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먼지와 꽃가루에 주목하게 된 것은 팬데믹 직후였다. 우리가 모두 환경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명공동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시기다. 그 영향력은 우리의 일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났다. 정치·경제적 위기와 불균형, 사람을 대체하는 다양한 기술의 등장, 비대면의 일상화 등 우리는 생태계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을 얻게 되었다. 나 또한 작업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단순히 우리가 호흡만으로도 공기 중의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으며 바깥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현미경 속 미지의 존재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미경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었다. 나의 커다란 몸뚱이에 달라붙어 동행하는 작은 먼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몇십 배에서 백배, 때로는 천배까지 시야를 확대해야 했다. 그렇게 몇 달간 추적한 일상에 있던 미지의 존재들을 마주하고 나서 느낀 것은 상상하고 추측만 했던 미시세계의 다양성과 생동성을 나의 힘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성취감이었다. 실망한 장소는 없었다. 미시세계는 어디에나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생태계란 언제 어디에서나 살아 숨 쉬며 자신의 목적성을 위해 생동하는 개체들의 공생 상태이다. 그 어떤 생명도 홀로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관계성이다.
이들을 관찰하고 있으면 작은 입자는 더 이상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자연-기술-인간의 관계를 비추는 생태적 단서가 된다. 진동하고, 부유하고, 시공간을 여행하면서 우리가 감각하지 못하는 차원에서 부지런히 임무를 수행하는 시스템과 자연의 법칙을 증명한다. 먼지를 공부하면 ‘경계’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흔들리고 재배열된다. 우리가 자연이라는 대상을 두려워하고 안전한 공간을 침범하는 외부의 어떤 것으로 여기는 일이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부질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이런 경계를 흩트리는 증명의 물질들을 주변에서 수집하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하고자 노력해 왔다. 다양한 실험을 거쳐 소리, 수집한 꽃가루와 먼지, 영상, 날리는 가루 등으로 재구성해 작품에 녹이려고 했다.
작은 미립자의 세계에 한창 빠져있을 때, 네덜란드의 ‘얀반에이크아카데미’(Jan Van Eyck Academie)라는 기관에 2023년부터 1년간 연구자이자 예술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생물자원이라는 차원에서 식물이 어떻게 다양한 경계를 이동해 왔는지 접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정치·경제적으로 식물은 자본화되어 개량되고 이주, 해체, 절멸, 보존되었다. 생물자원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식물을 공부한 내용으로 발표한 작업이 <새로운 꽃의 탄생>(2023)이었다. 이 연구를 하는 동안 지속 가능한 생태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예술가, 농부, 수렵 채집가, 육종가, 요리사, 재료연구가, 과학자 등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자연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가 모두 하나의 자연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지낸 것이 새삼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그들은 모두 함께 공유하고 사유하는 동안 과학자이자 예술가면서 철학자였다. 그리고 각자의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농부였다.
먼지정원 정원사가 되어보세요
가끔 작품이 어렵다거나 설명이 필요하다는 감상을 들을 때가 있다. 그동안 혼자 탐구하고 고민해 온 나의 생각들이 다른 사람에게 한 번에 작품으로 읽히기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조금 더 직관적으로 공감될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예술교육은 그러한 면에서 작가로서 가지고 있던 작업의 무게를 덜어내고 예술을 친밀하게 모두의 일상 가까이 가져오는 일이라고 느껴진다. 감상의 대상이었던 예술을 경험과 감각의 측면에서 직접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것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목표로 삼는다. 예술교육을 계획한다는 것은 내가 하는 예술의 시의성, 사회적 가치, 방법론의 해체를 수반하기도 하는 꽤나 반성적 작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먼지정원>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한 지 몇 년째 되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과 함께했지만, 특히 아이들은 나보다 더 빨리 자연과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물과 먼지를 수집하기 위해 바깥으로, 자연으로 나간 아이들은 눈이 반짝이고 조심스러우면서 손길이 섬세해진다. 자연을 직접 대면하고 마주했을 때 그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은 현미경 렌즈를 통해 수집한 자연물을 관찰할 때 더 극대화된다. 광학렌즈가 보여주는 확대된 작은 세계는 기괴하고 비정형적이고 아리송하다. 그 다양한 불특정성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하다. ‘먼지정원’은 작은 미지의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작은 세계를 상징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미시 존재들이 건강하게 공생할 수 있는 평화로운 정원을 상상하고 이를 돌보는 작은 정원사가 되어보기를 제안한다. 감각을 바꾸는 일, 그것이 우리가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방식이며, 가장 작고도 깊은 생태적 실천이라 믿는다.

- 전혜주
- 시각예술 작가.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미시적 생태계와 생물자원과 기술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시청각적 매체를 사용한 설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다수의 개인전을 포함해 제22회 송은미술대상 수상(2022), 아르코미술관(2021), 제15회 광주비엔날레(2024), 서울시립미술관(2024)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16년부터 예술교육을 통해 참여적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인스타그램 @hyejoo_jun
홈페이지 www.hyejoojun.com - 사진 제공_전혜주 시각예술 작가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3 Comments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코너별 기사보기
비밀번호 확인














먼지처럼 작은 생명들과 연결되기
오늘부터 그린㊴ 미시 존재들과의 공생
잘 보고 갑니다
먼지처럼 작은 생명들과 연결되기
오늘부터 그린㊴ 미시 존재들과의 공생
기대됩니다
미시존재들을 인식하고 감각하는 경험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 같아요.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