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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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예술을 구원할
알록달록한 질문

실패한 인문학자가 되는 즐거움

나는 실패했다. 사실 몇 해 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구상한 프로그램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2008년 시작된 현장 인문학에 관한 이야기다. 현장 인문학이란 넓은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들’, 이를테면 빈민, 재소자, 홈리스, 장애인 등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가난한 사람들 곁을 지켜온 활동가들과 몇몇 인문학자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 활동가들은 무기력한 채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시급한 것은 삶의 의지와 욕망을 살려내는 일이라고 했다. ‘빵’만 던지는 것이야말로 한가한 짓이라고, 정말로 절실한 것은 ‘빵’이 아니라 ‘장미’라고. 2008년 나를 찾아온 노들장애인야학(이하 노들야학)의 활동가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 학교에는 “뛰어내리려고

청년이 그려나가는 농촌의 미래

지역을 가꾸고 다른 삶을 만드는 도전

요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청년 세대의 위기가 아닐까. ‘3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의 설 곳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링컨의 말처럼, 청년들이 모여 공간을 찾고 관계를 맺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탐구한다면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공동체를 소개한다. [사진제공]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 지역 청년의 새로운 자립 모델 지역 청년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 중 하나는 서울과 비교해 빈약한 문화예술(교육)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나는 마을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의 회원이다. 십 년째 문탁을 드나들며 공부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인문학공동체의 공부와 활동은 어떤 것일까. ‘앎과 삶의 일치’ ‘자기 삶의 연구자’라는 모토 아래 우리는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동서양의 고전과 사회과학 서적을 용감하게 횡단하며 공부했다. 십 년의 세월은 우리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북드라망, 2018년)로 출간되기도 했다. 제도나 시스템에 따라 학력을 인증해주는 학위나 자격증은 없지만, 우리는 나름의 체계를 갖춰 ‘강좌-세미나-에세이 발표회-인문학 축제’ 등과 같은 공부법과 의례를 만들었다. 문탁은 국가와 시장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며, 마을경제, 마을교육, 마을공유지 등

편재성과 창조성 사이에서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물질도 공간도 시간도 최근 20년 이래로는 태곳적부터 있어왔던 것이 아니다.” – 폴 발레리 「편재성의 정복」 중 기술 기계의 발전은 예술을 포함한 인간 사회의 전 영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가? 폴 발레리(Paul Valéry)의 소품 「편재성의 정복」(1928)*은 20세기 초 기술 문명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시기에 살던 한 지식인의 예감을 담고 있다. 인간은 기술 발전을 통해서 마침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고 이로써 예술의 형식과 용도 또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물, 가스, 전류가 멀리서부터 우리 집으로 와서 별 어려움 없이 우리의 필요를

공간, 사람,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대안적 학습공동체 & 아카데미

대학의 위기와 인문학의 위기. 두 위기론이 대두된 지도 이십여 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서울 대학가에 스무 곳이 넘던 인문사회과학 서점은 하나둘씩 사라져 이제는 단 두 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지성의 산실’이라 불리던 대학이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게 되었다면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지성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그 공백을 메꾸고 있는 인문학 공동체 혹은 아카데미를 소개한다. 푸른역사 아카데미, 여성주의 특강<정희진의 ‘학문의 자유’와 군 위안부 재현>[이미지출처] 푸른역사 아카데미 블로그 다중지성의 정원, 맛시모 데 안젤리스의『역사의 시작』 출간 기념 화상강연회[사진출처] 다중지성의 정원 홈페이지

[대구 센터] 2019 창의예술교육 랩 지원사업 공모

대구문화재단에서는 2019 창의예술교육 랩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관 및 단체를 공모한다. ‘창의예술교육 랩’을 통해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가치 함양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참신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하나가고자 한다. 지원 유형은 현장수요 기반형과 아이디어 발굴형이 있다. 현장수요 기반형 지원 자격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개발 및 운영 능력을 갖춘 공·사립 문화시설, 예술대학, 문화예술교육 단체, 전문기관, 관련기업 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대구형 미래 수업 교실을 위한 인문학·공학·자연과학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 뉴미디어 아트, 3D, KIT, APP 등

워라밸, 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본질이다

‘워라밸 시대,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포토리뷰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저녁이 있는 삶’ 등 개인의 문화·여가적 측면 및 라이프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지형도와 그에 따른 정책 방향을 짚어보는 자리인 ‘워라밸 시대,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가 지난 10월 19일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열렸다. 포럼 장소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과 다양한 의견과 사례로 뜨거운 논의를 펼친 발표자들의 모습 속에서 ‘워라밸’이 중요한 이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현장을 사진으로 만나보자. (위) 개회/인사말, 양현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아래, 오른쪽) 안태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사회)

