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경험과 개념의 세계가 끝없이 부딪히는 그곳에서

민병은 지혜로운 봄 대표

문화예술교육은 여러 조건과 감각, 기대와 경험이 겹치며 형성된다. 어떤 움직임은 분명하고 어떤 흐름은 말해지지 않은 채 지나간다. 보는 사람마다 장면이 다르고 어떤 의미는 문서에 남지 않으며 어떤 변화는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하나의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상황과 현상 앞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들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감각이다. 민병은 지혜로운 봄 대표가 그간 포착해 온 장면과 생각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에서 비평이 놓일 수 있는 위치와 역할’을 살펴본다. 현장, 관계의 시간이 남긴 깊은 흔적 Q. 그동안 어떤 활동을 이어오셨는지, 그리고

현장의 언어를 더 생생하게, 더 풍부하게

박형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센터장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은 늘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 있다. 그 질문과 응답의 상호작용과 보이는 보이지 않는 변화의 흐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비평’의 자리는 종종 공백으로 남는다.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 박형주 센터장은 그 빈틈을 ‘기록’과 ‘대화’로 메워온 현장 실천가다. 문화예술교육을 행정이나 사업의 언어로만 보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언어를 읽어내려는 그의 시선은 ‘비평’을 평가가 아닌 ‘관계와 성찰의 언어’로 되돌려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박형주 센터장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에서 ‘비평의 위치와 태도’를 주제로, 현장을 읽는 철학의 의미를 나누었다.

기록하고 질문하는, 성찰과 성장의 과정

김선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대표

“즐겁게 수다 떨 듯 기록하고 질문을 남겨야 해요. 그 질문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그다음 날 계속 생각하게 되고,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그 질문이 나에게 자산이 되거든요.” 김선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대표는 수업이 끝난 뒤에도 ‘생각이 계속 자라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또한 질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그 질문이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연극놀이를 처음 접했던 순간과도 닮아있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는 1998년 설립 이후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를 만나며, 연극과 교육이 만나는 지점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참여자뿐 아니라 예술교육가를 위한 연수와 워크숍을 지속해

대화적 대화를 잇는 비평적 태도

고영직 문학평론가

“다시 말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방향에 대한 물음을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 2012년, 고영직 문학평론가는 첫 현장 비평에서 이렇게 썼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는 꾸준히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만나며,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방향에 관한 물음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현장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잇는 행위로서, 비평을 통해 어떻게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활동해 온 고영직 문학평론가. 지금 여기, 문화예술교육에서 비평은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 의미와 가치를 살펴보기 위해 그를 만났다. Q. 비평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관심사가 궁금하다. A. 최근에

“누구도 뒤처지거나 원 밖에 남지 않도록”

마리아 델 로사리오 안티오키아 미술관 관장

콜롬비아 메데진(Medellín)의 중심부에 자리한 안티오키아 미술관(Museo de Antioquia)은 1881년 설립된 이래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품어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한때 폭력과 불안으로 얼룩졌던 도시가 예술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고 재생해 온 과정 속에서, 이 미술관은 과거와 현재, 예술과 사회를 잇는 공공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2016년 취임하여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마리아 델 로사리오 에스코바르(María del Rosario Escobar) 관장은 “예술이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미술관이 예술의 보관소가 아닌 시민의 학습과 성찰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그 경계를 확장해 왔다. 그녀가 주도한

원형을 파고드는 본능과 경계를 넘나드는 야성

차진엽 안무가·콜렉티브A 예술감독

국내 무용계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가 10~20년 이상 활동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제작 비용, 무용수 수급, 관객 동원 등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연찮게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무용가의 수는 더욱 적게 느껴진다. 이러한 가운데서 차진엽 안무가는 대표성을 띠는 여성 현대춤 작가 중 하나로 무용계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감각적인 외형 속에 감성적인 내면을 가진 그녀의 매력은 4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에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후자 쪽의 특질에 관해서는 점점 더 깊은 내음을 풍기고 있다. 최근 화두의 하나로서 ‘사회적

자유로운 몸으로, 공동체를 향하는 춤

엠마누엘 사누 무용가·쿨레칸 안무가

‘데게베’(Degesbe)는 부르키나파소의 민족어 ‘보보어’(Bobo)로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이다. 엠마누엘 사누가 2017년 한국에서 겪은 일로 작업한 공연의 제목이기도 하다. 공연 티저 영상에서 그는 “흰색이 없으면, 검은색을 볼 수 없고, 검은색이 없으면, 노란색도 없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경계를 구분 짓는 차별, 자격을 차별하는 불평등의 횡포 앞에서 ‘정상과 우리’라는 기준, 그런 것은 원래 없다는 듯 그는 춤춘다. 사회적 모순을 겪으며 사는 이들과 몸을 움직여 만드는 동작들은 자유로워서 즐겁고 그래서 더 격렬하다. 예술적 상상력을 지독해서 처연한 현실 속 사람들의 몸과 얼굴에서 찾는

허구의 안전함, 허구의 상상력, 허구의 진실됨

이란희 영화감독·예술교육가

이란희 감독의 신작 <3학년 2학기>가 개봉했다. 직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창우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3학년 2학기. 졸업 전에 실습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고 싶었던 곳은 떨어지고 선생님이 권하는 곳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엄마도 답을 줄 수는 없다. 창우는 심드렁한 친구 우재와 함께 결국 출근을 시작한다. 서투른 창우는 일을 배우면서 이런저런 실수를 하고 일을 가르치고 시키는 공장의 ‘어른들’은 그런 창우에게 무뚝뚝하다. 공장만이 아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동생 영우의 학원비며, 전세금이며 빠듯한 살림살이에 이제 창우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의

