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그려나가는 농촌의 미래

지역을 가꾸고 다른 삶을 만드는 도전

요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청년 세대의 위기가 아닐까. ‘3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의 설 곳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링컨의 말처럼, 청년들이 모여 공간을 찾고 관계를 맺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탐구한다면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공동체를 소개한다.
지역 청년의 새로운 자립 모델
지역 청년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 중 하나는 서울과 비교해 빈약한 문화예술(교육) 인프라다. 문화예술 공간과 인력이 적으니 지역 이탈이 더 심해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남아 문화예술을 진흥하고 자신들의 재능을 펼치고자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재능 있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을까?’ 충남 금산에 위치한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2015년 금산간디학교 졸업생을 비롯한 금산군 청년들의 작은 네트워크 모임으로 시작된 들락날락은 지역 청년에게 필요한 ‘네트워킹, 배움, 주거’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선정했고, 2018년 ‘밥벌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더하며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들락날락은 현재 지역 청년의 자립과 문화예술 부흥을 위해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연 기획은 물론 청년 커뮤니티 공간 운영 및 지역 청년 네트워킹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조합 내 각 사업 분야의 리더를 ‘피리’라고 부르는데,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따왔다. 호칭처럼 실제로 충남의 재능 넘치는 여러 청년을 불러 모아 지역 내에서 문화와 예술을 나누고 있다.
2016년 설립한 청년자립학교 아랑곳은 금산에 정착하고 싶은 청년에게 일자리와 살 자리, 놀 거리 문제를 돕고 있다. ‘숲에서 활쏘기’ ‘시골집 고쳐 살기’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예술하다’ ‘청길동’ 등 커뮤니티를 만들어 다양한 삶의 모델을 스스로 고민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한다. 아랑곳의 수강생이 머무를 공간으로 시작된 ‘연하다 여관’은 현재 청년 활동가를 위한 청년캠프를 진행하며, 네트워킹과 휴식의 기회를 제공해 자신의 몸을 토닥일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편집숍 ‘여우잡화점’을 운영하며 금산 청년들이 지속가능한 윤리적 소비문화의 가치를 담아 만든 문구류와 소품을 판매한다. 이 잡화점의 물품으로 구성된 ‘금산꾸러미’의 수익금 일부는 향후 청년 기본소득 실험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적당히 벌고 적당히 행복하자”는 그들의 모토에 따른 이 새로운 프로젝트가 값진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농촌 문화를 바꾸는 청년 농부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농업 인구는 전체의 4.3%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중 약 45%가 만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농업과 농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농사를 배우며 농촌 문화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청년들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그룹 ‘짓다’의 활동 키워드는 ‘자립’, ‘자급자족’ 그리고 ‘반농반X’다. 자립과 자급자족에 필요한 농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X를 찾아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용한 바닷가를 끼고 있는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서, 청년들은 최소한의 벌이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고자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재미있는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소농의 공부’라는 소규모 스터디를 통해, 마을 이웃에게 밭을 빌려 당근, 감자, 비트를 유기농법으로 길러내며, 젊은 세대답게 SNS에 농사 일지를 공유하고 판매와 나눔도 진행한다. “무언가를 길러내는 마음, 누구에게나 농부의 기질이 있다”라고 말하며, 농사를 통한 청년들만의 자립적인 삶의 모델을 실험하고, 농경문화를 좀 더 친근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짓다’가 찾는 나머지 절반의 X는 지역에서의 문화와 일자리의 다양성이다. 비싼 임대료와 물가 등으로 청년 유턴 인구가 많은 제주에서, 기존 소비 지향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월 제주에서 재밌는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월간 도시락’은 물론, 도농 간 교류를 촉진하는 ‘팜터짐 페스티벌’과 예술영화를 함께 보는 ‘평대 작은영화제’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평대리 청년들이 함께, 스스로 만드는 인문학 스터디 ‘칸트의 식탁’을 시작했다. 경제 전문가와 함께 ‘지역 화폐’가 지역민에 미치는 영향을 여섯 차례에 걸쳐 탐구한 내용은 연말에 책으로도 발간될 예정이다. 지역의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은 나무 귤박 스를 재활용한 텃밭 키트 제작, 농작물의 색감과 패턴을 활용한 워크웨어 제작, 농부X요리사 콜라보 관광 상품 개발 등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들이 제주 지역에 불러일으킬 농업 기반 문화 콘텐츠의 새바람을 기대해 본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지역민과 청년의 협력
경상북도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 이 시골 마을 한가운데 있는 폐교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바로 청년이 그린 협동조합이다. 농촌 고령화 문제를 고민하던 아천리 이장님과 ‘어떻게 재밌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청년들은 사회적기업 사업설명회에서 우연히 만났고 운명처럼 협동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현재 협동조합에는 21세부터 35세까지의 청년 9명과 마을 주민 2명이 있으며, 그중 청년 5명은 폐교 관사에서 생활하며 교실을 사무실로 꾸며 일하고 있다. ‘지역민과 청년이 협력하고 상생하며 즐겁고 행복한 농촌,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들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농사는 물론 다양한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획도 하고 있다.
청년이 그린 협동조합의 핵심 키워드는 ‘생태계 복원’과 ‘친환경’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비교적 농지가 적은 이곳의 특성에 맞게 소농에 적합한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프로젝트 1980’을 추진하고 있다. 합성세제 대신 유용미생물(EM, Effective Microorganism)을 쓰고 생활하수를 줄여 저수지의 오염을 막고, 유기농 농사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복원된 마을 환경 자원을 자연스레 체험·관광과 연계하고, 고품위 농산물을 판매하는 통로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청년들은 농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일상 속 친환경 꿀팁을 마을에 전파하고, 정월대보름 축제, 장수 사진 찍기, 풍물놀이 수업 등 마을 주민 간 유대를 높이는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자체적으로 철학 독서 모임을 열어 농촌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 콘텐츠로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날 아천리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프로젝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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