‘2018 강원문화예술아카데미–인문학소양과정’ 운영대행 용역 입찰 공고

강원문화재단에서는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아카데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2018 강원문화예술아카데미-인문학소양과정’을 운영할 대행사를 입찰 공고한다. 이번에 진행할 인문학소양과정은 저명인사 인문학 대중강연을 기획하여 춘천 4회, 원주 4회, 강릉 4회, 총 12회의 일반인 대상 강연회와 도내 소외지역 중·고등학생 대상 강연 총 3회를 진행하면 된다. 인문학 순회강연을 위해 대상별 인지도 있는 유명강사를 초빙 및 주제에 대한 시리즈물로 구성하고, 강원도의 문화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강연 프로그램, 강원도 곳곳에 숨어 있는 인문학 가치를 발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면 된다. 온·오프라인 홍보, 언론홍보, 관객모집

미국 메사추세츠 주 ‘창의 청소년 개발’ 2023 발전 전략 발표

지난 4월 미국 메사추세츠 주 문화위원회는 2016년부터 시행된 ‘창의 청소년 개발 청사진 사업(National Blueprint for Creative Youth Development)’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창의 청소년 개발(Creative Youth Development, CYD)’ 2023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창의 청소년 개발(CYD)은 창의적 활동이 가져오는 청소년층의 문제해결능력과 자아의 성장 등 효과를 인식하고, 청소년의 창의성을 증진하며, 리더십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3D 프린팅, 작곡, 연극, 무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의 창의적 사고방식과 자기주도적 학습을 지향한다. 전미예술교육단체조합(National Guild for Community Arts Education), 대통령예술인문학위원회(The President’s Committee on the Arts and

캠퍼스에 공부하러 가니? 나는 예술 활동하러 간다!

– 전국 11개 대학에서 예술, 인문학 등 결합한 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 – 아동‧청소년부터 가족까지, 다양한 참여자 대상으로 다채로운 예술활동 진행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주성혜)은 대학 내 예술관련 학과와 연계하여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를 운영한다. 는 단순 체험 형태의 예술 활동을 넘어 인문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장르가 통합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주말 아동·청소년 및 가족들이 참여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예술대학의 자원을 적극 활용한 방학형 통합 문화예술교육 마련 올해 에서는 전국 11개 대학의 예술 관련 학과

관행을 깨는 수업혁명을 위하여

책으로 만나는 문화예술교육

교사(예술강사)의 성찰과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자주 모니터링하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곤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 사람의 예술강사 혹은 교사의 성찰과 성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성찰과 성장을 위한 ‘도구’가 부재하다는 점을 실감한다. 한 사람의 교사 혹은 예술강사가 일종의 매개자라고 할 때, 그런 매개자들을 ‘재(再)매개’할 수 있는 교육적 도구로서 ‘수업비평’을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러티브’를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

신동호 (사)인문사회연구소장

칠곡 할매들이 쓴 시를 모은 시집 『시가 뭐고?』(삶창)가 지난해 큰 화제가 되었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로 출간된 시집 『시가 뭐고?』를 기획하고, 2020년까지 칠곡군이 추진하는 인문도시 사업을 주관하는 인문사회연구소 신동호 소장을 대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리 시대 노인은 누구이고, 노년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궁중무용과 만난 아이들

궁중무용과 만난 아이들

2015 예술교육이 바뀐다 '정조 화성행차도의 국악 따라잡기'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구성중학교, 서원중학교, 소현중학교에서 2015 문화예술교육사와 함께하는 ‘예술교육이 바뀐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8월부터 총 16회에 걸쳐 단국대학교가 주관하는 <정조 화성행차도의 국악 따라잡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은 국악과 연극, 만화, 무용이 결합된 프로그램과 현장학습, 결과발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구성중학교를 찾아 국악과 무용을 주제로 한 수업을 참관했다.

방울방울 퐁! 퐁! 퐁!

방울방울 퐁! 퐁! 퐁!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깊은 여름 강원도 인제에서 맞이하는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두 번째 날 아침이다.
고즈넉한 만해마을길을 다섯 가족들이 줄을 지어 걷고 있다.
오리처럼 쑤욱 내민 그들의 입에서는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피어오르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종이 왕관도 쓰고 있는 그들은 지금 비눗방울 묵언수행 중이다.
말없이 걸으며 모든 생각을 비눗방울에 담아 하늘로 날려 버리는 것이다.

인문의 물음에 예술로 답하다

인문의 물음에 예술로 답하다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 ‘인문예술캠프’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최근 인문학 열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회 전반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와 성찰,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어떻게 세대와 이웃, 가족 간의 소통과 화합의 장을 열어줄 수 있을까?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인문예술캠프를 기획하는 두 명의 전문가 대담을 통해 개인의 성찰을 넘어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인문학적 사고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수업 끝 음악 시작

삼혜원 박설 예술강사

박설 예술강사의 수업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삼혜원은 여수의 작은 동네에 자리 잡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아이들이 가족이 되어 서로 의지하며 함께 생활하는 아동복지공동체다. 필자가 예상했던 수업은 잘 갖추어진 시설에서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거나 발성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 대면한 수업 풍경은 작은 강의실 공간에 책상을 멀찍이 밀어 놓고 맨바닥에 둥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참새들처럼 함께 동요 ‘네잎클로버’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악교실처럼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