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주민의 일상 속에서, 협력과 포용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② 오스트리아 문화예술교육

2024년 11월, 오스트리아 현지의 문화예술(교육) 기관 및 전문가 면담을 통해 우수 사례를 분석하고 국내 적용 방안을 탐색해 보았다. 사전 조사를 통해 선정한 2024 유럽문화수도 바트이슐-잘츠캄머구트, 잘츠부르크현대미술관, 잘츠부르크주립극장, 오스트리아학술교육원, 발도르프협회·학교, 빈모던페스티벌 심포지엄, 빈문화센터 등 총 8개의 방문 기관 중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문화는 신인류의 소금! 2024 유럽문화수도
바트이슐(Bad Ischl)-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 유럽문화수도 2024 프로젝트는 지역 관광산업의 과잉과 환경 악화, 사회 단절 등의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역 내 23개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으로 추진되었다. 조직위원회는 ‘문화가 새로운 소금이다(Culture is the new Salt)’라는 철학 아래 7,000년간 지속된 할슈타트 소금 광산의 문화와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환경과 시대, 공간과 지역,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지속 가능한 문화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지역 주민과 예술가, 그리고 방문객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바트이슐과 잘츠캄머구트 지역은 주요 관광지로 알려졌지만, 비수기에는 관광객이 줄어들며 지역 경제가 침체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조직위원회는 지역 주민의 삶을 중심으로 한 200여 개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되돌아보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와 협력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민들은 지역의 유산을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배웠다. 예를 들어, 지역의 전통 공예 기술을 현대적인 디자인에 접목하거나, 지역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등 주민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작가 카트린느 에브서의 전시 프로젝트인 ‘노인의 여정(Åhnlroas)’은 개인의 삶과 경험의 자연스러움을 잊지 않기 위한 노인의 초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전시 프로젝트이다. 그녀는 노인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과거 젊음과 열정적인 에너지를 되새기고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되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자연스럽고 즐거운 현장 분위기를 통해 참여자들은 평소 하지 않을법한 도전적인 퍼포먼스를 구상하며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활력을 기대하게 되는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일상 속, 누구나 문화예술 경험’의 힘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었던 짧은 만남이었다.
바트이슐-잘츠캄머구트 프로젝트에서는 주민이 사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문화 인프라 개선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공동의 경험을 통해 과정 자체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고자 했다. 이러한 접근은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지역 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상과 지역 생활권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의 활력을 더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기반을 마련하는 조직위원회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 프로그램북 및 잘츠캄머구트 지도

