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스타캐쳐스(Starcatchers)는 0세부터 5세까지의 영유아 대상 공연을 개발‧제작하는 전문예술기관이다. 지난 12월 초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서울과 광주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2016 유아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에서는 영유아 대상 움직임을 이용한 발달 프로젝트 ‘무빙매터즈(Moving Matters)’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워크숍과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이들의 프로그램들은 유아의 창의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사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이들의 참신하고 효과적인 방법론만큼이나 주목을 끄는 것은 이들의 활동방식이다. 2006년 출발 이래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공연을 기획·제작하고, 160명 이상의 예술가, 공연기획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17만 명 이상의 영유아, 아동, 부모, 보호자, 영유아 교육자들이 이들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말해주는 것은 활동의 규모만이 아니다. 0~5세 영유아로 대상은 한정적이지만 이들의 활동은 복합적이고 광범위하다. 스타캐쳐스가 표방하는 비전과 핵심활동에는 공연 창작만이 아니라 ‘창의적 스킬 프로그램’이라는 문화예술교육 활동 그리고 지역참여가 포함되어 있다. 창의적 스킬 프로그램은 영유아 대상 보육/교육을 담당하는 성인 대상의 교육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영유아의 창의적 경험을 위해 이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현재 스코틀랜드 영유아 예술활동 관련 다수의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출발은 단기 시범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이때 주목할 점은 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예술가 레지던시 모델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역 아트센터에 예술가들이 상주하면서 영유아 대상 공연 및 창작 활동을 개발했다. 즉, 영유아라는 한정적인 대상에 대한 예술활동 프로젝트였지만 구체적인 지역과 공간을 매개로 지역민들과의 작업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출발은 지금 이들의 비전과 활동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들의 비전과 활동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활동 속에서 정리된 것이다.
스타캐쳐스의 활동을 살필수록 ‘아이들이 자라기에 가장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국가 정책의 목표가 어떻게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예술활동을 낳고, 그것이 어떻게 지역민들의 삶에 파고들며, 이를 통해 어떻게 예술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과 연계되면서 예술의 창의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로나 매터슨(Rhona Matheson) 대표는, 비록 짧은 시간의 대화였지만, 많은 질문에 대해 즐겁고 흥미로운 답변을 해주었다.
“모든 것이 열려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
스타캐쳐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를 소개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웃음) 스타캐쳐스는 비영리단체로서 0~5세까지의 영유아와 그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예술과 창의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그 대상은 0~5세까지의 영유아들과 그 보호자들이다. 2006년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했다가 프로젝트의 규모가 점점 커져서 지금은 독립된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성장했지만, 영역이 확대되면서 영유아 교육자들, 아이들의 보건이나 사회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 인력들과도 손을 잡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예술적인 즐거움과 창의적인 활동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어린 나이부터 예술을 통해 아이들을 지원하고 예술을 기꺼이 변화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술은 영유아들의 발달에 굉장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체 소개를 보니 규모가 상당하다. 어떤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영유아 대상 예술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첫 파일럿 프로그램에는 두 명의 예술가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 사람은 영유아 연극 제작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드라마 뮤지컬 관계자였는데, 전혀 이 분야에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을 발굴하게 된 거다.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리틀 라이트(little light)>라는 연극을 만들게 되고, 이후에 한 예술가가 <마이 하우스(my house)>라는 작품을 독립적으로 제작했는데, 우리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작품을 선보이면서 영유아 예술활동에 대한 예술가, 예술 관계자, 교육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우리가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이매지네이트(Imaginate, 0~18세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대상 공연예술을 지원하는 국가진흥단체)’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여기에 속해 있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우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많은 예술가들이 영유아 예술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예술가들이 아이와 함께 참여할 활동을 찾고 있었고, 직접 참여해서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창작하고 싶다는 의사로 합류한 경우도 있다. 그동안 160여 명의 예술가들과 일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짧은 기간 함께 한 예술가들도 있고 계속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계속 그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재밌는 것은 연극이든, 설치미술이든, 시각예술이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창작하는 것은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한이 없다. 물론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추상적으로 접근하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든, 관습적으로 일방적인 관람자의 역할로 두든, 그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그런 모든 방법들을 탐구하고 시도해 보았다. 예술가 입장에서는 이것이 엄청난 자유를 주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열린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아이들은 굉장히 솔직하고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으면 피드백이 바로 온다. 그래서 굉장히 도전적인 작업이다.
