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오늘은 토요일,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몸의 움직임과 박자로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 다른 속도로 ‘녹다’를 표현한다. 쑥스러운 얼굴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상대방과 속도를 맞춰 움직이는 아이들은 어느새 새로운 경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친구들의 몸을 뛰어넘고 자신과 상대방의 거리를 경험하며 종이와 색연필로 이를 그리는 작업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이끌어낸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국·공립기관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이 진행하는 <무용도전> 가을학기 초등 고학년반 강사를 맡은 도황주, 장홍석, 두 안무가를 만나 보았다.
왼쪽부터 장홍석, 도황주 강사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장홍석작년 국립현대무용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이하 꿈다락) 초등 저학년반에서 보조강사를 했었다. 주로 예술작업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꿈다락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다른 곳에서 성인 대상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올해는 도황주 강사와 함께 초등 고학년반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도황주국립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던 중 우연히 꿈다락 쇼케이스를 보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움직임이 훈련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달라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후로 매해 꿈다락 쇼케이스를 챙겨 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닌 동심이 가득하고 순수한 상태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도 움직이게 되었고, 꿈다락 수업 제안을 받아 함께 하게 되었다. 어린 친구들을 지도해 본 경험이 없어 걱정이 됐었지만, 다행히 파트너인 장홍석 강사가 경험이 있어서 많이 의지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 수업을 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고 두 번째 학기를 맞게 되었다.
오늘 수업에서 두 분의 파트너십이 돋보였다. 오늘의 주제는 어떤 것이었나?
장홍석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신체를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한다. 매주 초점을 맞추는 주제는 있지만, 명확하게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겠다든가 무엇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소스를 기반으로 매주 아이들의 상태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반영해 다음 수업을 만들어간다. 수업 내용을 사전에 모두 정하고 그에 맞춰 진행하는 것보다 좋은 것 같다.
지난 학기에는 한 주마다 무엇을 할지 수업내용을 철저히 짰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재료로 사용한 스티로폼 스틱을 가지고 아이들이 줄넘기도 하고 공간도 구획하고 림보게임도 하면서 놀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잠재되어있는 즉흥성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좀 더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준비하는 우리로서는 허탈해진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수업을 스스로 채워나가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오늘은 무용과 미술이 연계된 그리기를 했다. 몸의 움직임이 그리기까지 어떻게 연장되었는지 알고 싶다.
장홍석오늘 수업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신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것 같다. 그림을 그냥 그릴 수도 있지만, 액션이 들어가지 않았나. 파트너가 되어 제자리에 서거나 누워 색연필로 종이에 터치하려는 아이, 종이를 대었다 떼었다 하는 아이들의 액션은 마치 펜싱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몸이 녹아내리는 것부터 서로의 몸을 뛰어넘는 동작까지, 반대되는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아이들의 몸의 감각을 깨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것과 아이들의 반응 간에 차이점이 있었나?
도황주아이들의 에너지는 굉장히 짧고 강렬하다. 주제를 자주 바꿔서 아이들의 흥미를 계속 끌어내야 그 시간 안에서 여러 가지를 접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뛰어놀 때는 열정적이고 그 시간이 길게 가는 편인데, 평소에 놀지 못하고 분출하지 못하는 것이 여기에서는 허락되기에 그런 것 같아 안타까워 보일 때도 있다. 오늘 예상치 못했던 점은, 색연필로 그림 그리기를 할 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짜증나고 화가 난다는 표현을 공격적으로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평소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를 좀 더 생각하게 되었다.
장홍석수업 당일 아이들의 반응을 바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다음 주에 아이들이 가져오는 워크북을 보면서 아이들의 반응과 상태를 알 수 있다. 수업 끝나고 가면서 좋았다, 안 좋았다고 말해도, 워크북에는 다르게 쓰더라.(웃음)
마지막에 아이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보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았다. 친구들끼리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상상으로 해석해 주는 것이 향후에는 예술작품을 해석하는 것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홍석놀이가 끝난 후 종이 위에 그려진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을 보고 태극기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이러한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성인이 봤을 때 낙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즉흥적인 결과였다. 한대 ‘팍’ 맞은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지 않을까?
서로 다른 지역과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한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또래’라는 것밖에 없을 텐데,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지 궁금하다.
도황주지금 우리가 맡은 연령대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사춘기가 빨리 온 아이들도 있다. 여학생들은 내가, 남학생들은 장홍석 강사가 이야기를 끌어준다. 남녀 강사가 한 조를 이룬 게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이들끼리는 금방 친해져서 마치 바닷속 물고기들처럼 그룹이 됐다가 해체되면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두 분은 안무가로서 공연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창작작업에도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장홍석아이들과 만날 때는 그들로부터 순간순간 오는 감흥들이 있다. 그것이 작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고민 중에 있다. 일반 성인 대상 수업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이들은 아직 몸에 경험의 기억들이 많이 쌓여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나이가 있는 몸일수록 경험한 기억의 켜가 많이 쌓여 있어 별것 아닌 움직임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서사를 붙인다. 그 서사들이 이 시대와 맞닿아 있는 것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것을 보면서 작업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도황주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도 혼란을 겪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계발하는 열린 수업을 선호하고 그렇게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수업, 특히 입시교육을 할 때는 굉장히 주입식일 수밖에 없다. 너무도 대조적인 교육 방법론으로 나 스스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과의 수업을 경험하면서 어떤 영감을 받고 있기에 앞으로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표적인 주입식 교육인 입시교육과 아이들의 능동성을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창작작업을 병행하면서 느끼는 혼란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인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창작작업과 교육활동이 유연하고 순조롭게 협업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꿈다락 또는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장홍석수업할 때 아이들은 마음이 동해야 움직여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마음이 동한다는 게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렵게 진행될 때도 있다. 어떻게 하면 수업 안에서 나와 아이들의 마음이 같이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아이들과 관계를 잘 맺어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도황주사회가 너무 바쁘지 않은가.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바쁘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같이 생각하면서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무엇을 원하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이 수업이 일상과 다른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멀리 바라보았을 때, 이런 예술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로워지다 보면 우리 사회도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도황주
도황주

국립현대무용단 창단멤버로 (2010), <불쌍>(2014)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홍승엽, 안애순, 정영두 등 여러 안무가의 작업에 참여했다. 안무작으로 <그래서 그런겁니다>(2015), (2016) 등이 있으며, 2014년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Sparkplace에서 <식탁>으로 신인 안무가상을 수상했다. 작품 활동에 몰두하던 중 우연히 문화예술교육을 만나 요즘은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무용에 ‘도전’하고 있다.
장홍석
장홍석

<INTER FACE>(2013), <소설화 하는 몸>(2014), <저장된 실제>(2015)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였으며, (2013), <기술이 실패할 때>(2015), <난 여기 뒤에 숨어 있었다>(2016) 등 안무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안무랩에서 <그것인지>(2015), <빅빅빅땡큐>(2016, 공동안무) 등의 작업을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2년차 강사이며, 예술교육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으며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영상 _ 강장원 (미술작가)
양은혜
양은혜
기자, 기획자, 드라마터그, 작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는 현대무용과 러시아어문학, 영어영문학을 공부했다. 무용월간 [춤과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건축웹진 [마실와이드] 건축전문기자,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인] 편집위원,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에 있다.
snowtanz7@gmail.comwww.facebook.com/choreography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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