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과 무대, 긴장과 감동을 넘나들며 조금씩 자란다

내가 만난 문화예술교육 | 김영민 어린이 & 윤지영 학부모

문화예술교육에서 ‘참여자 중심’은 오래된 화두다. 문화예술이 일방적으로 참여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참여자 스스로 경험을 통해 변화의 주체가 되었고, 때로는 제도와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왔다. 삶의 현장 곳곳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었고, 우리는 그 곁을 함께 걸어왔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여정을 돌아보는 100인의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그들의 경험 속에, 문화예술교육이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비춰본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영민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 김영민입니다. 책에는 풍부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과학, 그중에서도 실험을 특히 좋아해요. 그리고 발레와 피아노를 좋아합니다. 발레 동작을 할 때와 피아노를 칠 때, 머리가 맑아지거든요. 그리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그림 그릴 때 즐겁습니다. 저는 초콜릿, 사탕과 야채를 싫어합니다.
윤지영  김영민 엄마 윤지영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피아노를 5년 정도 배웠는데, 학습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피아노를 그만둔 기억이 있어요. 그때의 아쉬움이 커서 지금은 일요일마다 아들과 함께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있어요. 아름다운 선율의 드뷔시를 사랑하고 낭만주의의 거장 차이코프스키를 존경합니다.
Q.

평소에 문화예술 활동을 즐겨 하나요?

윤지영  문화재단에서 하는 음악회나 공연이 있으면 대부분 아이와 함께 보러 가는 편이에요. 작년에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보고 영민이가 인상 깊었던지 <호두까기 인형> 중에 러시아 춤곡인 ‘트레팍’을 피아노로 한번 연주해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열심히 연습해서 키즈 연주회도 한번 해본 적이 있어요. 공연을 보고 또 그게 자연스럽게 피아노 연습으로 이어지는 걸 보고 앞으로도 공연을 자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김영민  엄마랑 오케스트라 공연에 처음 갔을 때는 너무 졸려서 잤어요. 그런데 음악회와 발레 공연을 여러 번 가니까 어느 날엔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의 팔동작도 보이고, 연주곡도 잘 들렸어요. ‘트레팍’을 피아노곡으로 연습해서 연주회를 했을 때 <호두까기 인형>의 발레 장면을 상상하면서 음을 틀리지 않고 신나게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주가 끝나고 박수를 받으니 뿌듯했어요. (발레를 보면서) 저도 그런 무대에서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지영  영민이가 어릴 때 밀가루 촉감 놀이를 할 때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만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옮겨 담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요. 물감을 섞은 얼음이나, 손발에 물감을 묻혀 예술 활동을 할 때는 좋아하는 색을 골라서 점도 찍고 발자국 모양도 만들면서 마음껏 표현했어요. 미술관 수업에서 만든 작품을 가지고 집에서 저에게 동화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그럴 때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을 주저하지 않고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1학년 때는 한성백제박물관에서 하는 ‘백제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칠지도를 그려서 근초고상을 받고 1년간 전시도 되었어요. 2학년 때는 하남위례도서관에서 명화 그리기 수업을 받고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그려서 도서관에 영민이 그림이 한 달간 전시된 적도 있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요.
김영민  동화책 만들었을 때 집에 와서 삼촌하고 엄마에게 제가 만든 동화책 이야기를 했는데 잘 들어줘서 설명할 때 재미있었어요.
  • 밀가루 촉감 놀이 (29개월)
  • 물감놀이 (31개월)
  • 공룡 그리기 (5살)
  • 털숭숭이 이야기 상자 (7살)
Q.

꿈의 무용단과 <멈(Mu:m)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윤지영  그때 영민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송파문화재단 어린이 무용단인 ‘송파키즈 에뚜왈’에 참여하고 있었어요. 담당자분이 꿈의 무용단과 <멈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겠냐고 했을 때, 영민이가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가보니 영민이가 가장 어리고 또 유일한 남자아이라 걱정이 되었어요. 저도 손들고 같이 한번 해보고 싶다고 신청해서 영민이랑 같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Q.

