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일상을 빛나게, 부딪쳐도 자유롭게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④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자유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직접 체험하고 경험해 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며,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배우면서 발생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즐긴다. 1년 전부터는 달리기에 푹 빠져서 매달 250km 이상을 달리고 있는 러너이자 풀코스를 완주한 마라토너다. 노래 없이는 하루를 보내지 않을 정도로 음악과 춤을 좋아하고, 밤거리를 걸을 때 가끔 들리는 노랫소리에 흥이 나서 춤을 추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을 위해 행하는 작고 사소한 배려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표현하고 베풀고자 노력하고 있다.
탈춤의 매력에 빠진 중2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접하게 된 건 2009년, 중학교 2학년 때 무용 수업을 통해서였다. 어릴 때 기억이라 희미하지만, 세계 곳곳의 전통춤을 따라 해 보는 수업을 했는데, 특히 우리나라 전통춤인 탈춤을 선생님의 시범에 따라 직접 몸을 움직이며 배웠다. 당시 춤을 출 때 음악과 동작에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좋았고, 탈춤의 툭툭 터는 동작에 묘하게 쾌감을 느꼈다. 또 탈춤의 장난스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동작이 참 멋지게 다가왔다. 그래서 내성적인 성격이었음에도 무용 시간만큼은 나서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방송에서 친구들의 이름과 함께 내 이름이 호명되어 ‘근래에 잘못한 일이 있었나?’ 걱정하며 교무실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 우선영 선생님(무용 예술강사)께서 아이들 한가운데에 서서 “무용부를 만들었는데, 함께 할 친구들은 교무실에 남고 마음이 없는 친구들은 떠나도 된다”라고 하셨다. 무용 시간이 재밌기도 했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갈 만큼 주관이 뚜렷하지 않았던 나는 끝까지 남아있었고, 그렇게 무용부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우선영 선생님께서 안무를 창작하면서 새로운 동작을 보여주신 적이 있었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왼발을 축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뒤집기’라는 동작이었는데, 난도가 높아 친구들 대부분이 균형을 잃고 꽈당 넘어지곤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얼떨결에 연속으로 뒤집기를 해낸 유일한 학생이 되었고, 공연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맡게 되었다. 공연일이 점점 다가와 체육관에서 연습하는데, 갑자기 균형이 잡히지 않고 뒤집기 동작이 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뒤집기를 하면 아이들 모두가 나를 반원으로 둘러싸서 받쳐주는 동작을 했는데, 동작이 잘되지 않다 보니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게 되고, 작품에 피해를 주는 것만 같아 점점 겁이 났다. 여러 번 뒤집기에 실패하면서 못하겠다는 마음은 더욱 굳어졌다. 이대로라면 나 때문에 무대를 망칠 것 같았다.
그렇게 연습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있는데 우선영 선생님이 체육관 한쪽으로 나를 불러내서 다시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며 천천히 기다려 주셨고, 조금이라도 성공한 것 같으면 “거봐, 되잖아. 내 말이 맞지!”라며 나에게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는 아이”라고 무한한 격려를 보내주셨다. 그런 격려를 받고 나니 친구들의 시선보다는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순수하게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실패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연습에 임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잘 해내고 있는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본공연 역시 떨지 않고, 선생님의 말씀과 나를 믿으면서 실수 없이 잘 해낼 수 있었다. 어려움의 순간에 선생님께서 “마음만 먹으면 잘 해낼 수 있는 아이”라고 해주신 격려와 용기가 지금까지도 내 자존감의 근간이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 가족이나 지인들은 내가 무용을 한다고 하면 에어로빅인지 물어보았다. 남자가 무용하는 것에, 또 취미로 한다는 것에 대해서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공연을 직접 보고는 “힘이 느껴지는 멋있는 무대였다”라고 엄지를 들며 인정을 해주었다. 우리가 땀 흘리면서 준비한 무대가 사람들의 고정된 인식을 바꿨다는 사실이 뿌듯함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깊고 넓고 자유로운 경험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무용부의 경험이 인생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체육활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었지만, 내성적이라 늘 뒤에서 수동적으로 임했고 나를 드러내는 일이 쑥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졌었다. 무용부에서의 경험으로 성격이 확 바뀐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된 후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드러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선 무용부를 하면서 무대를 준비했던 과정과 다른 사람 앞에 섰던 경험은 대학교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 장기자랑을 준비할 때, 춤이나 무대에 두려움이 없었던 내가 의견을 내고 친구들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학생회에 가입하여 교내 행사를 기획할 때도 여러 무대를 준비하며 작은 부분까지 챙겼던 경험을 가지고 동기들과 선후배를 세심하게 챙기며 학교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성인이 된 후 김포의 지역문화사업으로 진행했던 ‘조강치군패놀이’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농악부 그리고 김포 월곶 지역에 사는 주민들과 무대를 함께 만들었는데, 참여한 분들 대부분 친구의 부모님이거나 할아버지, 할머니여서 신기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어르신들과 접점이 없어서 거리에서 마주쳐도 무관심했었는데,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지역의 어른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건네주시는 음식도 함께 먹으면서 ‘김포’라는 내가 사는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
예술교육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 더욱 느끼는 부분이지만 어릴 때 춤을 많이 접했던 경험이 운동을 배울 때 동작의 핵심을 빠르게 캐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운동 실력도 자연스럽게 금방 늘고 재미도 빨리 붙어서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1년 전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도 부상 없이 5개월 만에 ‘서브3’(Sub3, 3시간 이내 마라톤 풀코스 완주-편집자 주)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삶에 하나의 즐거움을 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졸업 후 우선영 예술강사와 함께
삶의 울타리이자 나아갈 힘
무엇보다도 세월이 지날수록 무용부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후배들 그리고 우선영 선생님과 오랜 시간 쌓아온 끈끈한 관계가 더욱 소중하고 값진 것 같다. 무용부는 혼자라고 느껴질 때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고향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무용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연락하며 시간 내어 함께 놀러 가기도 하고, 경조사 역시 함께 나누고 있다. 학창 시절 동고동락했던 추억을 언제든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계신 것, 이렇게 귀한 인연을 만나게 해준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큰 영향이 아닐까.
특별한 경험은 아니지만, 예술이 있어 세상이 살 만하다고 자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해 보니 삶이 의무로만 느껴져서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한 순간이 종종 왔었다. 그럴 때 예술은 팍팍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틈이 되어줬던 것 같다. 지금도 역시 평일에는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 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말에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거나 영화를 보는 일,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일정을 기대하면서 다시 일상을 반복하고 나아갈 힘을 얻는다.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것들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부딪쳐 보며 배우고 느끼는 삶, 갈등이 생기더라도 여러 사람과 어울리고 감정을 많이 표현하며 교류하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믿는다.
김포 통진중학교는 2006년부터 학교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여 기본교과 무용수업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통진중학교에는 한국 창작무용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만든 ‘통진 남무단’(남자무용단)과 ‘미소단’(미소를 머금은 무용단)이 있다. 당시 김성기 교사와 우선영 예술강사가 함께 지도하며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안무로 창작했다. 청소년 민속예술제, 경기도 4-H 경진대회 등에서 수상했으며, 학교폭력예방 심포지엄, 김포시 농업인의 날에 초청받아 공연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손현욱
손현욱
뜻한 바 있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에 다니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통진중학교 학교문화예술교육 무용수업에서 시작된 무용동아리 1기(2009) 멤버이자 대표를 맡았다.
shw1405@naver.com
사진제공_손현욱 님
4 Comments
  • author avatar
    손현욱 2025년 06월 17일 at 9:24 AM

