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참여자-중첩되고 연결된 다발

전철원(여백) 모씨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만일 내가 사는 동네나 지역을 좀 더 알고 관계하고 싶다면, 최고 효율의 원클릭 온라인 쇼핑 대신 동네 상권 이용 비율을 높여보라. 몇 차례 구매가 반복되면 상점주나 직원과 스몰토크를 트게 되고, 품질 좋은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소비자의 마음에서 고마움의 덩이가 커질 것이다. 그러다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주인의 마음에 성큼 다가서서, 혹여 휴일이 아닌데 상점 문이 닫혀 있기라도 하면 매장을 지키던 얼굴을 떠올리며 제발 무슨 일이 없기를 원하고 바라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마 상대도 내가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임선예 극단 평상, 하늘 날多 대표

임선예 선생은 충남 공주에서 ‘평상, 하늘 날多’라는 단체를 운영하며 예술가로서, 예술교육가로서 누구나 ‘삶의 아티스트’라는 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다. 2019년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에서 맺은 인연으로 결성된 ‘고마동창생’ 회원들과 동학, 유관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문제 같은 지역 이슈를 다룬 연극을 올리며 ‘예술적 시민성’을 고민한다. 동학의 정신처럼 우리는 누구나 ‘하늘’ 같은 존재로서 내가 ‘내켜서’ 하는 활동을 고민한다. 애니미스트(animist)로서 ‘되기’의 관점을 체화한 임선예 선생과의 대화는 사람과 사람은 일방적 수혜자가 아니라 ‘평상’처럼 수평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삶의 아티스트’다 Q. 2020년 10월,

새로운 공상과학을 위한 행성적 사유

우주여행자 언해피

인공지능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급속한 기술 가속화로 전 세계인이 국경과 문화를 넘어 납작하고 평평한 디지털 알고리즘 세계 앞에 하나가 될 때, 에너지의 총동원이라는 지구의 재난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재빠른 이들은 이미 우주의 무한한 (자원) 가능성을 말하며 지구를 벗어나려는 지금이야말로 모든 존재가 함께 새로운 공상과학 소설을 써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기계, 동물, 인간 등 다른 종의 언어 체계를 해체하고 결합하여 종간 소통의 가능성을 시도해 온 ‘우주여행자 언해피’의 새로운 여정을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작가님을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 유연한 관측자로 존재하기

김제민 연출가·슬릿스코프

결정론과 확률론이 공존하는 세계에 그 존재가 등장했다. 인공지능, 인류의 발명일까 발견일까. 급변하는 환경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비관과 낙관 사이, 부머(boomer)와 두머(doomer) 사이를 오가며 연결 지점을 탐색하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과 동반하며 촉각의 세계로 불러오고자 작업을 지속해 온 창작자, 슬릿스코프 김제민 연출가를 만났다. 창작과 생성의 경계에서 예술과 창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온 그의 작업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연출가로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활동에 많은 관심을 두고 계시다.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각성한 예술가의 질문

두민 미술작가·두민아트스튜디오 대표

세상은 연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다양한 이슈로 소란스럽다.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사랑까지 나누었던 SF 영화 〈그녀(her)〉(2013)가 거의 현실의 모습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년 가까이 지났다. 당시 인공지능이 넘어서지 못할 영역은 예술뿐이라 했는데 그 말도 의문이 되는 현실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작곡도 하고 디자인도 한다. 이미지도 자유롭게 생산하고 소비할 뿐만 아니라,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타일 또는 디즈니 스타일로도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성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까지도 AI가

놀이하는 도시에서, 삶을 예술 작품 삼아

장석원(밥장) 일러스트레이터·내성적싸롱호심 대표

남해안 소도시 통영, 그중에서도 미륵도 섬에는 봉수골이라는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고즈넉한 이곳에서 통영 안팎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 ‘내성적싸롱호심’이 있다. 많은 이들은 카페로 알고 있지만, 이곳은 ‘통영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주제로 공연, 북토크,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장석원(밥장) 작가는 소도시 통영에서의 삶과 활동을 통해 ‘놀이’와 ‘예술적 삶’에 대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2월, 내성적싸롱호심은 카페에서 작가의 작업실로 전환되었으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시즌2를 준비 중이다. Q. 통영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이지만 밥장 님이

