력이나 감정, 신체를 활용하게끔 하고, 인지적, 지식적 측면의 배움뿐만 아니라 총체적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깊이 있고 폭넓은 교육을 원한다면 예술과목은 반드시 필요하다.

 

Q. 학교-문화예술교육-지역사회 기관의 각 역할은 무엇이고 호주에서 이 기관들의 협업으로 성공한 문화예술교육 사례가 있는지?

A. 학교와 문화예술교육 기관, 지역사회 기관이 함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역동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연결 고리, 즉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한가지 사례를 들자면, 세 개의 학교에서 무용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 프로젝트에 대형 예술 기관이 참여하게 되면서 학교와 문화기관, 예술강사, 지역사회, 노인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 대학, 대학생들까지 참여했다. 학교에서 시작되었지만 여러 세대가 참여하는 무용 퍼포먼스가 되었고, 대형 문화 기관에서 상영하고 공연할 수 있게끔 기회를 마련해 줌으로써 정말이지 풍요로운 리소스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교과 과정과 학교의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동료애, 동등한 의지와 헌신을 갖고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결과다.

 

Q. 예술강사가 역량발휘를 하고, 교육 현장에서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

A. 모든 예술강사들이 가질 수 있는 공통의 신념, 행동할 수 있는 프레임 워크가 필요하다. 열정만 가지고는 불가능한 활동들에 개념적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한국은 보상과 인정의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나은 편에 속한다.

또한 현재 세계의 예술강사 시스템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예술강사의 파트타임화이다. 예술강사는 교육자이면서 예술가이기도 하다. 한 자리에 고여있어야 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작품활동도 하고 유연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강사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다.

 

Q. 대한민국 예술강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예술강사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 국가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문화기관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는 70명의 예술강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같은 시스템을 갖고 있는 국가는 보지 못했다. 5천여 명의 예술강사를 관리하고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큰 성과이며 다른 국가들이 배울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자긍심을 갖고 열정을 발휘하길 바란다.

 


브래드 해스만

브래드 해스만 (Brad Haseman)

호주 퀸즈랜드 공과대학 창조산업대학의 교수이자 부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퀸즐랜드 주의 여러 학교에서 연극 교사 및 고문으로 활동했고, Dramawise의 공동저자(John O’ Toole 공동집필) 및 워크숍 리더, 발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호주 국가 교과 과정 (The Arts)의 도입을 위한 웹 기반 학습 자료를 준비하는 예술가와 교육가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고, 제2회 예술강사 컨퍼런스의 개최 추진 및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호주 예술위원회 역량 강화에 대한 전략 패널의 의장이기도 하다.


글, 사진_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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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rte365.kr/?p=26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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