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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는 사이에서 만난 것들

예술가의 감성템⑮ 생각, 몸, 헤매기

유년 시절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져 있는 작은 동네에서 살았다. 우리 집 뒤편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쪽으로는 회색 도시가 둘러싸고 있었다. 도시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시기 우리 동네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나는 그 더딘 시간 덕분에 자연을 즐기며 그곳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살았다. 나를 지지하는 – 생각 어느날,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어떤 집을 송충이 떼가 뒤덮었다는 소식을 듣고 열심히 달려갔다. 털이 송송거리는 귀엽지만 징그러운 송충이 떼가 한 집을 뒤덮은

해파리처럼 우아하게, 산처럼 든든하게

유지영·이종현 종달정

무용 수업은 종종 정신이 아득할 때쯤 끝이 났다. 숨이 턱에 차는 게 아니라 머리 숨구멍 어디에서 터질 것 같을 때. 뇌와 신경과 근육 사이의 미세한 대화 따위는 사라진 것 같을 때. 몇 번쯤 살갗이 벗겨져 감각이 더뎌진 발바닥이 저절로 이동할 때. ‘연습은 공연처럼, 공연은 연습처럼’ 같은 비장함을 신조로 삼던 선생님들이 즐겨 하던 말은 “다시!”였다. “다시”는 반복에 기반한 몸의 훈련이었으나, 소진하는 몸은 종종 감각과 사고마저 소진시켰고, 네가 충분치 않다는 거절로 읽혔으며, 때로는 부족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였다. 찰나에 사라지는 예술이, 왜 반복의

예술로 둘러싸인 보통의 날들을 위하여

2022 artE 캠페인 <일상, 가까이 ‘문화예술교육’>

나의 일상을 온전히 지키는 힘은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어느 평범하고 안온한 하루는 사람들이 저마다 마주하는 삶의 현장을 지켜낸 결과이다. 그러한 삶이 흔들릴 때 문화예술교육은 씨줄과 날줄처럼 우리의 가늘어진 일상을 단단하게 엮어준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이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나의 일상 속에서도 쉽게 발견하고 시도해볼 수 있도록 1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캠페인을 진행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일상이라는 세계를 다양하게 감각하고 창작함으로써 나의 일상을 돌보고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내 일상을 예술로 만들고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꿈꾸는 무한

곽혜은·박세은 콜렉티브 꼼

인터뷰 자료로 받은 콜렉티브 꼼의 포트폴리오를 들춰보다가 문득 4년 전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2018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덥고 습한 여름날 오후,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어두컴컴하고 구석진 먼지 쌓인 공간에서 냄새와 움직임과 빛이 만들어내는 다른 결의 공간과 시간을 감각했던 기억. 알고보니 나는 꼼 멤버들의 예술계 입문작 <Querencia(케렌시아)>의 관객이었다. “냄새가 불러오는 감정, 감각, 기억 등의 매커니즘을 활용해 전시나 공연을 하는” 후각 아티스트 곽혜은과 안무가, 퍼포머, 배우이자 거리에서도 극장에서도 전시공간에서도 공연하고 기획하는 움직임 아티스트 박세은으로 구성된 콜렉티브 꼼. 후각, 움직임, 콜렉티브, 꼼, 단순한 팀 소개문장에서도 눈에 띄는

몸, 움직임, 바라보기 그리고 연루되기

고헌·임금님 생태움직임연구소 소행성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빈 무대가 될 수 있다. 누군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다른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연극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피터 브룩의 『빈 공간』 첫 구절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미 수십 년 전에 발표된 이 구절을 인용한다. 간결하고 명료한 이 언명은 현대연극에 대한 많은 질문과 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빈 공간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제거된 텅 빈 공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도를 채워 넣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행하다’와

“준비물은 마음을 열 용기!”

5인 5색 문화예술교육 참여 후기

2021년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땠을까?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일상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고단했을 참여자에게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영감과 힘을 주었을까? 연령대도 직업도 사는 곳도 각기 다르지만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섯 명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예술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나누었던 ‘5인 5색’ 생생한 참여 후기를 들으며 문화예술교육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야 할지, 더 많은 사람과 더 깊이 만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경자씨와 재봉틀> [사진제공] 이경아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길 위에서: 두려움 없이 길을 잃기 위하여

김윤진 안무가·펠든크라이스 무브 대표

걷는다. 길을 걷는다. 인생을 걷는다. 가끔 뛰고, 가끔 멈춰도 어떻든 우리는 삶을 걷는다. 길을 잃어 찾는 사람이나, 두리번거리며 산책하는 사람이나,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 마음은 낮과 밤만큼 다르다. 낮밤의 시공간만큼이나 먼 내 마음의 거리감은 어디서 올까. 길을 잃어 헤매는 나의 두려움을 산책의 즐거움으로 바꾸어 줄 그 비밀의 단서는 어디에 있을까. 안무가, 기획자, 교육자, 그 많은 이름 가운데 이 사람이 있다. 그와의 대화 속으로 단서를 찾아 걸어보자. 선생님을 처음 뵙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변화의 새로운 기준은 아이들로부터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놀이

