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기획하고 참여를 설계한다

가르치는 시대에서 함께 만드는 시대로

AI 시대, 교육자의 새로운 도전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다. 특히 생성형 AI 등장 이후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왔던 지식의 생성과 재구성마저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교육자는 지식 전달자 역할이 아닌 ‘어떻게 더 깊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교육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에 다시 주목받는 개념이 ‘참여’이다. 사실 참여는 교육학에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세기 초 진보주의 교육과 구성주의 학습이론은 이미 학습자를 수동적인 지식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인 의미 구성의 주체로 바라보며 교육의 중심에 두었다. 그런데 기술 주도의 시대에 이 참여 중심의 접근이 실천해야 할 교육 철학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이러한 위기의식과 교육의 변화는 뚜렷하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 역시 오랫동안 전통적 교육방식을 고수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탐색하는 혁신적 수업방식들이 도입되었다.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창의적 종합설계),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역진행 수업), 지역사회와 산업 연계 프로젝트 수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패들렛(Padlet), 멘티미터(Mentimeter), 챗GPT, 미드저니와 같은 디지털 협업 도구와 AI 창작 서비스를 활용하여 실시간 소통과 아이디어 시각화를 뒷받침하며 학생 참여 환경 구축을 촉진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참여 중심 학습 방식이 학생들의 만족도,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에 유의미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학습자가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 통찰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참여 전략과 효과
참여 중심 접근은 필자가 강의하는 마케팅 분야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을 중심으로 경쟁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소비자의 참여를 끌어내고 브랜드와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기 위한 경험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나이키는 ‘나이키 바이 유(Nike By You)’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만의 운동화를 직접 디자인하도록 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음료의 재료들을 선택해 자신의 맞춤 주문이 가능하게 하고, ‘레고 아이디어스(LEGO Ideas)’ 플랫폼은 소비자가 만든 레고 작품을 다른 소비자들이 투표로 평가해 제품화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시청자가 이야기의 흐름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창작 주체로 참여하게 한다.
기업들이 이 같은 참여 전략을 채택하는 이유는 ‘이케아 효과(IKEA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가구회사 이케아는 완제품 배달이 아닌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을 조립하는 방식을 설계했는데, 소비자들은 불만을 가지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만든 가구에 대해 더 큰 애착과 만족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만족감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재구매로 이어진다는 연결 고리가 확인되었다.
문화예술 현장 또한 이와 같은 참여 기반 전략의 확산에서 예외가 아니다. 공연단체는 관객이 만든 대사를 각본에 반영하고, 관객을 극 중 무대에 불러올리며, 서사의 결말을 결정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공연 전후 관객이 참여하는 워크숍과 이벤트를 활발히 기획하고 있다.
필자는 과거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관객연구를 통해 관객 참여의 효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연구 결과, 단순히 공연만 관람한 청소년보다 공연 워크숍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이후에도 국립극단에 대한 관심도, 신뢰도, 충성도가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워크숍을 통해 주제를 직접 표현하고, 해석하며, 토론했던 과정이 ‘내가 그 작품에 참여했다’라는 주체적 감각을 형성하고, 이는 작품을 넘어 국립극단 전체에 대한 기억과 태도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림] 워크숍에 참여한 청소년의 국립극단 태도
  • [출처] 안성아 외. (2016). 국립극단 청소년극 관객연구. 국립극단.
예술교육자는 ‘참여의 설계자’
물론, 예술교육에 참여 요소를 결합하는 것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무분별한 참여 요구는 학습자에게 피로감이나 수동적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 핵심은 교육자가 왜 참여가 필요한지, 그 참여 경험이 어떤 의미를 창출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자율성과 맥락을 고려하여 그 여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참여’는 교육학자들이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이 오랜 철학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적 환경을 만났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육자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습자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배움의 경험을 기획하는 설계자로 그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학습자를 ‘배우는 이’에서 ‘함께 만드는 이’로 전환시키는 예술교육은 예술이 학생들의 삶과 깊이 연결되고 표현의 언어로 자리 잡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AI 시대에 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안성아
안성아
추계예술대학교 융합예술학부와 대학원에서 마케팅과 연구방법론을 강의하며, 영화·공연·문화정책·기업 메세나·4차산업혁명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해 왔다. 대통령 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비상임이사,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대우교수, 아트앤컬처리더십학회 회장 등 공공 및 학술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올여름에는 AI 시대의 문화예술 마케팅을 주제로 한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dancinglab@gmail.com
필자 사진_[객석] JINO PARK
3 Comments
  • author avatar
    2025년 06월 27일 at 3:24 PM

    배움을 기획하고 참여를 설계한다
    가르치는 시대에서 함께 만드는 시대로
    잘 보고 갑니다

  • author avatar
    2025년 06월 27일 at 3:47 PM

    배움을 기획하고 참여를 설계한다
    가르치는 시대에서 함께 만드는 시대로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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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희 2025년 07월 04일 at 12:24 PM

    오늘날 AI 시대, 교육자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습자와 함께 성장하는 창의적 동반자임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아울러 기술을 넘어선 진정한 배움의 가치에 깊이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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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06월 27일 at 3:24 PM

    배움을 기획하고 참여를 설계한다
    가르치는 시대에서 함께 만드는 시대로
    잘 보고 갑니다

  • author avatar
    2025년 06월 27일 at 3:47 PM

    배움을 기획하고 참여를 설계한다
    가르치는 시대에서 함께 만드는 시대로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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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희 2025년 07월 04일 at 12:24 PM

    오늘날 AI 시대, 교육자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습자와 함께 성장하는 창의적 동반자임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아울러 기술을 넘어선 진정한 배움의 가치에 깊이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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