지역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지역스럽지 않게

김은주 섬도 대표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 10년 전 청년 정책 대응을 고심하던 자리에서 들었던 자조적인 한탄이다.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서울 등으로 떠나는 것이 기본값이 돼버린 지 오래였지만, 이제는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었을 정도로 기형적인 세계는 더 공고해졌다. 지역문화를 더 세심하게 읽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할 사람을 찾거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지방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 앞에서 자칫 양적인 것에만 골몰하지 않을지 걱정되지만 지역에서 누리는 문화의 다양성과 질 차원에서라도 지역문화와 그 활동 주체에 대한 발굴과 투자는 지속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불안과 사랑을 연결하며 삶은 계속된다

이래은 연극 연출가·달과아이극단 대표

이래은 연출의 연극에는 미세한 다른 세계가 겹치고 부딪치며 공존한다. 다양한 나이, 젠더, 계층의 인간, 그리고 동물, 인형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몸들이 만나 파동을 일으키고 서로 부대끼다 튕겨내고 뒤엉킨다. 곧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앞둔 웃음, 모든 불이 모두 꺼지기 직전의 가장 환한 빛, 삶의 잔해들로 이정표를 세운 흔적들이 무대에 함께 한다. 지금도 세계의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 존재들의 쉼 없는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파장의 연결 고리들을 따라 기꺼이 끝까지 동행하는 그의 작업에 관해 궁금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Q. 아동청소년 연극으로 작업을 시작하셨다.

을지로를 관통하는 예술가의 우연한 경로

고대웅 미술작가·작은도시이야기

지역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온 예술가가 있다. 모든 관계에는 우연과 필연, 기회, 사건, 낭패, 책임, 회피, 재건이 섞이기 마련. 세운협업지원센터에서 일하며 고대웅 작가를 만났다. 중간지원조직 담당자와 예술가로 처음 만나 호기심과 탐색의 시간을 거쳐 작업을 의뢰하고, 기획자이자 PD로 몇 가지 프로젝트를 협업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서로 지켜보고 응원했다. 세운-을지로 일대의 도시계획이 부침을 거듭하는 사이 우리 삶의 경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지역과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오늘 인터뷰는 을지로와 진하게 엮인 한 예술가의 경로를 중심으로 풀어본다. Q.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 어떻게

경계 없는 빠키의 세계

빠키 작가

과감한 색감과 기하학적 패턴의 작품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 빠키 작가의 작품을 한번 접한 사람은 단번에 작가를 기억한다. 작가는 화이트 큐브의 전시장뿐 아니라 공장의 외벽, 박물관의 로비, 애플 스토어, 도시 공간의 공사 가림막 등 다양한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 키네틱 아트, 설치, 영상, 퍼포먼스와 디제잉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시각언어를 펼쳐내는 빠키의 작품 세계는 눈에 보이는 심플함과 달리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본인을 규정하길 거부하고 장르, 매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오가며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내고 있는 작가 빠키를 만나보자. Q. 디자인을

엉뚱하고 재밌게, 무지개 너머로

황이선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꿈의 극단 홍보대사

‘조금은 엉뚱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기치로 창단한 ‘공상집단 뚱딴지’는 그 이름처럼 일상의 사소함을 생경하게 관찰하고, 무대의 물음표를 무대 밖 느낌표로 확장하고자 하는 연극단체이다. 뚱딴지에서 올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극단’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강명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제작해 발표했다. ‘꿈의 극단’은 이전에 음악과 무용 장르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꿈의 예술단’ 사업을 연극, 뮤지컬 장르로 확장해 올해 시범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 황이선은 길잡이를 맡아 아이들과 함께 무지개 너머 오즈로 긴 여정을 함께했다. 그녀가 만났던 도로시와

게임오버? 함께 새 판을 짜자!