기준이 바뀌는 시기이다 2018년 브뢰겔(Pieter Bruegel the Elder)의 그림을 보기 위해 유럽 몇 나라를 돌아다닌 적 있다. 스위스 작은 도시 빈터투어를 방문한 것은 브뢰겔의 눈 내리는 풍경이 있는 그림 한 점 때문이었다. 마을의 광장을 지날 때 무언가 꽝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어른과 젊은이와 아이가 함께 어우러져 작은 나무공을 향해 커다란 쇠공을 던지고 있었다. 구슬치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두 편으로 나뉘어 13점을 먼저 낸 팀이 이기는 놀이다.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은 컬링과 비슷했다. 이것은 ‘페탕크(petanque)’라 불리는 프랑스의 오래된 놀이로 유럽 전역에 퍼져있다.

몸과 몸이 만나 생각의 문을 여는 순간, 우리는 배운다

노경애 아트엘 대표, 안무가

안무가 노경애의 이름 석 자는 우리나라 공연계에 있어 점차 하나의 흐름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어가는 듯하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자신만의 움직임 실험을 바탕으로 한 여러 편의 공연작을 발표하는가 하면, 장애인(또는 장애 예술인)과 다양한 방식의 예술교육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그녀는 예술의 실험성이 교육의 공공성과 만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지속해서 고민해왔다. 물론 그녀 외에도 현재 많은 공연예술가가 예술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창작과 교육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경애의 경우, 창작 방법과 교육 방법 사이의 간극이 애초부터 봉합되어있다는 점에서, 다시

이렇게 만나면 재미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남인우, 이윤정, 김소리 교육강사

2016년부터 아르떼 아카데미에서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창의적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남인우, 이윤정, 김소리 교육강사는 연수 참여자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살만큼 ‘끈끈한’ 팀워크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삼위일체의 조화가 만들어낸 시너지는 다양한 연수 대상자에게 예술교육을 통한 ‘미적 체험’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하고, 적어도 자신의 현재 삶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들은 예술교육자이기에 앞서 각기 다른 창작 활동 배경과 개성을 지닌 예술가이기에 이 시너지가 어떻게 빚어지는지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들 간에 형성된 강한 동료애와 연대의 기류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몸’에서 비롯된 예술교육, 전통에서 컨템포러리 영역에까지 통한다

경기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역량강화 워크숍 ‘상상력의 징후 2018’ 참여자 모집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청년 예술가와 예비 문화예술교육자에게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방법론을 제안하는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역량강화 워크숍 ‘상상력의 지후 2018’ 참여자를 모집한다. 이번 워크숍은 8월 25일부터 9월 8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3회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에서의 민주주의와 감각’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예술과 기술, 공동체 예술, 비폭력 대화 워크숍, 아이스 브레이킹, 움직임 워크숍 등 강연과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8월 25일(토), 9월 1일(토), 9월 8일(토), 스페이스 오매(서울 성동구)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각 다른 주제의 강의와 워크숍이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다. 참가신청은 8월 20일까지 온라인 참가신청서를 접수하면

공간·소리·움직임으로 ‘표현’하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두근두근 두드림, Taps> 프로그램 리뷰

음악보다 소리에, 무용보다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이 서로의 차이점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현시대다. 필자는 소리와 움직임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으로서, 또 표현이 고갈된 시대에 음악으로 표현을 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프로그램 자체에 관심이 갔다. 먼저, 공간, 소리, 움직임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재현될지 궁금했다. 공간과 소리, 소리와 움직임은 어느 정도 쉽게 관계성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이 세 가지가 어떤 관계를 이루며 ‘창의성’을 끌어낼지는 미지수였다. 음악, 무용, 인문학이라는 장르를 아우르는 수업은 어떨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설득한다

로나 매터슨(Rhona Matheson) / 스코틀랜드 스타캐쳐스(Starcatchers) 대표

스코틀랜드 스타캐쳐스(Starcatchers)는 0세부터 5세까지의 영유아 대상 공연을 개발‧제작하는 전문예술기관이다. 지난 12월 초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서울과 광주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2016 유아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에서는 영유아 대상 움직임을 이용한 발달 프로젝트 ‘무빙매터즈(Moving Matter)’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눈을 감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댄싱 인 더 다크>

매주 토요일, 학교 밖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중 ‘주말문화여행’은 미술, 음악, 무용, 사진, 문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다.

꿈꾸는 몸이 그리는 빨주노초파남보!

도황주, 장홍석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국립현대무용단 <무용도전> 강사

오늘은 토요일,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몸의 움직임과 박자로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 다른 속도로 ‘녹다’를 표현한다. 쑥스러운 얼굴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상대방과 속도를 맞춰 움직이는 아이들은 어느새 새로운 경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