모든 것이 열려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라고 말하고 있다. 참 매력적인 말이지만 다른 한편 어떤 가이드도 없는 세계라는 말도 된다. 지금은 10년간의 활동이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기 과정이 분명히 있다.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었던 <리틀 라이트(little light)>를 돌아보면 첫 작품이라는 티가 많이 난다. 영유아 공연이라고 할 때 예상 가능한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 풍선, 비눗방울, 깃털, 공, 음악, 리듬, 운율이 다 있다. 지금 보면 ‘이건 빼도 되는데’ 하는 것들이 있다.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 놓은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막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연극은 내가 보기엔 ‘단순함의 복잡성’이 있어야한다. 최대한 단순하지만 다양한 층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일관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예술가의 비전과 목적 또한 분명해야 한다. 쉽게 만든다고 편안한 대안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에 이런 단순함을 지키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를 원치 않아서 쉬운 방법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함의 복잡성’이라는 말이 굉장히 와 닿는다. ‘형태는 단순하더라도 여러 겹을 가져라’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되겠는가.
정확하게 이해한 것 같다.
초기의 시행착오는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했다. 예술가들이 ‘영유아’라는 새로운 대상에 대해 작업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예술가가 새로운 시도를 자신감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되었을 때, 그러니까 예상치 않은 반응이 왔을 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 때 예술가가 뭔가 방향을 설정하고 ‘이런 반응을 유도 해야겠다’ 하는 것이 아니라, 영유아가 직접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중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창기에 우리와 협업했던 예술가와 몇 년 전에 다시 작업했다. 2~4세 아동을 위한 작품 활동을 많이 한 경험 많은 예술가다. 베를린에 있는 단체와 같이 협업을 하는데, 장기간에 걸쳐서 의견을 나눴다. 5~6년간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1년의 과정이 있었다. 4주에 걸쳐 집중적인 작업도 있었다. 거의 완성 단계에서 독일에 있는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리허설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거다. 공연까지는 3주 남은 상태였는데, 우리들은 수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전부 폐기하고 아이들의 피드백을 중심으로 새로 만들었다. 그 상황에서 “원래의 아이디어를 계속 밀어 붙이겠다”고 하지 않고, 과감하게 “다시 시작 하겠다”를 선택한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지속적 활동과 협업
스타캐쳐스는 핵심 활동을 세 가지로 꼽고 있다. 기획 및 투어, 영유아 교육자를 위한 창의적 스킬, 지역사회 참여. 공연, 교육, 지역사회 참여를 모두 주요 활동으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의 다양성은 ‘영유아’라는 대상의 특징 때문인가? 또 이 세 가지 핵심 활동이 각각 진행되는지, 연계되어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다. 종합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보아줬으면 한다. 세 가지 핵심 활동은 초창기 프로젝트에서 뻗어 나간 것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예술가가 동일한 그룹의 아이들, 부모, 보호자들과 함께 작업한다. 어려움이 있는 가정이 많고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난,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문제, 부모의 건강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부모와 아동의 관계를 관찰하는 것도 프로그램 안에 포함되는데, 이 또한 창작활동이자 지역 참여 활동이다.
창의적 스킬은 교육기관, 유치원의 선생님들이 요청했던 것이다. 우리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여러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진행했는데, 그곳 선생님들이 우리도 이것을 할 수 있게끔 교육해 달라, 지원해달라고 해서 시작되었다. 유치원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족지원 단체들도 참여했다. 사회복지 담당자, 교육 담당자, 놀이 전문가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우리의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았다.
창작은 우리의 핵심 활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가능한 한 스코틀랜드의 많은 아이들이 연극, 시각예술 등 양질의 예술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제31조에도 나와 있듯이 모든 아이들이 예술과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창작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활동이다.
