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강이의 꿈같은 하루

모처럼 예술강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을 맞아 예술강사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행사가 마련된 것. 세 명의 예술강사가 기획한 ‘예강이예술강사의 꿈같은 하루’는 일상이라는 키워드를 ‘여가, 쉼, 미래’로 확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전하는 일상다반사를 들어보자.

 


문화역서울684 RTO
문화역서울684 RTO

‘예강이의 꿈같은 하루’가 열린 5월 22일의 문화역284 RTO 현장


1부
다르지만, 같은 그들

 

“원효초등학교 5학년 5반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일상’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은 ‘행복한 순간, 더불어 사는 삶, 올바른 나, 죽지 못해 사는 것, 계란프라이, 사람 사는 이야기’ 라고 답했습니다.” 사회자로 나선 안령 예술강사는 아이들의 재치 있는 답변을 소개로 행사를 시작했다. 네 명의 예술강사가 프레젠테이션이그나잇을 이용해 스피치를 하는 만큼 어두운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는 공예분야의 김성수 예술강사였다. 그는 자신의 프로필과 작품소개에 이어 전라북도 장수군 천천면 천천초등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분야는 공예지만 전공은 조각인 만큼 수업 중 미술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한다는 그. 아이들에게 낙서도 소중한 작업이며, 어린 시절의 흔적을 잘 보관하면 예술의 밑거름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교실을 벗어나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나름대로 해석도 하고 아주 즐거운 작업이에요.” 김성수 예술강사는 인상 깊었던 수업으로 ‘학교 창고 꾸미기’를 소개했다. 놀라울 만큼 창의적인 아이들을 보며 오히려 자신이 한 수 배웠다고. “장수로 가는 길은 굉장히 즐거워요. 저에게 예술 교육은 같이 노는 거예요.” 예술강사로 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김성수 예술강사. 그는 예술을 통해 소통을 꿈꾼다는 말과 함께 발표를 마쳤다.

 

공예예술가 김성수
조기선

왼쪽 김성수 예술강사는 공예분야, 오른쪽 조기선 예술강사는 국악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기선 예술강사는 발표 전 ‘일상’이라는 주제로 작곡한 가야금 연주곡을 들려주었다. 경쾌한 가야금 소리가 공간을 메우자 관객들은 귀를 기울였다.

“6시에 기상해 6시 40분에 출발합니다. 20분 정도 서두르는 것이 지각하지 않고 학교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비결입니다.” 가야금 연주를 마친 그는 담백한 어투로 자신의 하루를 소개했다. “다음 학교로 이동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이에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늘 사과 한 쪽으로 배를 채웁니다. 대곡초등학교는 마땅히 쉴 공간이 없어 사우나 같은 제 차 안에서 지지다가 수업에 들어갑니다.” 대부분 노래로 이루어진 국악수업,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노래를 하다 보면 하늘이 노래진다는 그.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는 건 예삿일, 한숨 자고 일어나 저녁을 먹고 나면 예술강사가 아닌 작곡가 조기선으로 돌아간다. 홀로 작곡도 하고 악기 연습도 한다. 요즘은 고수판소리에서 북을 사용해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를 넣는 등 반주를 하는 사람를 배우고 있다는 그의 열정은 쉼이 없어 보였다. 주말에는 딸과 자전거고 타고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긴다는 조기선 예술강사는 ‘예술강사가 정규직’되길 바란다며 이야기를 끝냈다.

 

예술강사, 엄마, 아내, 며느리, 1인 4역을 소화하고 있는 무용분야 최현주 예술강사가 세 번째 발표를 이어나갔다.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내고 저도 학교에 갑니다. 강당에 쌓인 먼지를 직접 닦고 아이들을 맞을 채비를 하죠. 서로가 만족스러운 수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지식전달수업이 아니다 보니, 늘 수업 시간이 모자라 정신없이 수업을 마치게 된다고 전했다. 수업 후 집에 돌아와 쌍둥이 형제를 돌본다. 학원은 보내지 않고 있다. 숙제를 봐주고 저녁을 먹이고 수업 일지를 작성하고 나면 어느덧 한밤중이다. 주부와 엄마, 예술강사의 삶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바쁘게 돌아간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며 도대체 나는 언제 쉴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점심시간 후에 학교 5층 정보실에서 갖는 티타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듣는 컬투쇼. 집에서는 쉬는 시간이 없지만 학교에 오가며 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진정한 쉼은 밀회의 유아인이었는데 이제 그마저 없네요.” 한달 전, 부르튼 입술은 나을 기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이, 남편이, 자식이 마음을 이해해주면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안령,우선영,최현주,김성수

왼쪽부터 안령 예술강사, 우선영 예술강사, 최현주 예술강사, 김성수 예술강사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연극분야 박연두 예술강사는 ‘오늘 자기소개를 하는 줄 알았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연극배우, 영화배우, 예술강사, 밴드, 아버지, 그리고 틈틈이 사진을 찍고 별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무대와는 또 다른 성취감을 얻는다는 박연두 예술강사, 그는 예술강사조합이 생긴 뒤로 고민이 많아졌다고 한다. “출강도 중요하지만 사회문화예술, 지역문화예술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딸과 4차원적인 대화를 즐긴다는 그는 국어점수는 나쁜데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아오는 딸을 보며 예술강사의 필요성을 느낀단다. 정답과 창작의 간격을 메워주는 게 예술강사의 역할인 것 같다. 또 잘못된 것에 대한 개념 정리와 딸을 비롯해 아이들을 변화된 시스템 속에 살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우리는 현장 전문가임을 잊지 말고 파이팅하자’고 말해 공감을 샀다.

 

2부
당신에게 배웁니다

 

1부를 마치고 철원에서 달려온 이연주 예술강사의 단소 연주가 2부 시작을 알렸다. 길어진 발표 탓에 현장 즉석발표는 한 사람에게만 허락됐다. 8년 차 연극강사인 박광훈 예술강사는 쉰이 넘었지만 예술강사로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생 모은 세상의 소리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소망도 잊지 않았다. 안령 예술강사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예술강사의 일상은 끊임없는 단련 같다”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행사 전 인터뷰에서 “예술강사의 하루는 잔잔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마음을 다치면 안 되더라고요. 그 영향은 아이들이 받게 되니까요”라며 평온함을 강조했다.

 

이연주
박연두

연극분야의 박연두 예술강사와 철원에서 달려온 이연주 예술강사의 단소 연주


관객으로 참석한 무용분야 현아람 예술강사는 “저는 예술강사만 하는 것도 힘든데 다른 분들을 보면서 반성했어요. 더욱더 열정을 갖고 임해야겠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 날은 특별한 얼굴도 만날 수 있었다. 평소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과 예술강사라는 제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배우 이선아 씨다. 그는 “예술강사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좋았어요.”라고 말하며 ‘예술강사가 학교에 필수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술강사의 하루를 엿본 시간, 그들의 하루는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매일 더 나은 예술강사, 아버지, 아내, 예술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고 있었다. 진솔한 이야기가 가득했던 만큼 그날은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하루로 남았다.

 
 

글ㆍ사진_김지혜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은 예술강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발언의 장으로 예술강사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2014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를 맞이하여 서울을 비롯하여 인천, 대전, 강원, 부산에서 5월 21~23일까지 열렸습니다.

 

–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

– 예술강사의 이야기마당 [대전편] 기사보기: http://www.arte365.kr/?p=24832

– 예술강사 현장지식 공유 컨퍼런스: 예술강사의 발 http://arteconferenc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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