<멈춤> 프로젝트 참여 이후에 서로에게 느낀 점이나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윤지영  처음에 <멈춤> 프로젝트가 뭔지도 잘 모르고 갔는데, 큰 대학교 강당에 초등학생 형, 누나들부터 대학생까지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것을 보고 아이가 좀 긴장을 하더라고요. 근데 엄마도 같이 참여하니까 저한테 넌지시 “엄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력해서 하는 거니까 엄마도 동작을 정확하게 하고 정확한 위치에서 틀리지 않아야 해. 엄마도 열심히 연습해”라고 저한테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웃음) 그 상황에서 아이가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깨닫고 그것을 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걸 보고 ‘아, 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 정말 큰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김영민  저는 <멈춤>을 하고 싶긴 했지만, 집에서 먼 곳에,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혼자 가본 적이 없어서 좀 두려웠는데, 엄마도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같이 가니까 안심이 되었어요. 처음이라 어려웠지만, 다음에는 혼자서도 참여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Q.

영민이는 꿈의 무용단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꿈의 무용단에서 배우는 게 다른 점이 있나요?

김영민  꿈의 무용단에서 춤 배우고 몸으로 활동하는 것이 제일 좋았어요. 형, 누나들이 잘 챙겨주니까 고마웠고요. 인천공항에서 <멈춤> 공연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에는 좀 긴장이 됐는데 올라가고 난 후에는 긴장이 풀렸어요. 공연하면서 몸으로 활동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학교에서는 달리기, 줄넘기 같은 운동만 하는데 여기 무용단에서는 춤이랑 발레, 예술을 배우니까 좀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Q.

어머니께서도 <멈춤> 공연에 직접 참여하셨는데요, 그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윤지영  엄마로서 아이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도 많이 하고, 또 더 잘 해냈으면 하는 생각에 충고도 하는데, 아이에게는 잔소리처럼 느껴져서 좀 싸우기도 하거든요. 근데 엄마가 잘못하는 걸 보고 영민이가 좀 고소해하고 통쾌해하기도 했었어요. 제가 직접 해보니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웃음) 제가 직접 경험하고 난 뒤부터 ‘아이가 노력하는 것에 더 많이 지지해 주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커졌지요.
  • 2025년 3월 송파 어린이 페스타에서 영민이의 솔로 무대 (10살)
Q.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윤지영  올해 3월에 ‘송파 어린이 페스타’에서 송파키즈 에뚜왈 다이아몬드반이 공연을 했는데, 여기서도 영민이가 가장 어리고 남자는 영민이밖에 없었어요. 솔로 무대를 하게 되었는데 떨지 않고 잘 해내더라고요.
김영민  그날 비가 왔지만 동작을 잊어버리지 않고 잘 해내서 끝나고 뿌듯했어요. 다이아몬드반 누나들이 모두 15명인데 누나들하고 같이 곡에 맞게 발레 동작도 만들고 무대에서 더 잘하기 위해서 집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어요. 처음 입문반 할 때보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Q.

영민이가 문화예술교육을 더 많이 접하게 하려고 많이 애쓰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겪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고요. 학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윤지영  예술교육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에게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부모가 발견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에는 또 커가면서 수학, 영어, 국어 같은 공부를 훨씬 중요해지고 있는데, 학업과 예술 활동을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해야 할지도 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민이가 참여하고 있는 송파키즈 에뚜왈 공연을 위해 아이가 맡은 동작을 집에서 반복해서 연습하거든요. 큰 틀에서 보면 학습하는 과정이 이와 다르지 않더라고요. 아이가 과학을 좋아해서 꿈의 무용단 하기 전, 2학년 4월에 가천대 과학영재교육원의 브릿지 과정을 도전했는데, 그때는 불합격했어요. 그런데 꿈의 무용단을 하고 난 후, 3학년 4월에 도전했을 때는 단기과제 보고서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과학실험도 끝까지 반복해서 결과를 도출해 내는 걸 보고 발레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서 창의적인 의견을 내고 반복연습을 한 것이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면접을 보러 갈 때도, 꿈의 무용단 오디션을 2학년과 3학년 두 번이나 경험했던 터라, 자신감 있게 면접을 보고 합격했습니다. 영민이에게는 꿈의 무용단 오디션이 생애 첫 면접이었어요. (웃음) 지금은 토요일, 한 달에 두 번 즐겁게 가천대 과학영재교육원에 수업을 들으러 갑니다. 발레와 과학 공부의 연관성이 놀랍습니다.
  • (왼쪽)송파 어린이 페스타 공연, (오른쪽)탄산수로 실험하는 모습 (10살)
Q.

영민이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예술 활동이 있나요?

김영민  아빠랑도 발레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엄마랑은 함께 예술 활동을 한 시간이 많은데, 아빠랑은 별로 없으니까 아빠랑 많이 해보고 싶어요.
Q.