얽힘과 설킴으로 관계를 만드는 예술 실천의 조각들

천근성 작가·피스오브피스 대표

피스오브피스(piece of peace), ‘평화의 조각’이란 뜻이다. 공동의 일을 위해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모이는, 천근성 작가가 꾸리는 예술 콜렉티브의 이름이다. <자투리 잡화점> <이웃집 홈리스> <서울아까워센타-유기사물구조대> <수원역전시장커피> 등 개인 천근성의 예술작업과 피스오브피스의 예술 활동은 모두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특성이 돋보인다. 예술교육자 파블로 엘게라(Pablo Helguera)의 저서 『사회 참여 예술(socially engaged art)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예술가와 공동체가 협력하며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사회 참여 예술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동시대 예술의 최전방으로서 그의 예술 실천이 사회 참여 예술의 전형으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다. 예술가 천근성과 필자와의 인연은 비교적 최근이다. 지금은

무엇을 가르칠까? 먼저 사람을 보라!

김인규 작가·예술교육가

장애인 예술 활동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김인규 작가와 10년 넘게 안부와 질문을 나누고 있다. 덕분에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질문이 많아진 날에는 직접 전화하거나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답답함을 풀어가야 할지 막막할 때 그의 꾸준한 실천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 해본 것들 안에 실마리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최근 나온 김인규 작가의 책 『우리는 왜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을까』도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인터뷰 현장에서 누군가가 해본 것들 이전에, 만나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육 대상, 참여자라고 부르는

참여자-중첩되고 연결된 다발

전철원(여백)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만일 내가 사는 동네나 지역을 좀 더 알고 관계하고 싶다면, 최고 효율의 원클릭 온라인 쇼핑 대신 동네 상권 이용 비율을 높여보라. 몇 차례 구매가 반복되면 상점주나 직원과 스몰토크를 트게 되고, 품질 좋은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소비자의 마음에서 고마움의 덩이가 커질 것이다. 그러다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주인의 마음에 성큼 다가서서, 혹여 휴일이 아닌데 상점 문이 닫혀 있기라도 하면 매장을 지키던 얼굴을 떠올리며 제발 무슨 일이 없기를 원하고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 상대도 내가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임선예 극단 평상, 하늘 날多 대표

임선예 선생은 충남 공주에서 ‘평상, 하늘 날多’라는 단체를 운영하며 예술가로서, 예술교육가로서 누구나 ‘삶의 아티스트’라는 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다. 2019년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에서 맺은 인연으로 결성된 ‘고마동창생’ 회원들과 동학, 유관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문제 같은 지역 이슈를 다룬 연극을 올리며 ‘예술적 시민성’을 고민한다. 동학의 정신처럼 우리는 누구나 ‘하늘’ 같은 존재로서 내가 ‘내켜서’ 하는 활동을 고민한다. 애니미스트(animist)로서 ‘되기’의 관점을 체화한 임선예 선생과의 대화는 사람과 사람은 일방적 수혜자가 아니라 ‘평상’처럼 수평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삶의 아티스트’다 Q. 2020년 10월,

새로운 공상과학을 위한 행성적 사유

우주여행자 언해피

인공지능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급속한 기술 가속화로 전 세계인이 국경과 문화를 넘어 납작하고 평평한 디지털 알고리즘 세계 앞에 하나가 될 때, 에너지의 총동원이라는 지구의 재난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재빠른 이들은 이미 우주의 무한한 (자원) 가능성을 말하며 지구를 벗어나려는 지금이야말로 모든 존재가 함께 새로운 공상과학 소설을 써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기계, 동물, 인간 등 다른 종의 언어 체계를 해체하고 결합하여 종간 소통의 가능성을 시도해 온 ‘우주여행자 언해피’의 새로운 여정을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작가님을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 유연한 관측자로 존재하기

김제민 연출가·슬릿스코프

결정론과 확률론이 공존하는 세계에 그 존재가 등장했다. 인공지능, 인류의 발명일까 발견일까. 급변하는 환경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비관과 낙관 사이, 부머(boomer)와 두머(doomer) 사이를 오가며 연결 지점을 탐색하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과 동반하며 촉각의 세계로 불러오고자 작업을 지속해 온 창작자, 슬릿스코프 김제민 연출가를 만났다. 창작과 생성의 경계에서 예술과 창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온 그의 작업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연출가로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활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계시다.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각성한 예술가의 질문

두민 미술작가·두민아트스튜디오 대표

세상은 연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다양한 이슈로 소란스럽다.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사랑까지 나누었던 SF 영화 〈그녀(her)〉(2013)가 거의 현실의 모습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년 가까이 지났다. 당시 인공지능이 넘어서지 못할 영역은 예술뿐이라 했는데 그 말도 의문이 되는 현실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작곡도 하고 디자인도 한다. 이미지도 자유롭게 생산하고 소비할 뿐만 아니라,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타일 또는 디즈니 스타일로도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성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까지도 AI가

놀이하는 도시에서, 삶을 예술 작품 삼아

장석원(밥장) 일러스트레이터·내성적싸롱호심 대표

남해안 소도시 통영, 그중에서도 미륵도 섬에는 봉수골이라는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고즈넉한 이곳에서 통영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 ‘내성적싸롱호심’이 있다. 많은 이들은 카페로 알고 있지만, 이곳은 ‘통영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주제로 공연, 북토크,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장석원(밥장) 작가는 소도시 통영에서의 삶과 활동을 통해 ‘놀이’와 ‘예술적 삶’에 대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2월, 내성적싸롱호심은 카페에서 작가의 작업실로 전환되었으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시즌2를 준비 중이다. Q. 통영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밥장 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