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되는 예술교육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②

2025년 9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에 참여해 영국과 프랑스의 주요 문화예술교육 기관을 방문했다. 동시대 예술교육이 기술·공간·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직접 관찰하고, 그 운영 구조와 교육 방식을 우리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르캄(IRCAM) 현대음향연구소, 라 빌레트(La Villette), 국립 거리예술 및 공공장소 예술센터(CNAREP, 크나렙) 등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이 구축해 온 구조적 생태계와 그 안에서 발견한 주요 특징, 그리고 그 경험이 우리 문화예술교육에 남긴 질문을 정리해보았다.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떤 환경 안에 사람들을 머물게 할 것인가’를 먼저 묻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예술가의 역할, 교육의 구조, 공간의 책임, 기술의 쓰임을 함께 바꾸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만난 여러 기관은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해 있었지만, 그 운영과 교육 방식에서 ‘기술, 공간, 연결성, 정서’라는 네 가지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 구조를 따라가다 보니, 문화예술교육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다시 꿰어야 할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 프랑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발견한 4가지 키워드
감정을 들려주는 기술 – 이르캄
퐁피두센터 내부에 있는 이르캄 현대음향연구소는 예술·과학·기술이 교차하는 세계적인 사운드 연구·창작 기관이다. 이곳에서 기술은 ‘배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소리의 본질을 탐색하고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에서도 참여자들은 먼저 소리를 듣고, 느끼고, 구분하며, 그 감각을 바탕으로 디지털 장치와 사운드 기술을 접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르캄의 워크숍이 결과물 중심이 아니라 ‘탐색의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참여자들은 작곡가나 기술자 이전에 청취자이자 관람자로 존재한다. 그 위에 기술이 더해져 소리는 음악이 되고, 감정은 하나의 사운드 언어로 변환된다.
이 경험은 기술이 예술교육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기술은 화려한 장비나 새로운 콘텐츠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때 대신 말해주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모바일 녹음기나 간단한 루프 앱만으로도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 풍경을 소리로 만들 수 있다. ‘기술을 가르치는 예술교육’이 아니라, ‘기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교육’의 가능성을 이르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연결되는 공간 – 라 빌레트
라 빌레트는 예술·과학·음악·무용·연극·서커스가 공존하는 대형 문화예술 단지다. 이곳은 기관이라기보다, 하나의 ‘문화 생태계’에 가까웠다. 공연장, 전시장, 어린이 공간, 창작 스튜디오, 공원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흐름 자체가 교육의 구조가 되고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어린이·청소년 공간과 예술가 창작 환경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술을 체험하는 공간 옆에서 예술가들이 작업하고, 시민들은 산책하듯 전시와 공연을 오가며 예술을 만난다. 라 빌레트는 예술가–교육자–시민이 분리된 역할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는 하나의 구조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공공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함께 호흡하는 정서적 공간
일드프랑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이자 정치, 경제, 학문, 과학기술의 중심지이다. 일드프랑스 지역의 유일한 국립 거리예술 및 공공공간 예술센터(이하 크나렙)인 ‘르 물랑 퐁뒤(Le Moulin Fondu, CNAREP)’와 센터에서 개최하는 축제 ‘프리모 페스티벌(Le festival PRIMO)’ 현장은 예술이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사회와 만나는지를 보여주었다. 거리와 광장은 무대가 되었고, 시민은 관객이기 이전에 예술의 일부로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무료·개방·상호작용이라는 구조 속에서 거리예술은 공연을 넘어 사회적 대화의 형식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파리 과학산업박물관 역시 짧은 방문이었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설명’보다 ‘경험’이었다. 전시는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몸으로 들어가 보고 손으로 만지며 질문을 만들어 가는 환경에 가까웠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배우는 과학’이라는 박물관의 철학은 예술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구조처럼 보였다. 이 경험은 필자가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 단체와 활동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예술교육 공간은 단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들어와 실패해도 괜찮고, 말이 느리거나 표현이 서툴러도 몸과 소리로 참여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가 예술교육의 구조와 생태계를 보여주었다면, 그 구조 안에 머물 수 있는 ‘정서의 공간’이 한국에서 더 깊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으로 이어졌다.
이어지는 현장, 남겨진 질문들
프랑스의 문화예술 현장에서 기술은 감정을 확장하는 언어로, 공간은 교육 그 자체로, 연결 구조는 예술이 사회와 만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 견고한 시스템을 마주할수록 문화예술교육이 다루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인간 내면의 깊이와 넓이를 조절하고, 자신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일 텐데, 이 구조 안에서 인간의 감정과 내면이 얼마나 깊이 다뤄질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함께한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문화예술교육을 조금 더 지속적으로, 즐겁게 이어갈 수 있을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장르 간 경계를 넘는 융합예술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예술교육가들이었지만, 결국 공통적으로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우리 현장에서는 이 구조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대화는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나는 피아노의 서스테인 페달을 떠올렸다. 연주가 아름다워지려면 페달을 밟아 소리를 길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를 알고 페달을 떼어주는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지속만큼이나 교육가와 참여자 모두의 쉼과 정서적 돌봄이 중요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나아가 각자의 교육적 실천을 돌아보고, 자기 성찰과 전문성을 함께 확장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연수 이후 나의 실천에도 구체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우선, 자기 탐색–소리 표현–합주 공유로 이어지는 3단계에서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탐색한 뒤 소리로 표현하고, 함께 연주하며 서로의 감정을 듣는 흐름을 분명히 하자 몰입과 상호 이해가 한층 깊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리 표현 과정에서는 예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 녹음, 재생, 편집 등을 위한 전자 시스템)을 보조적으로 활용해 참여자가 자신의 감정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소리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수업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지역 구조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었다. 제주지역에 맞는 확산 구조(학교–지역아동센터–가정 연계)를 더욱 선명하게 하고, 시니어와 발달장애 참여자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또한 누구나 장벽 없이 ‘접근 가능한 합주 키트’가 되도록 기존 DIY 키트를 보완하는 교구 개발과 함께 이 키트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미션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모색 중이다.
동시에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질문들도 있다. 우리는 기술을 아직도 ‘멋진 활동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예술교육의 성과를 결과물 중심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참여자를 어디까지 ‘예술의 주체’로 신뢰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 질문들은 답을 단정 짓기보다는, 앞으로의 실천을 비추는 나침반처럼 남아 있다. 프랑스에서의 경험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작은 단서가 되기를 바라며, 이 고민을 현장에서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이지은
이지은
음악치료를 전공한 작곡가이자 문화예술교육가로, 음악을 매개로 인간의 감정과 표현을 탐구하는 현장 기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청소년·가족을 대상으로 정서 중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창작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해 왔다. 현재 어라운드스토리 대표로 오디오북 〈나는 나로 나와〉를 비롯해 〈봄, 여름, 가을, 바다 그리고 겨울〉 〈제주에 잇다〉 등의 앨범을 발매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ari@aroundstory.com
유튜브 어라운드스토리
사진제공_이지은 어라운드스토리 대표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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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6년 02월 13일 at 11:27 AM

    환경이 되는 예술교육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②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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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6년 02월 13일 at 12:19 PM

    환경이 되는 예술교육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②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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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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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6년 02월 13일 at 11:27 AM

    환경이 되는 예술교육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②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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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6년 02월 13일 at 12:19 PM

    환경이 되는 예술교육
    2025 우수 예술교육가 역량 강화 해외연수 참가기②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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