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생태계'

최신기사

전환의 시간, 다시 질문을 시작하자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집담회’를 진행하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집담회’를 운영 중이다. 별도 방청객이 없는 형식의 특성상 외부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4월 여섯 차례에 걸친 집담회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전환을 위한 질문과 의제를 발굴해 5월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 연계 ‘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 나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도화 이후 남겨진 과제들 20년, 한국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제도·정책 영역 진입 후 지난 시간.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얼마 전 발간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년 백서」를 보면 예산과 참여 인력, 기관, 시설, 전문인력 등의 양적 성장은 가파르게 이어져 왔다. 그뿐만 아니다.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은

나란히 자라는 농사

오늘부터 그린㊸ 농사로 배우는 공존의 감각

지난여름이 무색한 까까머리 밭에는, 그곳의 생명들과 어린 농부들이 나란히 성장했던 시간이 촘촘히 박혀있다. 지난봄, 아이들과 이 밭에 마주 섰을 때 우리의 첫 질문은 ‘무엇을 얼마나 심을까?’가 아니었다. 우리는 맨발로 흙 온도를 재며 물었다. “지금 땅은 우리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우리의 농사는 밭의 생산성이 아니라, 그곳에 깃든 수만 가지의 관계성을 향해 있었다. 관찰자를 넘어, 머무는 주체로 ‘초록놀이터’라는 이름을 달고부터, 우리는 줄곧 ‘자연을 어떻게 예술교육 안으로 가져올 것인가’를 연구해왔다. 그러나 자연에 시선을 멈추게 하고 숲을 일상에 들이는 다디단 작업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곤

각주를 남기다: 동시대 정치, 사회, 윤리적 난제 해결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2024 문화예술교육 영리서처 리포트 제2호 : ‘포용’과 ‘전문인력’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며 예술을 향유하고 과학의 발전과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가진다.”(주1) 참혹한 2차 세계대전 후, 인권에 대한 보편적 윤리기준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UN 세계인권선언 27조에는 문화예술 참여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혜택에 대한 권리를 담은 조항이 있다. 70여 년 전 세계 각국이 모여 비준한 이 선언에서 말하는 문화예술 생활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성은 2024년 아부다비에서 완성된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 맥락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의 선언에서 보듯, 문화예술교육은 동시대 사회상의 거울인

진정한 ‘식덕’이 된다는 것

흙의 예찬④ 식물의 삶 이해하기

어쩌다 보니 ‘생태·환경’ 책을 주로 펴내는 1인 출판사를 시작해 9년째 일단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출판사를 시작할 때 그 많고 많은 주제 중에 왜 이 비인기 주제에 꽂혔을까, 생각해 보니 식물에 관한 ‘의미 있는’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하루가 멀다고 새벽 야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도 새벽에 일을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 서 있었는데,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아직 추운 날씨인데 동글동글 작고 예쁜 하트 모양을 한 연둣빛 이파리를 나뭇가지에서 밀어내고 있는 그 나무가 너무

식물과 기계와 나

흙의 예찬③ 불완전함의 자연스러움

얼마 전, 우리 집에 식물등이 생겼다. 우리 집은 오후 한 시 반 정도만 되어도 햇빛이 이미 잘 안 들기 때문에, 언제나 식물들에게 햇빛이 부족했다. 겨울에는 특히 창가 자리에 찬 바람이 들어와서 온도가 내려간다. 그래서 온도를 높이려고 집 안쪽으로 들여놓으면 햇빛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시간대에 따라 일일이 화분들을 모두 옮겨주는 것도 일이었다. 머리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몸이 그에 따라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작년에는 식물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러운’, 흙에 뿌리를 내리고 물을 먹고 햇빛을 맞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식물등을

비대면-초연결, 새로운 시대의
첫 장을 열며

2021-2022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① 2021 이슈와 평가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유행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비대면·비접촉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가속화를 불러일으켰고,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감각의 소중함이 대두되면서 지역과 생활권 문화예술에 관한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었고, 예술과 기술, 인간과 동물, 생태와 기후환경, 소수자 공존에 관한 고민은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공공성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어 갔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아르떼365]가 필자로, 인터뷰이로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고민하고 실천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하며 각자의 다짐을 들어보았다.   ①

살아있는 식물 그림을 그리는 법

흙의 예찬② 생명력을 기록하기

기억 속 모든 모과나무를 떠올리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과차를 마셨다. 일주일 넘게 딱딱한 모과를 채 썰어 모과청을 만들고 있다. 덕분에 평소 먹지 않던 모과차를 요즘 매일 마시게 되었다. 혼자서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모과가 집에 쌓여 있는 이유는 곧 모과를 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열매를 관찰하려면 줍거나 얻은 모과로는 부족해 농장에서 상자 가득 샀다. 길이와 폭을 재거나 색을 비교하는 등 외형을 관찰하는 일은 끝났고 열매 안에 씨앗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모과를 매일 잘라보고 있다. 절단면에 보이는

