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 나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힘들면 도망치고, 또 좋아서 다시 나가고를 반복하는 우유부단하고 미성숙한 10대였던 것 같다. 20대의 나는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성숙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책임이라는 막중한 무게를 버텨야 했다. 한파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시리디시린 현실 속에 아이를 책임져야 했다. 지금의 나는 부단히 노력하고 때로는 싸우며 버티고 이겨내는 다채로운 사람 같다. 때로는 화를 내는 ‘버럭이’가 됐다가, ‘슬픔이’ ‘까칠이’였다가 이내 ‘기쁨이’가 되는 긍정적인 ‘다중이’ 말이다.
2019년 어느 날 자장가 프로젝트 ‘엄마의 작은 노래’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아이의 이야기를 노래로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 도전해 볼까 하는 호기심과 떨림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너무 신기했고, 나와 아이들의 노래라면 세상에 단 한 곡뿐이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날 매료시켰다. 또, 그 당시 아이들이 어렸기에 자장가처럼 많이 들려줘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과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이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우리만의 자장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그즈음엔 정말 잠을 30분도 못 자고 일만 하기도 바빴지만, 엄마의 작은 노래 프로젝트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단체로 모인 건 한두 번 정도였다. 만나서 간단하게 참여계기, 어떤 노래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후로는 각자 진행한 부분이라 다른 참여자들과 많은 교류를 하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과 일대일 매칭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작업했다. 그렇게 시작된 노래 만들기. 정신없이 일, 집, 일, 집뿐인 일상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시간은 아이들과 만드는 추억이었고, 선생님들의 따스한 웃음과 환영, 대화들이 나에게는 토닥임으로 다가와서 위로받는 순간이 되었다.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에 관해 이야길 나누고,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했는데, 좋아하는 것들과 하는 일, 일상을 가사에 녹여주시는 김혜성 감독님의 카리스마에 홀딱 반해버렸다! 그리고 대망의 녹음 날, 감독님의 또 다른 카리스마를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들은 헤드셋을 끼고 본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신기한지 감독님께서 즉흥적으로 주문한 멘트도 척척 해내며 떼 부림 없이 즐겁고 행복한 녹음으로 마무리 지었다. 처음 해 본 귀한 경험이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감독님과 내가 상의하고 아이들까지 참여해서 만든 곡이기에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그때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며 함께 불러서 아이들이 기억하는 추억 중 하나이다.
2019년 5월 22일, ‘2019년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행사장에서 축하 공연을 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어떻게 안 떨고 노래했냐고 하기에 “떨렸는데, 감독님이 더 크게 불러주셔서 실수가 티가 안 났다”라며 한바탕 웃은 기억이 난다. 당시 주변 친구들로부터 “너는 어떻게 그런 프로그램을 알고 신청했냐”며 정보력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우고는 자기도 참여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집안의 가장이자 아이들을 양육하는 엄마인 나는 ‘왜 몸이 한 개밖에 없나’ 싶을 정도로 늘 바빴다. 그런 틈에 프로그램 일정과 일이 겹쳐 못 가는 날이 생기면 정말 죄송하고 속상해서 참여할 수 있는 날이면 더 열심히 아이들과 참여하고 노력했다. 하남에서 모임 장소인 서울까지 이동 거리가 멀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헤쳐 나갔던 점이 지금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헤쳐 나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일만 하며 정신없이 살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추억도 많지 않았을 텐데, 자장가 프로젝트 덕분에 아이들과 평생 기억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추억이 생겼다. 또, 어려운 과정을 보내면서 ‘할 수 있다’, 힘들어도 버티면 적응이 되고 수월해진다고 스스로 용기를 내게 된 시작점이 자장가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자장가 프로젝트를 이끌어준 김혜성 감독님과 서지혜 선생님과는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지낸다. 정말 감사하고 귀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김혜성 감독님은 <백만 송이의 장미>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등 제작한 뮤지컬이 개막할 때마다 초대해 주셔서 아이들과 함께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신다. 공연을 보고 나면 아이들과 감동적이었던 부분이나, 각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말하면서 대화가 이어진다. 이전에는 간결했던 대화가 점점 감정을 나누고 표현하는 대화로 발전하고 있다.
삶이 고되고 지쳐 감흥이 없던 나에게 예술은 잊고 지냈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진행한 기질 평가에서 음악적인 부분이 낮게 나왔을 때는 음악에 관한 경험을 넓혀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예전 자장가 녹음했을 때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보컬 학원에서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거부감없이 다니게 되었다. 그러면서 노래 부르는 그 시간을 즐기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음악을 듣고 따라부르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제는 생일파티에서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함께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살아오면서 좋은 삶의 요소로 금전적인 안정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내 삶의 불안 요소는 늘 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장가 프로젝트를 통해 노래가 주는 힘이 무엇인지 느꼈다. 금전적인 부분은 여전히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의 안정이라는 또 다른 기준이 생겼다. 늘 요동치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훈련, 요동치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내뱉고 나눌 수 있다면 지치고 힘들 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을 테니. 그게 가장 좋은 삶,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 중에 하나 아닐까.
엄마의 작은 노래 ‘초코케익’
영상출처 Socially Engaged Musicians’ Network
영상출처 Socially Engaged Musicians’ Network
- ‘엄마의 작은 노래’는 엄마들이 작곡가들과 협업하여 자신만의 자장가를 쓰는 프로젝트다. 뉴욕 카네기홀이 양육자를 대상으로 2011년부터 진행한 ‘자장가 프로젝트’를 한국형 프로젝트로 기획하여 다양한 환경의 다양한 양육자가 참여했다. 두 달 동안 ‘자장가 프로젝트’를 기획한 작곡가 토마스 캐버니스와의 온라인 워크숍부터, 작곡가와 참여자의 곡 쓰기 2~3회, 작업 과정 나누기, 편곡과 녹음, 가족 음악회까지 8명의 작곡가와 9명의 참여자가 총 9개의 자장가를 썼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고 SEM네트워크(사회 참여적 음악가 네트워크)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 심유라
- 세 아이와 우당탕탕 시끌벅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자장가 프로젝트 참여자.
artfgdtf0309@naver.com - 사진 제공_심유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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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가 만드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둘만을 위한 자장가 송 제작이라.. 넘 참신하고 기가 막힌 예술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저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문화를 즐기시는 엄마의 모습이 아름답고 존경스럽습니다. 삼남매들 효도하자?
음악을 만나고 좋은 삶의 기준이 달라졌다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①
공감이 갑니다
음악을 만나고 좋은 삶의 기준이 달라졌다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①
기대만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