윤용훈‧김율리아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STAN:D

게임이론은 경쟁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최적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경제학·수학 이론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여 더 나은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되곤 한다.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규칙에 만족하고 있을까?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큰 공동의 이익을 끌어낼 수 있을까? 12월 ‘성남 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를 맞아 그간의 문화예술교육에 ‘게임오버’를 선언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포럼을 준비 중인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STAN:D(이하 스탠드) 윤용훈 회장과 김율리아 사무국장을 만났다. 오늘은 두 분을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 회장과 사무국장으로 만났지만, 예술가이자

극복할 문제에서 함께할 존재로, 사이의 회복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

‘사이’는 나와 타자의 거리감 또는 시간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우리는 나와 다른 존재와 어떤 사이로 지내고 있을까? 가깝게 보자. 나는 나와 좋은 사이일까? 사회의 빽빽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바쁘고 충실하게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나의 내면 그리고 다양한 관계망에서 상실한 연결 감각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고요히 응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효율로 훈련된 우리는 이 고요함을 받아들이는 데 참 서툴다. 사단법인 씨즈가 운영하는 ‘두더집’은 은둔·고립 청년이 잠시 숨을 고르며 다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세상과 연결될 수

아무것도 아닌 사이, 얽히고설킨 든든한 사이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큰이모

‘공동체’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에서 빠질 수 없을 만큼, 오랜 기간 교육의 핵심이 되어온 키워드다.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파편화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함께 노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게 불편한 아이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길을 걷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점점 공동체를 경험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 ‘동네의 공부방’이자 ‘함께 노는 놀이터’이자 ‘칙칙폭폭 인형극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천시 만석동 ‘기찻길옆작은학교’는 요즘 세상에 만나기 어려운 ‘찐’ 공동체다. 1987년 ‘기찻길옆아가방’으로 시작해 1988년 ‘기찻길옆공부방’, 그리고 2001년 강화도에 농촌공동체를 만들며 새로운 ‘강화공부방’이 생겼고, 만석동 공부방은 ‘기찻길옆작은학교’(이하 기찻길)로

호기심을 에너지로 부딪치고 깨지며

이진엽 연출·코끼리들이 웃는다 대표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이진엽 연출. 2009년에 단체를 창단한 이래 그녀의 작업은 특정하기 어려운 비정형의 모습이다. 특정하기 어려우면 손에 잘 잡히지 않아 관심이 떨어지기 쉬운데, 오히려 친근하고 궁금하게 접착시키는 뭔가가 있다. ‘장소특정형 공연형식’으로 목록화되지만, 삶을 들여다보고 관객의 삶을 접촉시켜 관계하는 데에 집중하는데,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고, 무겁지 않게 감각적이다. 매 작업을 백지에서 시작하는 듯한 그녀의 작업 과정은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잇고 엮어서 움직여내며, 그 안에서 예술의 동사적 순간들과 여정이 진하게 드러난다. 그녀의 여정과 마주해온 것들을 따라가며 나눈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평생의

공감의 공간에서 배움을 교환한다

손한샘 예술장돌뱅이 대표

예술장돌뱅이.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무렵』이 떠오를 법한 이름을 지닌 이 단체는 시장, 축제, 그 밖의 행사에 가판을 차리고 장돌뱅이가 그렇듯 상인처럼 고객을 응대한다. 그러나 이 만남에서는 판매 대신 교환이 있다. 예술가 각자의 방식으로 마련한 예술적 교환이 벌어진다. 이 등가 교환은 퍽 공정해 보인다. 예술가도, 마주 만난 이들도 다들 신나 보였다. 그래서 늘 신기했고 그래서 낯설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예술장돌뱅이가 걷고 앉은 자리에서 멀지 않게 있었다. 그래서 손한샘 예술장돌뱅이 대표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Q. 외부자의 시선에서 예술장돌뱅이는 예술생태계에서 낯선 존재들이라는 생각을 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