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컬리연구소

- 제주특별자치도

- belocally.lab@gmail.com

- 홈페이지
“제주에 와서, 함께할 사람이 없다.” 귀향하거나 이주한 청년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제주 안에서 각자의 일은 어떻게든 꾸려가지만, 고민을 나누고 문화를 즐기며 관계를 쌓을 연결망은 부족하다. 지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자산을 기반으로 삶이 지속되도록 특화된 공간이지만, 현실에서는 각자도생의 방식이 반복되고, 많은 청년이 고립과 외로움 속에서 방향을 잃거나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혼자가 아닌 함께, 지역적으로 살자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브로컬리연구소를 만들었다.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과 이 지역에서 계속 함께 살아갈 동료를 만날 수 없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우선 작은 소모임을 만들었다. 농사 짓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영상 만드는 사람, 지역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사람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모여 자신의 고민과 하고 싶은 일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쌓았다. 서너 명으로 시작했던 이 만남은 지인들이 하나둘 합류하면서, 현재 74명의 멤버로 성장했고, 이 느슨한 만남은 점차 하나의 커뮤니티로 확장되었다.
많은 사람이 ‘브로컬리연구소’라는 이름을 들으면 브로콜리를 파는 곳인지 묻곤 한다. 이름은 ‘BE LOCALLY(지역적으로 살자)’라는 의미로 이 지역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함께 탐구해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커뮤니티 안에서 멤버들은 지역에서 살아가며 생기는 크고 작은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실패를 공유하며, 서로의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열리는 네트워킹 모임은 이러한 관계를 쌓는 기본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교류하며 관계가 쌓이고, 서로의 지역살이 생존 방식과 노하우를 터득한다.
작당을 실험하는 방식
브로컬리연구소 활동의 중심에는 ‘작당’이 있다. 작당은 단순한 소모임이 아니라, 개인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서로에게 받은 영감으로 연결해 실제 유무형의 이벤트로 옮기는 프로젝트다. 우리는 그것을 “작당을 실험한다”라고 한다. 정기모임을 통해 연결된 멤버들이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와 상상을 함께 이야기하고, 소규모 프로젝트로 이어져 실행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해 기획하고 실행한다. 농업, 문화 기획, 디자인, 영상, 음악, 1인 기업, 책방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이 서로의 관점을 나누며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재능을 발현시켜 다양한 작당을 함께 만든다. 지역 축제 기획, 팝업 식당, 플리마켓 운영, 작가 낭독회, 음반 발매, 소공연과 전시 협업, 매거진 콘텐츠 제작, 독립영화 상영회 등 작당을 통해 멤버들은 단순한 콘텐츠 생산을 넘어 또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실질적인 협업 경험을 축적한다.
개인의 재능 품앗이 형태로 작당이 진행될 때도 있다. AI로 음악 만들기, 글쓰기 모임, 사진 촬영 스터디, 요가,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 등 멤버들이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예술교육을 서로에게 제공한다. 작당으로 이어진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참여자 간 관계가 유지되며 또 다른 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에게 개방되어 세대와 직업을 넘는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은 개인의 역량 강화뿐 아니라 지역 안에서 새로운 문화와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생산되는 구조를 만든다.
흩어진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기
브로컬리연구소의 활동은 특정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한때 농촌 유휴공간으로 만든 거점 공간을 운영했지만,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해 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 (많은 커뮤니티가 공통으로 겪는 현실이기도 하다) 대신 거점 공간을 한곳으로 국한하지 않고, 멤버들이 운영하는 개별 공간을 연결하고 아카이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게스트하우스, 동네 책방, 소규모 음식점, 로컬 카페와 작업실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룬다. 작당을 위한 공간이 필요할 때는 멤버의 공간을 활용하거나, 공간이 없는 멤버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또한 지역의 카페, 도서관, 공원, 마을 공간 등 다양한 장소와 협력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멤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무대이자 지역 주민과 연결되는 접점을 만들어간다. 일부 작당은 지역 기관 및 공공 영역의 프로젝트와 연결되었다. 청년 정책 관련 간담회 참여, 문화교육 외곽 지대에 있는 지역 청소년 혹은 주민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서귀포삼다종합사회복지관, 서귀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강사 참여, 청년 뮤지션 네트워크 구축 사업 기획 등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논의와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함께 짓는 지역 문화
브로컬리연구소는 소비자로서 문화를 향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문화 생산자가 되는 방식을 실험한다. 문화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 현실에 머무르기보다, 지역에서 필요하거나 재미있는 주제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며, 작은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만들어간다. 개인의 실험은 공동 프로젝트로 확장되고, 멤버 간 재능 품앗이를 통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로컬 콘텐츠가 생산된다.
예를 들어 독서 모임을 하고 싶은 멤버가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멤버에게 제안해 독서 모임을 만든다. 책방에서 낭독회를 진행하고 싶지만, 기획에 어려움을 토로하면 기획과 운영을 돕는다. 그중 한 멤버가 낭독회 시인의 시를 로컬 뮤지션에게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제안하여 로컬 뮤지션의 곡으로 재해석되고, 멤버 중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앨범 커버와 음원 작업에 참여하면서 하나의 콘텐츠로 완성된다. <회복기1>이라는 곡이 이렇게 탄생한 콘텐츠이다. 이렇게 아이디어는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이러한 공동 프로젝트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삶과 맥락에서 출발한 문화가 자급자족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실험이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과의 교류 역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이 멤버들의 공간 혹은 프로그램을 방문하고, 반대로 멤버들은 크고 작은 마을 행사와 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일상적인 접점을 만들어간다. 한때 거점 공간이 위치한 하례마을 축제에 매년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청년 커뮤니티와 지역 사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로 이어지도록 시도하고 있다.
든든한 비빌 언덕을 향해
브로컬리연구소는 지역 안에서 청년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작은 좌표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누군가에게는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플랫폼이며, 누군가에게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비빌 언덕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로컬 라이프스타일을 탐구하는 공동체로 남고자 한다. 청년들이 이 지역에 머물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역에 뿌리내리는 선택이 외롭지 않도록, 작은 연결을 꾸준히 만들어갈 것이다. 이 작고 꾸준한 연결이 지역에서의 삶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 김민희
- 아침에는 상추를 따고, 낮에는 귤나무 사이를 걷고, 저녁에는 사람들과 다음 실험을 논의한다. 흙냄새와 음악이 섞인 하루를 산다. 서울에서 국제 협력 분야의 일을 하며 기후 위기를 체감했고,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공간을 운영하며 지역에서의 삶을 실험하고 있다. 감귤밭 안 오래된 집을 고쳐 라포르하례라는 이름의 머무는 공간을 만들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키우는 온슬로농장을 가꾸며, 청년들이 연결되는 브로컬리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쌓으며, 계절을 닮은 속도로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고 있다.
belocally.lab@gmail.com
인스타그램 @belocally_lab
홈페이지 belocallylab.com - 사진제공_김민희 브로컬리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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