생태계와의 관계 회복하기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한 번 사이가 틀어지면 쉽게 고쳐지지 않더라.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닫게 되는 보편적 교훈이다. 한때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가까웠던 이들끼리도, 무슨 이유 때문에 수틀리면 순식간에 남남 되는 건 일도 아니다. 뭔가를 키우고 기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훼손되는 것은 잠깐이면 되는 것이 세상의 희한한 이치이다. 김한민 작가는 그래픽 노블 『혜성을 닮은 방』에서 관계를 식물에 비유한다. 너와 나 사이에서 싹트고 관계의 상태에 따라 자라는 하나의 살아있는 식물. 그것은 관계가 무엇이고 그 실체가 어떤지 잘 보여준다. 관계라는 백지장을

회복하는 예술을 향한 희망과 다짐

2020-2021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➁ 2021년 도전 과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큰 위기와 도전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올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주목했던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또한 다가오는 2021년을 준비하며 고민을 나눠야 할 주제와 과제는 무엇일까? 2020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편집위원으로, 필자로, 인터뷰이로 [아르떼365]가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최선을 다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2020년 이슈와 평가    ② 2021년 도전

멈춤, 전환, 전혀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2020-2021 문화예술교육 결산과 전망① 2021년 도전 과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큰 위기와 도전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올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주목했던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또한 다가오는 2021년을 준비하며 고민을 나눠야 할 주제와 과제는 무엇일까? 2020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편집위원으로, 필자로, 인터뷰이로 [아르떼365]가 만났던 전문가들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최선을 다했던 한해를 되짚고 새해를 전망해보았다.   ① 2020년 이슈와 평가  ② 2021년 도전 과제 연결되고

누가 기후위기를 일으켰나

지구를 살리는 디자인

“2020년 11월 19일,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8.2mm를 넘어서 최다 강수량이었습니다. 또 기존 최고 기온인 2011년 11월 5일 16.4도 보다 0.7도가 더 올라간 17.1도로 11월 아침 기온 중 가장 높은 날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매일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최다 강수량과 최고 기온만이 아니라, 가장 적은 적설량, 가장 긴 장마, 가장 따듯한 겨울,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되는 미세먼지 등 하루가 다르게 기후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하루 동안 봄바람이 불고, 여름 폭우가 쏟아지고,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한라산엔 겨울 눈이 내렸다는 놀라운 소식이

청년이 그려나가는 농촌의 미래

지역을 가꾸고 다른 삶을 만드는 도전

요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청년 세대의 위기가 아닐까. ‘3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의 설 곳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링컨의 말처럼, 청년들이 모여 공간을 찾고 관계를 맺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탐구한다면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 공동체를 소개한다. [사진제공]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 지역 청년의 새로운 자립 모델 지역 청년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 중 하나는 서울과 비교해 빈약한 문화예술(교육)

주인 된 마음,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지역화’ ‘지역 중심’ ‘주민 주체’라는 화두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힘은 무엇일까?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눈빛으로 이 생태계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 배다리 마을 한가운데 무심한 듯 아담하게 자리 잡은 생태공원을 지나 골목을 돌면 깡통 로봇이 반기는 스페이스 빔이 보인다. 2007년 이곳에 자리 잡은 후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예술적 매개와 촉매, 중재 역할을 고민하면서 서울 중심의 자기장, 제도와 관행, 관리와

배움에 약자가 없는 마을을 만드는 꿈

지리산씨협동조합 ‘지리산 마을학교’

코로나, 다른 방식으로 사부작거리기 ‘계획’이 무의미해져 버리곤 하는 재난의 시대를 사는 우리, 슬프지만 이미 ‘취소’ ‘연기’ ‘중단’ 등의 언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동네 지인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함양지역 한 마을학교도 일정이 미뤄지고 미뤄지다 드디어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딱 한 번 만나고는 학교 측 요청으로 다시 무기한 연기되었다. 우리와 비슷한 조건인 구례도 당연히 분위기가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지리산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씨협동조합(이하 ‘지리산씨’) 임현수 대표에게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여기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못하니 (마을학교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라는 분위기예요.” 역시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이웃을 생각하는 도시의 삶

도시 생태계에서 함께 살기

갑자기 찾아온 ‘거리 두기’의 삶은 생태계의 보전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한편,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후로 ‘여가(餘暇)’를 바라보는 관점과 즐기는 방법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일과 일 사이의 휴식 시간’에 지나지 않았던 과거 여가 생활과 달리 오늘날의 사람들은 ‘삶의 시간’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했다. 소비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서의 여가 활동으로 도시에서 사람과 자연, 동물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속가능한 지구의 삶을 위해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세계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경계 짓되 분리하지 않는 조화를 위하여

공존을 위한 각성과 시도

해외 출장을 다녀온 후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잠들지 못한 첫새벽에 인왕산에 숨어들었다. 숲이 이루는 수많은 무늬와 무한한 초록에 매료되었다. 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여기던 내가 인왕산에서 깊은 위안과 야생의 위로를 받았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연과 격리된 채 자란 나에겐 의외의 경험이었다. 그렇게 산을 드나들던 어느 날, 누워서 주변을 돌아보던 나는 내가 인왕산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름의 문턱에 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 흰색 꽃자루가 하늘거리는 큰까치수염, 개울가 바위 구석구석에 피는 흰털머위꽃은-나중에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는-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