아이들과 활동을 하는 동안 예술가는 세 개의 활동을 다 담당을 하고 아이들도 한 가지, 많게는 세 가지 활동에 속해서 누린다. 이 모든 활동에서 우리는 예술의 형태를 특정하지 않는다. 창작이든 여타 활동이든 과정과 성격이 특정한 예술의 형태로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감독이 ‘디자인은 이 사람이 맡고, 연극은 저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다’라고 정하고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활동은 시각예술가, 디자이너, 뮤지션 등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정한 하나의 예술형태로 한정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했던 지역사회 프로그램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작품을 꼽는다면 어떤 작품인지, 또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떤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다 의미 있고 다 중요하다.(웃음) 먼저 ‘플레이그라운드(The Playground)’에 대해서 말하자면, 스타캐쳐스가 독립하고 나서 처음으로 맡은 대형프로젝트였다. 우리의 활동이 아트센터 기반에서 교육기관 기반으로 옮겨가는 거였다. 이전까지 예술가가 아트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찾으러 나가는 거였다면 이제는 교육기관에서 상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치원에 1년 정도 상주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또 교사들의 트레이닝도 진행했다. 아예 접근 방법 자체가 많이 달랐기 때문에 아주 중요했었다. 그 전에 진행한 ‘인스파이어 프로젝트(Inspire Project)’에서도 교육기관과의 협업이 있었지만 한 교육기관에 가서 일주일 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그게 ‘플레이그라운드’였다. 우리의 활동이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토킹 테일즈(Talking Tales)’, ‘무빙 매터즈(Moving Matters)’도 6개월 정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 프로젝트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프로젝트 펀딩 방식이다 보니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 이상 끌어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접근 방식이 중요한 것이, 궁극적으로 스코틀랜드 모든 영유아 교육기관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나의 개인적 소망일 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창의적 스킬 프로그램이 중요한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유아 교육자들이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도구 삼아서 아이들을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 우리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스펙팅 썸싱(Expecting Something)’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싶다. 역시 장기적인 소통 프로그램이지만 조금 다른 것이, 취약계층의 엄마들과 그 아이들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25세 이하의 엄마들을 임산부 때부터 아이가 만 2세가 되기 전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것도 처음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에는 ‘가족 간호사 파트너십(Family Nurse Partnership)’이라는 보건 프로젝트가 있다. 10대 엄마들을 임산부에서부터 아이가 30개월이 될 때까지 지원하는 거다. 이러한 지원도 분명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여전히 10대 엄마들이 고립되고 소외되어 있는 문제가 남는다. 이 단체의 소개를 받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엄마와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우리는 부모의 관심사에서 출발했다. 예술가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어떤 예술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지 듣고, 예술가는 엄마가 관심 있어 하는 활동에 아이를 어떻게 참여하게 할지 고민한다. 엄마와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가족들, 또 지역사회와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펀딩을 받게 되어 확대되었다. 2년간의 펀딩을 받아서 18개월째 운영을 하고 있고, 최근 차기 2년도 예산이 확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양한 엄마들, 아이들에게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부처, 기관과의 협업이 중요한 것 같다. 중요한 일인 만큼 쉽지 않다. 스타캐쳐스는 그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나.
우리도 끊임없이 많은 장애물에 맞닥뜨린다. 왜 영유아를 위해서 예술활동을 하느냐, 조금 더 기다렸다가 5~7세쯤에 하지, 하필이면 왜 영유아를 대상으로 연극을 하느냐,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을 지금도 여전히 만난다. 가장 좋은 설득 방법은 우리가 뭘 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보고 나면 충분히 이해하더라. 스타캐쳐스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해온 것은 다른 분야의 분들이 우리의 접근 방법을 포용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잘 맺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코틀랜드에는 다양한 영유아 정책들이 있다. 모든 영유아 관계자들이 지켜야하는 아동의 삶의 질 개선 및 지원을 위한 스코틀랜드 국가 정책 ‘Getting it right for every child(GIRFEC)’는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존중을 받고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전략이고 이외에도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청소년 예술 전략도 있고, 창의력 전략도 있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하는 많은 활동과 연결이 되어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의 활동이 그러한 전략을 충분히 지원하고 뒷받침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인 활동도 나름대로 많이 한 거다.
