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9일,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8.2mm를 넘어서 최다 강수량이었습니다. 또 기존 최고 기온인 2011년 11월 5일 16.4도 보다 0.7도가 더 올라간 17.1도로 11월 아침 기온 중 가장 높은 날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매일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최다 강수량과 최고 기온만이 아니라, 가장 적은 적설량, 가장 긴 장마, 가장 따듯한 겨울,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되는 미세먼지 등 하루가 다르게 기후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하루 동안 봄바람이 불고, 여름 폭우가 쏟아지고,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한라산엔 겨울 눈이 내렸다는 놀라운 소식이 이제 평범한 일상의 에피소드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국은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나라이고, 대부분의 비가 여름 장마철에 내린다는 것을 교과서에서 배우고 자랐는데, 사계절의 변화는 특정할 수 없고 계절과 무관하게 장대비가 내릴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어느새 교과서의 서술을 바꿔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어떻게 하면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 아름꿈도서관과 함께 진행한 <10대가 지구를 살리는 10가지 방법> 주제 강의에서 이런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아래 동영상을 볼까요? 여기에서 “하루 평균 의류 폐기물이 259톤이고, 의류산업은 항공산업 다음으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산업입니다. 뿐만 아니라, 빠르게 생산되어서 유통되는 ‘패스트패션’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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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만 잘 입어도 지구를 살린다? ‘슬로우패션’
[영상출처] CPBC 뉴스 유튜브(2020.5.10.)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선생님의 홈페이지 에서 방법 찾아보았습니다.
“2000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 준비하며 우표, 낙엽, 옷을 주제로 환경 메시지를 만들며, 집에 있는 옷 중에서 티셔츠를 모아 세어보았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워낙 많은 숫자가 나와,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 넣어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거리로 나간 것이 티셔츠 그림 그리기의 시작입니다. 집에 63벌, 학교 연구실에 5벌 등 70여 개, 그중 입는 것은 5~6벌, 나머지는 있는 줄도 몰라 기겁! (2002년부터 매년) 4~9월 사이 일요일 인사동 ‘차 없는 날’ 길 위에 앉히고, 눕히고, 엎드려 친환경 물감으로 직접 지구, 해님, 달님, 스마일, 나뭇잎, 돌고래 등등 모두 환경과 관계되는 그림들 그려주며 녹색공감의 덕담 나누며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내 옷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며 옷을 줄여나가는-친환경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환경캠페인이었으나 맑은 물 흐르고, 상쾌한 바람 불고, 잎새 흔들리는, 그런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즐거움을 시민들에게 전하는 자리가 되면 만족하는 일요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롱 속에 있던 갖가지 옷을 가지고 나와 밝은 부분에 별과 스마일, 하트를 그려 넣으니 옷이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주인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된 옷들이 나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만날 기회가 되면 원하는 그림을 그려줄게요. 만날 기회가 올지 기대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새로운 옷을 사기보다는 입지 않는 옷을 새롭게 해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어떤가요. 2002년 티셔츠 퍼포먼스에 참여한 초등학생 꼬마가 그날 선물 받은 그림 티셔츠를 들고 다시 나타났고, 그날 이후 매일매일 지구의 날(everyday earthday)이라는 선생님 말씀을 잊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찰나의 예술적 체험이 삶을 바꾼 중요한 시도이지 않나요.
옷에 관한 이야기 나왔으니, 조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옷에 달린 꼬리표를 살펴볼까요. 아마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미얀마 등 소위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옷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래 영상 속에 나오듯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2,400원에 티셔츠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티셔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얼마를 받고 어떤 환경 속에서 일하는지 아시나요. 내가 티셔츠를 구매하는 것과 이들의 삶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싼값에 순간적으로 사서 입고 버리는 옷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가장 임금이 낮은 곳에 의류공장을 세웠습니다. 이들이 받는 시급은 불과 140원. 우리가 더 싼값의 옷을 찾을수록 이들의 노동비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죠. 그래서 티셔츠 자판기가 들려주는 노동자의 삶과 환경을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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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화제] 단돈 2유로 티셔츠 자판기…그 속뜻은
[영상출처] 연합뉴스TV 유튜브(2015. 5. 4.)
오해가 없길 빕니다. 단지 브랜드 하나를 홍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을지 방법의 하나를 전하려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린블리스를 예로 들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무늘보 디자인 티셔츠 설명 – 3년 이상 농약과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아 농부의 건강과 토양 피폐화 저지, 생태계 복원 및 환경 피해 최소화, 재생지 포장으로 자원 재생, 제품은 인도산 오가닉 코튼으로 국내에서 편직, 제조됩니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소를 키우고 먹일 작물 재배를 위해 불법 화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숲이 사라지고, 많은 야생동물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마존 화재로 살아갈 곳을 잃고 있는 야생동물 나무늘보 디자인하였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상표를 붙이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다의 생산을 하고,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삶터를 잃어가는 동물을 디자인의 주인공으로 하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목화를 재료로 해서, 한국에서 만든 제품. 무엇인가 다르지 않나요. 어떤 제품이 지구를 살리는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아름꿈도서관에서 10대 청소년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 조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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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우리 대표 겸 책방이음 대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 간사
종로문화재단 서점위원회 위원
전 서울도서관 서점위원회 위원
www.facebook.com/jinseok.cho.370/
jjseok1004@naver.com
사진제공 _ 책방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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