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방울 퐁! 퐁! 퐁!

방울방울 퐁! 퐁! 퐁!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깊은 여름 강원도 인제에서 맞이하는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두 번째 날 아침이다.
    고즈넉한 만해마을길을 다섯 가족들이 줄을 지어 걷고 있다.
    오리처럼 쑤욱 내민 그들의 입에서는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피어오르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종이 왕관도 쓰고 있는 그들은 지금 비눗방울 묵언수행 중이다.
    말없이 걸으며 모든 생각을 비눗방울에 담아 하늘로 날려 버리는 것이다.

    나를 가득 채웠던 생각들이 비눗방울에 실려 퐁! 퐁! 퐁! 사라져 버리고 있다.
    두고 온 일터와 가정, 학교, 친구 등 나를 둘러싼 많은 생각들이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생각들이 떠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른, 아이, 여자, 남자, 엄마, 아빠, 선생님, 학생…
    이런 것 없이 그냥 사람,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서 있는 그들 속에 나도 그저 한 사람일 뿐이었다.

    8월 4주_그리다_이미지

    생각들을 날려 버리니, 우스꽝스럽기만 했던 종이 왕관도 어쩐지 괜찮아 보였다.
    한 여름 햇살에 볼이 빨갛게 된 사람들이 입을 가리고 조그맣게 웃고 있다.
    그리고 두 눈을 반짝이며 서로를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커다란 웃음보따리가 터져 버릴 것만 같다.

    강원도의 ‘달빛(文)감성‘은 인문예술이 그리 거창하거나 철학적이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와 그림, 노래, 춤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열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다고 말이다.

    오늘 아침은 그 마음들이 만들어낸 웃음보따리가 만해마을의 고요한 침묵을 휩싸고 도는 날이다.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은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가족·청년들이 인문과 문화예술을 통해 세대·계층을 아우르는 소통의 기회를 갖고 내면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27일(월)부터 8월 3일(월)까지 가족을 대상으로 ‘숲에서 바다’(강원도 인제 만해마을)와 이야기 인문학 ‘개구락지(開口樂知)’(충남 아산 교원연수원)가 열렸고, 오는 10월부터 11월에는 경기, 전라, 경상 지역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캠프가 진행될 예정이다.
    ‘숲에서 바다’는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 기린(麒麟)이 살고 있다는 강원도 인제 설악산 자락에 모인 가족들이 인문학자, 예술가와 함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여섯 개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었다. 그중 ‘그림 거울 책’ 워크숍은 참여자들이 가족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낸다. 먼저 2박3일 동안 불리게 될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짓는 활동부터 시작하여 ‘그림카드로 자기소개하기’ ‘첫인상 롤링페이퍼’ 등 기묘한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여기서 나온 자신을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 중 한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행복 왕관’ ‘모범생 왕관’ ‘우물 밖 개구리 왕관’ 등 각자 특색 있는 왕관을 완성한다. 초선영 작가는 “모든 인간은 자신을 왕처럼 여겨야 하며, 그만큼 아름답고 중요하고 세상에 대한 책임감에 차 있어야 한다”는 예술가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말을 인용하며, 글과 그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잘 알게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날 아침,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비눗방울 막대를 입에 하나씩 물고 아무 말 없이 만해마을을 산보하며 사색했다. 이어서 지역인문학자로부터 설악산과 인제의 설화를 듣고, 그날 느꼈던 감정과 이야기들을 모아 나만의 의미가 담긴 그림책을 완성한다. 한 참여자는 “주말에 육아를 하느라 바빠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며 “아이를 위해서 왔지만 오히려 엄마들이 더 즐기고 가는 것 같다. 2박3일 동안 나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숙경
    조숙경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따뜻한 마음과 생각이 담긴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오뚝이는 내 친구> <돌아와 악어새> <북극곰이 곰곰이> <한나도 우리 가족이에요> <야옹이 어디간다> <그날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배탈 난 호주머니> <쑥쑥요가> 등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sasa57@hanmail.net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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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철 2015년 09월 12일 at 8:46 AM

    달빛감성이라는 캠프이름이 멋집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라는게 좀처럼 오지 않는 법인데 멋진 캠프이름 만큼이나 개인에게 뜻깊은 경험이 될 듯합니다.

    • author avatar
      arte365 2015년 11월 23일 at 1:21 PM

      맞아요. 특히나 문화예술을 통해 인문학적 성찰을 하고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경험은 정말 값진 것 같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아진다면 특별한 자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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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철 2015년 09월 12일 at 8:46 AM

    달빛감성이라는 캠프이름이 멋집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라는게 좀처럼 오지 않는 법인데 멋진 캠프이름 만큼이나 개인에게 뜻깊은 경험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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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e365 2015년 11월 23일 at 1:21 PM

      맞아요. 특히나 문화예술을 통해 인문학적 성찰을 하고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경험은 정말 값진 것 같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아진다면 특별한 자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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