  • 유럽문화수도 조직위원회 인터뷰
교육과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 오스트리아학술교육원
오스트리아학술교육원(Österreichische Austauschdienst GmbH, OeAD)은 1946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으로, 국내외 교육, 과학, 연구, 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본부는 빈에 자리 잡고 있으며, 브레겐츠, 그라츠, 인스브루크, 린츠, 잘츠부르크 등 5개 지부를 통해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활동한다. 학교예술교육부는 매년 15만 명의 학생에게 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문화:교육(Kultur:Bildung) 이니셔티브’를 통해 포괄적인 문화 교육 프로젝트를 제공한다.
오스트리아학술교육원의 프로젝트 중 ‘예술은 멋져!(Kunst ist Klasse!)’는 학생 참여 중심의 교육 설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10~14세 학생들이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기획과 실행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창의성과 협력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학교와 지역 문화예술기관 간의 협력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접근은 학생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우리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도 큰 영감을 준다.
‘예술은 멋져!’ 프로젝트는 단순한 예술교육을 넘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민간 예술단체와 학교 간 협력을 통해 교과 과정 속에서 양질의 문화예술 활동을 촉진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회와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을 구분하기보다 서로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참여 격차를 완화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중심에 두는 교육 설계를 통해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참여자 중심의 문화예술 공동체 활동 플랫폼, 빈문화센터
빈문화센터(WUK, Werkstätten Und Kulturhaus)는 역사 깊은 문화예술(교육) 활동 거점 공간으로서 1979년 전후 폐건물로 비워진 공간에 예술가, 활동가, 사회운동가가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특정 집단이 운영·관리하는 형태가 아니라 시(市)에서 공간 사용에 대해 지원하면서 다양한 조합 형태로 운영되며, 참여자의 자발적인 기여를 바탕으로 DIY(Do-It-Yourself) 정신의 민주적·자율적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만난 ‘액티브 시니어’ 팀은 빈문화센터의 대표적인 노인 커뮤니티이다. 1988년 창단되어 젊게는 60대부터 초창기 창단 멤버인 90대까지 운영자이자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문화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언어, 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년 세대에게 정신적·신체적 활동을 제공하며 삶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커뮤니티 회원 개인의 일상 속 이슈와 흥미에 따라 ‘커뮤니티 in 커뮤니티(프로그램)’을 형성하여 자발적인 참여 확대를 유도한다. 단순 프로그램 참여 만족도 이상으로 주체적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노년 연극 그룹 ‘Lifelines’
  • ‘액티브 시니어’ 팀 인터뷰
오스트리아 문화예술교육의 공통된 방향성은 참여자 중심의 운영, 공공과 민간의 유기적 협력, 그리고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성이었다. 바트이슐-잘츠캄머구트에서는 지역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기획을 통해 주민들이 문화의 주체로 참여하며 지역 공동체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고, 오스트리아학술교육원에서는 학생 참여 중심의 교육 설계를 통해 창의성과 협력 능력을 키우며 교육 현장과 문화 기관의 긴밀한 연계를 이루고 있었다. 빈문화센터는 참여자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시민이 문화 생산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시하며, 세대와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오스트리아의 사례들은 모두 참여와 협력, 그리고 자발성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임미소 학교교육팀 주임 limmiso@arte.or.kr
최예원 전략사업팀 주임 yw@arte.or.kr
김지영 시민지역연계팀 주임 jyoung@arte.or.kr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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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범 2025년 04월 29일 at 1:03 AM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는 예술문화부라는 전담부서가 따로 있어서 지역의 문화예술 환경 개선, 문화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런의 노력들이 지역의 문화가치를 공유하고 교육도 가능하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시대적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큰것 같네요. 문화예술교육 향유 기회와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 친화적 정책 방향의 정립에 있어 이 기사가 시사하는 바는 크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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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5월 04일 at 12:11 PM

    지역과 주민의 일상 속에서, 협력과 포용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② 오스트리아 문화예술교육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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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5월 04일 at 3:08 PM

    지역과 주민의 일상 속에서, 협력과 포용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② 오스트리아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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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호 2025년 05월 19일 at 5:19 PM

    노인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커뮤니티의 결성과 프로그램이 고급 진 것에 놀랐습니다. 우리의 노인 복지관과는 사뭇 방향과 내용이 달랐고 그것은 아마도 연계가 아직도 되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령사회라는 이름과는 달리 그런 프로그램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도시의 노인들의 예술관련 프로그램이 연구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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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범 2025년 04월 29일 at 1:03 AM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는 예술문화부라는 전담부서가 따로 있어서 지역의 문화예술 환경 개선, 문화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런의 노력들이 지역의 문화가치를 공유하고 교육도 가능하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시대적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큰것 같네요. 문화예술교육 향유 기회와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 친화적 정책 방향의 정립에 있어 이 기사가 시사하는 바는 크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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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남 2025년 05월 04일 at 12:11 PM

    지역과 주민의 일상 속에서, 협력과 포용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② 오스트리아 문화예술교육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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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기현 2025년 05월 04일 at 3:08 PM

    지역과 주민의 일상 속에서, 협력과 포용
    2024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외출장자 기고② 오스트리아 문화예술교육
    기대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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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호 2025년 05월 19일 at 5:19 PM

    노인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커뮤니티의 결성과 프로그램이 고급 진 것에 놀랐습니다. 우리의 노인 복지관과는 사뭇 방향과 내용이 달랐고 그것은 아마도 연계가 아직도 되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령사회라는 이름과는 달리 그런 프로그램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도시의 노인들의 예술관련 프로그램이 연구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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