    제 어린 시절의 값지고 소중한 기억들을 기사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육열로 인해서 너무나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틈틈이 친구들과 함께 문화예술을 접하고,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보니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회자되는 순간은 늘 그런 순간이었네요.
    철 없고 눈치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남무단, 미소단을 잘 보듬어 주시고,
    많은 희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우선영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 author avatar
    화이팅! 2025년 06월 17일 at 6:47 PM

    중학생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삶에 큰 힘이 되셨듯, 새로이 뜻한 바도 싹 다 이루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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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6월 19일 at 12:43 PM

    팍팍한 일상을 빛나게, 부딪쳐도 자유롭게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④
    공감이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06월 19일 at 12:54 PM

    팍팍한 일상을 빛나게, 부딪쳐도 자유롭게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④
    기대만점으로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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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현욱 2025년 06월 17일 at 9:24 AM

    제 어린 시절의 값지고 소중한 기억들을 기사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육열로 인해서 너무나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틈틈이 친구들과 함께 문화예술을 접하고,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보니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회자되는 순간은 늘 그런 순간이었네요.
    철 없고 눈치가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남무단, 미소단을 잘 보듬어 주시고,
    많은 희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우선영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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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팅! 2025년 06월 17일 at 6:47 PM

    중학생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삶에 큰 힘이 되셨듯, 새로이 뜻한 바도 싹 다 이루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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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6월 19일 at 12:43 PM

    팍팍한 일상을 빛나게, 부딪쳐도 자유롭게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④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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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6월 19일 at 12:54 PM

    팍팍한 일상을 빛나게, 부딪쳐도 자유롭게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④
    기대만점으로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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