영민이의 꿈은 뭔가요? 어떤 어른으로 자라고 싶은지 궁금해요.

김영민  과학자가 꿈이에요. 인공지능 엔지니어 같은 과학자를 하고 싶어요. 지구가 매우 아프잖아요. 지구에 있는 쓰레기를 없앨 수 있는 과학기술을 꼭 개발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른 될 때까지 계속 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요. 공부하다가 예술 활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공부할 힘이 생겨서요. 예술교육을 배우면 어려운 과학 원리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요. 과학실험을 할 때면 예상한 것과 결과가 같은지 궁금해서 가슴이 뛰어요. 과학실험은 예술 활동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Q.

문화예술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김영민  몸을 움직이지만, 머릿속에 상상이 무럭무럭 자라는 활동입니다. 피아노를 칠 때면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발레 동작이 생각나고요, 상상을 표현하고 싶을 땐 그림을 그리거나 발레 동작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윤지영  영민이와 꿈의 무용단 <멈춤>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우리가 이런 걸 했다고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들, 주변 친구들한테도 많이 알리게 되었어요.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오늘은 이걸 했어, 저걸 했어” 미주알고주알 얘기하기도 하고요. 영민이와도 “우리 다음 연습 때는 이걸 좀 더 잘하면 좋겠다, 좀 더 연습하면 좋겠다”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키워드는 ‘소통’입니다.
김영민 & 윤지영

김영민 & 윤지영

김영민은 위례별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송파키즈 에뚜왈 다이아몬드 단원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다. 발레와 과학을 좋아하고 아픈 지구를 치료해주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 윤지영은 서울 송파구민이자 김영민 엄마. 송파문화재단 카카오톡 친구를 등록하여 각종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문화재단에서 하는 재미있는 행사가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aresjyoung@naver.com
프로젝트 궁리
정리_프로젝트 궁리
사진제공_윤지영 학부모
7 Comments
  • author avatar
    김양남 2025년 06월 07일 at 11:42 AM

    연습과 무대, 긴장과 감동을 넘나들며 조금씩 자란다
    내가 만난 문화예술교육 | 김영민 어린이 & 윤지영 학부모
    잘 보고 갑니다

  • author avatar
    안기현 2025년 06월 07일 at 12:22 PM

    연습과 무대, 긴장과 감동을 넘나들며 조금씩 자란다
    내가 만난 문화예술교육 | 김영민 어린이 & 윤지영 학부모

    기대만점이네요

  • author avatar
    이정훈 2025년 06월 08일 at 9:21 PM

    연습과 무대, 그리고 긴장과 감동을 오가며 성장하는 과정이 정말 공감됩니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떨림과 작은 성취들이 쌓여 자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 author avatar
    김민찬 2025년 06월 19일 at 11:53 AM

    유익하게 색다른 관점에서 잘 보고갑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 author avatar
    임지윤 2025년 09월 22일 at 2:10 PM

    유년기부터 예술을 경험하면서 자라는 건 매우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 author avatar
    정성엽 2025년 10월 02일 at 7:37 PM

    어릴때부터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된거같아서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 author avatar
    전찬일 2025년 10월 04일 at 7:31 PM

    어릴때부터 예술을 접한다는건 나중에 정말 큰 자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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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6월 07일 at 11:42 AM

    연습과 무대, 긴장과 감동을 넘나들며 조금씩 자란다
    내가 만난 문화예술교육 | 김영민 어린이 & 윤지영 학부모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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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6월 07일 at 12:22 PM

    연습과 무대, 긴장과 감동을 넘나들며 조금씩 자란다
    내가 만난 문화예술교육 | 김영민 어린이 & 윤지영 학부모

    기대만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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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 2025년 06월 08일 at 9:21 PM

    연습과 무대, 그리고 긴장과 감동을 오가며 성장하는 과정이 정말 공감됩니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떨림과 작은 성취들이 쌓여 자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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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찬 2025년 06월 19일 at 11:53 AM

    유익하게 색다른 관점에서 잘 보고갑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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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윤 2025년 09월 22일 at 2:10 PM

    유년기부터 예술을 경험하면서 자라는 건 매우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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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엽 2025년 10월 02일 at 7:37 PM

    어릴때부터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된거같아서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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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찬일 2025년 10월 04일 at 7:31 PM

    어릴때부터 예술을 접한다는건 나중에 정말 큰 자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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