예술의 창의성, 호기심과 탐구가 열쇠
교육의 목표나 평가에서 참가자들의 자신감을 중요한 지표로 언급하고 있다. ‘자신감’은 스타캐쳐스가 예술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개인적인 신념인가?
개인적인 신념이면서 영유아 예술활동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창의적 스킬’을 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창의성을 활용하는 데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게 되었다. 여러 스킬과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할 것이다. 지역 참여 활동에서도 영유아와 가족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취약계층 부모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스스로의 역량을 확신하게 되면 내가 자라온 환경과는 다른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구나,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뭔가 더 나은 게 있겠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훨씬 더 잘 맺고, 궁극적으로는 훨씬 더 능력 있고 창의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큰 그림은 결국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게끔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스코틀랜드를 아이가 자라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가 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도 우리가 다양한 층위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캐쳐스의 자료를 보면서 ‘창의성은 어떻게 배우는지의 문제다’, ‘창의성을 함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등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당신들이 정의한 창의성은 꼭 예술을 통해서만 계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창의성 계발에 있어 예술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탐구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열쇠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일단 아이의 입장에서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놀이를 통해서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끔 한다. 교육자들도 마찬가지다. 예술을 통해서 자기표현을 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주변과의 관계를 맺고 또 소통하는 것과 연결이 된다.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면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광범위한 개념이고 우리는 그중 예술에 집중한다. 그리고 우리의 활동에 대해서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것은, 우리는 과정뿐만 아니라 예술 그 자체, 결과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과정 역시 즐겁고 흥미진진한 것이지만 말이다.
서울과 광주 워크숍에서 ‘어린이 중심’, ‘어린이 주도’를 상당히 강조했다고 하더라. 중요한 지적이다. 스타캐쳐스는 그러한 원칙을 견지하는 데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는 없었나? 어린이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 예술가들이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이번 워크숍은 매우 즐거웠다. 우리가 제시한 방법들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대단했다. 어린이 중심, 어린이 주도란, 아이들에게 ‘이거, 이거 할 거야’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방임하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진행하되 탐구를 하고 아이들이 이끄는 방향이 내 방향과 다르다면 그쪽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한 다음에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잘 유도할 수 있을지, 마치 춤추듯이 주고받으면서 아이의 반응에 따라 적절하게 지도하며 다시 돌아오게끔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예술가는 자기 나름대로 열린 방식을 수행해야 한다. 아이의 반응에 내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우리 역시 영유아 교사들, 예술가들, 부모들과 함께 아이 주도로 활동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끊임없이 토의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아이가 충분히 자신의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면 아이들도 더 나은 경험을 하고, 부모들의 만족도도 더 높고, 예술가도 충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다. 위험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아이들이 우리를 여정으로 이끌어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여정이다.
어린이와 교사, 예술가의 관계를 연기의 액션과 리액션으로 이해해도 되나?
물론이다.
스타캐쳐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유아 예술활동이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것, 그리고 예술의 창작에서도 도전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 예술이 사회적 도구로서의 효용을 가지면서도 예술 그 자체의 결과에 대해 엄격한 점도 인상적이다. 긴 시간 감사하다.
로나 매터슨(Rhona Matheson)
로나 매터슨(Rhona Matheson)

글라스고대학교 스코틀랜드 역사 및 연극 석사를 졸업했다. 스코틀랜드 연극 및 인형극단에서 프로듀서 및 기획자로 활동해왔고, 2006년부터 스타캐쳐스에 합류해 프로그램 매니저, 디렉터를 거쳐 현재 대표로 정부 기금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유아 및 아동을 위한 예술, 창의 활동 분야의 프로듀서와 기획자로 다년간 활동하였으며, 예술, 교육, 보건, 보육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참고영상
‘허프(Hup)’ 소개 영상 : https://vimeo.com/180000877
‘무빙 매터즈(Moving Matters)’ 소개 영상 : https://vimeo.com/191167833
스토리텔링을 위한 5가지 도구 : https://vimeo.com/170980006

사진 _ Studio E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kdoong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