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저녁이 있는 삶’ 등 개인의 문화·여가적 측면 및 라이프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지형도와 그에 따른 정책 방향을 짚어보는 자리인 ‘워라밸 시대,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가 지난 10월 19일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열렸다. 포럼 장소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과 다양한 의견과 사례로 뜨거운 논의를 펼친 발표자들의 모습 속에서 ‘워라밸’이 중요한 이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현장을 사진으로 만나보자.
(위) 개회/인사말, 양현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아래, 오른쪽) 안태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사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양현미 원장은 인사말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직장인 생활패턴 분석 결과 퇴근 후 문화시설로 가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이 그 일환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접근법에 대해 앞으로 이어질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를 맡은 안태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는 “이번 포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워라밸’이 그만큼 중요한 이슈이며 문화예술교육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반증”이라며 문화예술과 워라밸의 만남과 지형도를 그려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
‘창조는 편집이다 : 예술, 삶의 균형점’
여러가지문제연구소 김정운 소장은 안정적인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여수에 살면서 화가로 활동하는 자신의 이야기로 강연을 열었다. 그는 “은퇴 후 30~40년 더 산다. 50대 이후에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면 창조적이어야 한다.”면서,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세상에서 그 사이를 뚫고 갈 수 있는 힘이 ‘재미’이며, 삶이 재미있으려면 예술교육을 비롯하여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자 ‘休(휴)’는 나무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을 뜻한다면서 자기 성찰의 시간, 휴식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여가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주 52시간 근무제, 여가, 문화 – 제도, 변화와 흐름 읽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장훈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여가·문화를 위해 문화예술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는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시간의 분배가 정체성과 관계의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변화하는 노동시간이 사람들의 삶에 변화의 여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부천평생학습센터 소장
‘퇴근길, 배움 한 잔 어때요?’
부천평생학습센터 이소연 소장은 3년 전부터 시작한 퇴근 학습길에 대해 설명했다. ‘퇴근길, 우리는 학습을 마신다.’라는 슬로건으로 부천시의 학습소외계층인 남성 학습자들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퇴근길에 해 봄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사업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발굴하고 역량을 높여 시민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올해 초 15개 공간을 발굴해 시와 협약을 맺고 시민이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제작했다.
임영숙 국립현대무용단 홍보마케팅 팀장
‘전문성이 특성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임영숙 팀장은 난해하다고 인식되는 현대무용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을 과제로 삼고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다. 현대무용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현대무용의 이해도와 관객의 정보요구에 맞춘 타깃 설정과 단계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오픈-업 프로젝트로 무용학교, 춤추는 강의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유료관객 점유율이 77%에서 91%로 상승하는 성과를 이뤘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빠르게 변하는 세상, 함께 업데이트 되기’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미션을 가진 독서모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는 우리 시대에는 리프레시(refresh)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어떤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생존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읽지 않던 책을 읽고 쓰지 않던 글을 쓰며 변화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경험에 익숙해지는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습관이 서로에게 안전장치가 되어 줄 공동체를 만들고 변화에 적응하는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정민룡 광주 북구문화의집 관장
‘문화예술교육, 개인여가에서 사회적 여가를 위해’
광주 북구문화의집 정민룡 관장은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휴가는 노동중심의 관점”이라며, 삶 자체가 워라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을 얼마나 즐겁게 보낼 것인가?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공공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화예술교육과 정책이 대상화 할 것은 ‘개인의 여가’가 아니라 ‘사회적 여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라운드 테이블
‘워라밸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역할 찾기’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발표자와 참석자 간 경계 없이 자유로운 토론이 펼쳐졌다.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청중도 있었고, 워라밸이 너무 유행을 좇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정민룡 관장은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대중이 좋아하는 것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훈 부연구위원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많은 선택지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민간과 경쟁하지 않는 공공의 책임성(이소연 소장), 학교 교육과 워라밸의 관계(임영숙 팀장), 공간의 전략화(윤수영 대표)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 _ 장영주(디블리스코리아)
사진없음
정리 _ 프로젝트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